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지위 높은 인물 대부분 남성

부부, 동료 관계에서도 존댓말은 여성만

 

성차별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존댓말·반말 사용을 통해 위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존댓말을 하는 쪽은 대개 여성이며, 부부나 동료처럼 동등한 관계일 때도 마찬가지다. 이는 광고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직장 상사와 같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인물도 대부분 남자로 그려진다. “짧은 시간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호소하기 위해 전형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대는 것”이다. 이는 TV광고뿐만 아니라 라디오 광고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존댓말·반말 사용에 따른 성차별이 드러난 광고를 정리해봤다.

‘대한약사회’ 라디오 광고

대한약사회는 ‘약사와 손님’이라는 관계를 설정해 ‘우리가족 건강비법 단골약국 이용하기’를 주제로 공익광고를 내보냈다. 이때 약사는 중년 남성, 손님은 젊은 여성이다. 다음은 광고내용.

여: 약사님 안녕하세요?

남: 어, 혜인아. 이제 숙녀가 다 됐네? 그래, 무엇 때문에 왔니?

여: 아빠가 오메가3 사오라고 하셔서요.

남: 근데 아버지 곧 수술이라고 하지 않았나?

여: 네.

남: 오메가3는 안구건조와 혈행개선에 도움을 주지만 지혈이 늦어지니까 수술 후에 드시라고 해.

여: 어머, 아빠가 수술 준비를 하고 계셨는데. 역시 단골 약속이 있어야 한다니까! 아빠한테 수술 후에 드시라고 할게요.

남: 그래.

 

‘대한신경중재치료의학회’ 라디오 광고

부부관계에서도 위계는 존재한다. 이때도 존댓말은 여성만이 사용한다. 다음은 대한신경중재치료의학회의 광고내용.

여: 영감 식사하세요.

남: 이상하네, 팔에 힘이 없어.

여: 얼굴이 한쪽만 축 처져 있네. 구급차 부를게요.

남: 무슨 이런 일로 구급차야. 괜찮아.

여: 발음은 또 왜 그런대. 피곤해서 그래요?

 

‘산업통상자원부·한국무역협회’ 라디오 광고

광고 등 미디어에서는 직장 상사처럼 지위가 높은 대상을 대부분 남자로 그린다. 반대로 부하직원은 여성으로 묘사한다. 여자가 남자에게 존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정하는 것이다. 다음은 광고내용.

남: 아휴, 중국 바이어가 FTA로 수출해달라고 하는데 우리 회사는 경험도 없고….

여: 사장님, 한국무역협회 차이나데스크가 있잖아요.

남: 차이나데스크?

여: 국번없이 1380으로 전화만 하면 중국 수출에 대한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해결해준대요!

 

남성-남성 관계에서는 위계 상관없이 반말로

반면 어린 아이라도 남성-남성 간에서는 서로 반말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의 광고내용. 

남자아이: 유연석 형아! 우유는 언제 마시는 게 좋아?

성인남성: 풍부한 단백질이 파워를 키워주니까 아침 한 잔. 숙면 유도 성분이 꿀잠을 부르니까 저녁 한 잔. 칼슘 듬뿍 키 크는 걸 도와주니까 아침 한 잔, 항비만 성분으로 몸매관리 되니까 저녁 한 잔. 결론적으로 아침 한 잔, 저녁 한 잔.

남자아이: 아아, 하루에 우유 두 잔!

 

TV광고 역시 성차별 심각 

라디오 광고 외에 TV광고에서도 성역할 고정관념, 여성의 성적대상화와 외모지상주의 양산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이 7월 1~31일까지 등록된 지상파, 케이블, 인터넷·극장·바이럴을 통해 방영된 광고 343편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성차별 광고는 성평등 광고에 비해 약 5배나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양평원은 “성차별적 광고는 총 37편, 성평등 광고 7편이었다”며 “성역할 고정관념이 반영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여성의 성적대상화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광고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성비도 문제였다. 전체 출연자 가운데 여성은 49.5%(594명), 남성은 50.5%(607명)였다. 주요인물 성비는 여성은 46.5%(195명), 남성은 53.5%(224명)로 남성의 비중이 높은 것에 반해, 배경인물의 성비는 여성 52.1%(282명), 남성 47.9%(259명)로 여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평원은 광고 품목에 따른 성차별도 지적했다. 광고 품목 중 자동차·정유 품목에서는 남성(72.9%, 43명)이 여성(27.1%, 16명)보다 출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화장품은 여성(70%, 14명)의 출연 비중이 남성(30%, 6명)보다 훨씬 높았다.

구체적인 성차별적 사례는 다음과 같다. 한 건강식품 광고는 ‘몸매 잘빠졌다’, ‘뒤태 잘빠졌다’라는 내레이션(자막)과 함께 여성의 몸매를 클로즈업하고, 걸어가는 여성의 뒤태를 비추며 광고를 끝내는 등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했다. 한 유제품 광고는 자사 제품을 이용한 건강한 식단을 강조하는 듯했지만 건강함의 척도가 다이어트를 통한 외적인 변화, 날씬한 몸매라는 것을 강조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겼다.

한 건강식품 광고는 등교하는 딸에게 옷을 챙겨주고, 출근하는 남편에게 가방을 가져다주는 주부를 등장시켰다. 이어 가족들을 뒷바라지하고 소파에 주저앉는 고단한 모습을 그려 가사·돌봄노동이 여성의 것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나타냈다.

한 세탁세제 광고는 기존 광고와 달리 제품 사용자를 주부가 아닌 커리어우먼으로 표현해(정장바지와 하이힐 착용) 발전된 시각을 보이는 듯했지만, 사용자로 여성만을 등장시켜 가사노동은 여성이 담당한다는 고정관념을 강화했다. 한 우유 광고도 가정에서 음식 재료를 다듬고 빨래를 정리하는 이를 여성으로 묘사해 성역할 고정관념을 드러냈다.

민무숙 양평원장은 “광고는 짧은 시간 내에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호소하기 위해 고전적인 성 역할에 의존하는 경향이 매우 높다”며 “TV광고 속 성차별 개선을 위한 광고 제작자의 올바른 젠더 의식과 광고 수용자들의 건전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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