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장관 30% 시대] 30% 페모크라트, 행정을 바꾸다
[여성 장관 30% 시대] 30% 페모크라트, 행정을 바꾸다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10.24 14:26
  • 수정 2017-10-30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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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창간29주년] 여성 장관 30% 시대

강경화·김영주·김현미·김은경·정현백 장관, 피우진 처장

 

“일하면서 세 아이를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조직 차원에서 지원할 방안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대한민국 장관의 취임사에 ‘아이’, ‘가정’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에 남녀동수 내각 실현을 위해서 초대내각에 역대 정부 최다인 여성 장관(급) 6명(31.6%)을 임명 이후 정부 부처에서는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외교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국가보훈처 등 핵심 부처나 남성이 장악한 부처에 여성이 임명되면서 변화의 파장은 더 크다. 역대 정부의 초대내각 여성 비율은 김영삼정부 18.7%, 김대중정부 17.6%, 노무현정부 21.0%, 이명박정부 6.6%, 박근혜정부 11.7%에 그쳐 여성의 설 자리는 거의 없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외교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꼽은 적폐 청산 대상 중 하나였다. 후보 시절 전직 외교관을 만나 “북미국장 출신이 아니면 장관도 할 수 없는 곳이 외교부”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북핵 문제가 한국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라 외교부 장관에 대한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강경화 유엔(UN) 사무총장 정책특보의 임명은 파격 그 자체였다. 외교부 최초의 여성 장관, 비외무고시와 다자외교 전문가라는 점 모두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강 장관의 행보를 보면 외교부 개혁에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취임 전후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는 북핵 문제에 대응하며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장관으로 손꼽히지만 외교부를 혁신하는데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외무고시 중심, 기수 중심을 깨고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고 조직문화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과장급 이상 간부 직원의 8% 수준인 여성 관리자 비율을 2022년 5월 현 정부 임기 종료 시점까지 20%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9월 실장급 인사에는 12명 중 여성 3명을 임명해 25%를 달성했다.

강 장관은 관용차로 2000cc급 소나타 하이브리드를 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장관의 관용차 50대 중 40대가 3778~3800cc급 에쿠스였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 장관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부 내부에선 “강 장관 취임 후 근무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집무실을 개방해 실·국장급뿐만 아니라 평직원과도 자유롭게 면담하고, 보고와 회의 시간 때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취임식 때 일·가정 양립을 강조한 이후 직원들에게 정시 퇴근을 장려하고 있다.

스킨십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8월 서울 한남동 장관 공관에 여야 여성 국회의원 51명 전원을 초청장을 보냈다. 참석했던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여러 가지 요청에 대해 수용적 태도를 보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의욕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여러 차례 찾아가 만남을 가졌다. 위안부합의 검토TF를 설치해 한일 위한부 12·28합의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치 경력만 무려 30년에 달한다. 1987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국민평화민주연합(평민련)에서 정치에 입문한 후 2004년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 후 3선을 지냈고 여성으로 처음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을 맡았다.

국회에서도 탈권위적이고 소탈한 성격으로 정평이 난 김 장관은 보수적인 관료 사회에서는 파격적으로 비쳐지고 있다. 관용차로는 국민SUV로 불리는 소형급 투싼을 이용한다. 친환경 수소차다.

국토교통부는 주택·도로·철도·항공 등의 분야 등을 관할하다보니 부처와 산하기관들의 분위기가 거친 편이다. 그러나 김 장관이 취임 후 회의석상부터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장관에게 보고할 때 실국장, 과장급이 헤드테이블에 앉고 사무관·주무관은 뒤편 작은 의자에 앉는 게 일반적인데, 김 장관은 보고하는 모든 사람들을 헤드테이블에 함께 앉게 한다는 것이다. 또 보고가 끝나면 장관이 직급에 관계없이 악수를 하고 격려를 한다. “관료주의 사회에서는 놀라운 일”이라고 국토교통부 직원은 전했다.

김 장관은 국토교통부가 여성을 찾아보기 힘든 부처라는 점에서 특히 인적 구성부터 개편하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 산하 법정 위원회가 140개가 넘는데 위원 구성을 새롭게 하고 있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한쪽 성별이 60%를 넘지 않도록 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여성을 찾는데 노력이 더 필요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최근 승진을 시키면서 기피부서에도 여성을 적극 배치해서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다.

김 장관은 장관으로 지명된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거·교통 정책에 여성성이 필요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성인 만큼 보다 따뜻하게 껴안고 세심하게 보살피는 주거·교통 정책을 펴겠다. 대통령께서도 주거·교통 정책에 따뜻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여성을 지명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정부 들어 가장 짧은 시간에 국회 청문회 관문을 통과했다. 여성이 고용노동행정의 수장을 맡은 것은 1963년 노동청이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농구선수 출신 김영주 의원이 고용노동부 장관에 임명되기까지 그 뿌리에는 30여년 전 직장에서 겪은 여성 차별이 존재한다. 김 장관은 은행의 농구 실업팀에서 선수로 뛰다가 은퇴 후 은행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여행원이 별도의 임금체계로 남성보다 훨씬 적은 급여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부당함에 맞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김 장관은 국회 청문회 답변서를 통해 “우리나라 민주화와 여권 신장을 위해 평생을 애쓰신 제15대 대통령 영부인 이희호 여사를 존경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성 장관이 취임한 덕분에 노동 현장의 육아휴직, 일·가정양립 정책 추진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여성가족부가 노동환경의 변화를 주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거점형 직장어린이집 설치 정책 등은 고용노동부가 기획재정부까지 설득하고 나서면서 정부의 주요 사업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김 장관은 조직 내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작업에 일찌감치 착수했다. 고용노동부 내에는 구체적인 목표치도 제시했다. 그는 “여성공무원 승진비율을 향후 3년 이내 40%가 정착되도록 함으로써 공직사회 유리천장을 혁파하는 데 고용노동부가 선도하고, 이러한 노력이 범정부적으로 확산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처 내 고위직들과 식사를 앞두고 참석자 명단을 보면서 “여성이 두 명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내 여성 공무원 승진비율을 이전보다 15%포인트 이상 늘려 이번 인사는 40.8%까지 끌어올렸다. 고용부 6급 이하 여성공무원 비중은 총 53.7%지만 최근 3년간 고용부 6급 이하 여성 승진 비율은 25.3%에 머물렀다.

