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의 촛불집회 1주년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어올리고 있다. 2017.10.28.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의 '촛불집회 1주년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어올리고 있다. 2017.10.28. ⓒ뉴시스·여성신문

촛불집회 1주년을 맞은 10월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다시 시민들이 모였다. 시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과 새 정부 탄생을 이끈 ‘촛불시민혁명’을 기념하는 한편, 문재인 정부에 여성·성소수자 등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 개혁을 촉구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약 6개월간 23번의 촛불집회를 연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는 이날 오후 6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촛불 1주년 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10만 명이 모여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감회와 다짐을 말하는 자유발언대도 마련됐다. 지난해 집회에서 참가자들에게 초를 나눠주는 자원봉사자였던 김지은(15) 양은 “지난해 자원봉사를 하면서 아름다운 역사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적폐가 해소돼 촛불시민이 꿈꾸는 세상이 올 때까지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가수 권진원 씨, 전인권밴드, 이상은 씨에 이어 세월호 유가족으로 구성된 416합창단과 평화나무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박수를 받았다. 촛불 소등과 파도타기 행사도 열렸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의 촛불집회 1주년 대회가 열린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참가자들이 촛불과 휴대폰 불빛을 비추고 있다. 2017.10.28.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의 '촛불집회 1주년 대회'가 열린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참가자들이 촛불과 휴대폰 불빛을 비추고 있다. 2017.10.28. ⓒ뉴시스·여성신문

촛불이 기념할 성과만을 남긴 것은 아니다. ‘낙태죄 폐지’, ‘성소수자 차별 금지’ 등을 담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 소수자 인권 보장을 위한 현안은 해결되지 않았다. 이날 여성·성소수자 단체 등 소수자·인권단체가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촛불1주년 인권궐기대회 - 인간답게 살아보자’ 사전집회를 연 배경이다. 이들은 ‘인권선언문’을 낭독하고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했다. “내 몸은 나의 것이라는 상식과 우리는 모두 동료 시민이라는 약속이 인권이다. 인권이 위태로울 때 촛불혁명은 완수될 수 없다. 우리가 인권을 누리는 만큼 민주주의도 전진한다.”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아보자!”

사전집회 주최 측인 페미니스트 단체 ‘페미몬스터즈’의 이지원 씨는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마치 1980년대에나 등장했을 법한 구호지만, 그만큼 아직도 성소수자·여성·장애인·청소년 등 소수자들은 동등한 인간 주체로서 사는데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 교체가 인권 상황의 진보를 뜻하지는 않는다. 지난 1년간 성소수자 인권을 빌미로 한 정치권과 언론의 혐오 선동,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라는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국가를 보며 우려가 든다. 소수자들의 인권은 ‘나’의 인권과 모두 연결된 문제라는 것을 더 많은 이들이 알고 함께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발족 퍼포먼스 행사에 참석한 여성이 피켓을 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발족 퍼포먼스 행사에 참석한 여성이 피켓을 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촛불집회 시작 전 페이스북에 “촛불집회 1년을 기억하며 촛불의 의미를 되새긴다”며 “촛불의 열망과 기대를 잊지 않겠다. 국민의 뜻을 앞세우겠다. 국민과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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