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여성 스태프 비율
1911년과 다름없어
BFI 다양성 5개년 계획 시동…
50-50 성별균형 복표
영국 배우이자 감독인 데이지 루이스는 15일 BBC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웨인스타인 스캔들이 영화산업의 변화를 일으켜 더 많은 여성이 작가와 감독 등에 진출해 다른 여성들을 고용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에 대한 성추행 의혹으로 영화 산업에서 권력을 가진 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영화계에서 여성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여성이 소수에 머물러 있는 영화산업 구조와 관련이 깊다. 루이스의 인터뷰에 자극받은 영국 BBC는 영국 영화 산업 내 여성의 현실을 분석하는 기사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영화협회(BFI)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배우와 스태프로 영국 영화 산업에 고용된 인력은 약 2만5000명에 이르지만 대부분 남성들이 독점하고 있다. 2016년 영국 영화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프로듀서 중 여성의 비율은 약 3분의 1, 하지만 작가와 감독의 비율은 이보다 더 낮아 각각 17%와 13%였다. 스턴트 코디네이터나 작곡가, 음향 감독, 촬영감독의 경우엔 여성의 비율이 10% 미만이라는 소수에 머물렀다.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직종은 단 두 가지로 캐스팅 디렉터와 의상 디자이너였다.
영화계 스태프의 여성 비율은 1913년 3%에서 2017년 34%로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여전히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통적으로 기술 관련 직종은 남성에게, 의상디자인과 같은 직종은 여성에게 몰리는 등 성별에 따른 편중 현상도 심하다. 특히 두각을 나타낸 인물은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성이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2010년 캐슬린 비글로우 감독이 처음이었다.
영국 영화감독들의 모임인 디렉터스UK(Directors UK)가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화계 내 많은 여성들이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영화계에선 여성의 직종으로 여겨져 온 메이크업과 같은 분야를 제외하고 여성이 남성보다 중요한 직책을 맡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남아있다.
여성 대표성 부족은 배우도 마찬가지다. BFI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영국 영화에서 여성 등장인물의 비율은 약 3분의 1로 1911년의 수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데이지 루이스는 인터뷰에서 여성들은 수적으로 열세일 뿐만 아니라 불안한 위치에 놓여있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해고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화계 여성의 현실은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지나 데이비스 미디어 속 젠더 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흥행 톱100 영화에 등장한 남자 인물은 여성의 2배이며 대사의 양 또한 2배에 달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영국 영화계가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BFI는 지난 10일 영화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다양성 목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018년 4월 1일 시작해 2022년까지 계속되는 5개년 계획으로 작가, 감독, 프로듀서 등의 영역에서 50-50의 성별 비율, 20%의 흑인 및 소수민족 비율, 9%의 성소수자 비율, 7%의 장애인 비율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