대신 모든 직원들에게 프로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한 여성 공무원은 “끈기, 근성이 느껴진다. 농구선수에서 은행원으로, 노동운동가, 정치인이라는 다채로운 이력을 보면 일하는 여성으로서 도움도 되고, 롤모델이 된다”고 말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7월 5일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프리젠테이션 형식의 취임사를 하면서 ‘계승이 아닌 전환’을 강조했다. 4대강 사업 후속 조치와 물관리 일원화 등의 큰 과제를 풀어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서 의지의 표현이다.

김 장관이 환경부 수장에 발탁된 배경으로 환경에 대한 식견과 철학 외에도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지속가능발전 비서관 등 다양한 공직 경험과 정무적 감각이 높게 평가됐다.

외환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나 결혼 후 대구에 정착한 김 장관은 1991년 낙동강 페놀유출 사건으로 대구 시민대표로 나서며 환경운동을 시작했다. 1993년 한국여성민우회 환경위원장을, 한국여성단체연합 지방자치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거쳐 1995년 서울 노원구 의원에 당선돼 공직에 입문했다.

환경부는 다른 부처에 비해 역대 장관에 여성이 많은 편이다. 김 장관은 5번째 여성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30%에 도달했다. 환경의 근간은 생명의 문제이기 때문에 환경성과 여성성이 상통한다는 점에서 30%는 한참 낮은 수치다.

취임 100일이 조금 지났지만 강한 추진력으로 환경부가 20년간 해결하지 못한 숙원과제도 풀었다. 실장급 한 자리를 늘린 것. 이를 위해 장관이 직접 발로 뛰면서 타 부처 장관들, 청와대 수석들을 만나면서 설득했다. 지금도 물관리 일원화를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

환경에 대한 김 장관의 철학과 신념이 분명하다는 점도 내부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 환경부의 한 직원은 “환경부 수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게 환경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비전이라 생각하는데 김은경 장관은 뚜렷하다. 왜 환경을 해야 하는지 가치뿐만 아니라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분명한 확신도 있다. 콘텐츠도 확실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서울-세종 이동 같은 단거리용으로는 전기차인 준준형급 아이오닉을 이용하고, 장거리 이동시에는 소나타 하이브리드를 탄다. 예전 환경부 장관들은 에쿠스를 탔던 것과 확실히 비교되는 장면이다. 직원들이 김 장관에게 승차감을 우려하면서 말렸지만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나부터 실천해야 한다”면서 거절했다고 한다.

김 장관의 환경 보호 실천은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몸에 배어있어 환경부 직원들도 놀랐다는 후문도 있다. 지난 추석을 앞두고 환경부는 세종시의 조치원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고 복지시설에 기증하는 행사를 했다. 김 장관은 찐고구마 몇 개를 구입했고 상인이 일회용 투명비닐팩에 먼저 담은 후 검정비닐봉지에 다시 넣으려고 하자 담지 못하게 했다. 에코백, 머그컵, 백팩은 김 장관의 필수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함께 일하다보면 각종 상황에서 습관을 발견하게 된다고. 이 직원은 “다른 부처와 달리 환경부는 생활 속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이보다 더 짜릿하고 감동적인 인사는 없었다. 역대급 홈런이다.” 지난 5월 17일 국가보훈처장에 피우진 전 중령이 임명되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남긴 메시지다.

피우진 예비역 중령의 국가보훈처장 임명은 문재인정부 인사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파격적인 인사로 꼽힌다.

대한민국 1호 여군 헬기조종사이면서, 27년간 군에 복무하면서 부당한 여성 차별에 반기를 들고 불합리한 제도와 싸운 상징적 인물이다. 유방암 수술로 인한 강제퇴역을 당하자 국방부를 상대로 소를 제기해 승소 후 복귀했다.

피 처장은 후보자로 임명된 후 기자회견에서 “공직의 30%를 여성으로 할당하겠다던 문 대통령 공약의 수혜자”라고 자평하고 “제가 생각하는 보훈처는 보훈가족이 중심이 되는 따뜻한 보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훈처 직원은 “피처장은 차별과 편견과 맞서 싸운 대표적인 분인 만큼 평소 여성 문제에 대해 말씀을 많이 하신다”면서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사업의 경우도 피 처장이 직접 문제를 지시하면서 착수하게 됐다”고 전했다.

피 처장은 지난 9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에 관한 내용을 직접 발표했다. 여성의 실명조차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던 당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때 독립운동을 하고도 드러나지 않은 여성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독립유공자의 제적원부를 조사하고, 배우자인 여성의 인명을 밝혀내 독립운동에 대한 기여나 활약상을 역추적하겠다는 게 보훈처의 구상이다.

피 처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가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의 참여가 확대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연 확대뿐만 아니라 ‘여성성’이 가진 섬세하고 내밀한 관점으로 조직의 문화, 업무절차, 제도와 정책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여성성이 가진 커뮤니케이션 강점이나 다양성을 바라보는 융합의 강점들을 여성 장관들이 각각의 분야에서 발휘하면서 사회통합과 소통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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