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여성문화인상 – 봄로야 시각예술가

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 계기

본격적인 전시·기획 활동

 

봄로야 작가 ⓒ봄로야
봄로야 작가 ⓒ봄로야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작가. ‘봄로야’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김은진(37) 작가의 이야기다. 그는 스스로를 “드로잉, 문장, 흥얼거림, 현장, 대화를 작업과 기획으로 풀어내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설명 그대로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이슈를 조명하는 주목받는 작가다.

숙명여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 석사를 마친 그는 10년에 걸쳐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을 선보이는 동시에 소설과 음반을 발표하며 여러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2007년 자전적 그림 소설과 음반인 ‘선인장 크래커’를 시작으로 독서를 통한 성장 에세이 『0 페이지 책』(2012), 짐 같은 기억을 수집하고 다룬 드로잉과 음반 ‘사라의 짐’(2014)이 그 결과물이다. 최근에는 페미니즘 미술 콜렉티브 ‘노뉴워크’ 활동, 페미니즘 미술 작가 아카이브 전시 ‘A Research on Feminist Art Now’ 총괄 기획 등 기획자로서도 활약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협업을 통해 페미니즘에 대한 꾸준한 목소리를 내왔다.

 

(사라의 짐) 우리의 얼굴에 진 그늘, 2014, Mixed media on paper, 21x29.7cm ⓒ봄로야
(사라의 짐) 우리의 얼굴에 진 그늘, 2014, Mixed media on paper, 21x29.7cm ⓒ봄로야

봄로야 작가는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 계기에 대해 “가부장제도에 내면화된 저를 마주하며 느낀 분노와 이를 벗어나려고 애썼던 시간이 꽤 길었다”며 “여성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장애, 동물 등 사회적 약자에 마음이 기울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07년도 출간한 ‘선인장 크래커’도 그 맥락을 짚은 자전적 이야기다. 그는 “최근 몇 년간 페미니즘의 영향력이 커지고, 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이 불거지면서 저를 포함한 노뉴워크 멤버와 예술인들이 더 ‘구체적으로’ 크고 작은 행동과 실천을 했다”고 설명했다.

여러 방식으로 대중에게 말 걸기를 시도하는 그는 “예전엔 타인의 고민, 짐, 기억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칠게 위로하는 방식들로 표현했지만, 요즘은 그것을 제가 왜 그렇게 하고 싶은 지부터, 제가 할 수 있는 몫만큼의 ‘이야기’를 만드는 장치를 고민 중”이라고 고백했다. “작업을 지속하기 위한 생활의 프레임을 더 촘촘하게 짜야 하는 시점이고, 작업 방식이 바뀌고 있어 인내하는 시간”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고민의 과정도 작품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12월 북서울 미술관에서 열리는 ‘언리미트 에디션’에서 ‘타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가벼운 드로잉과 글을 선보인다. 내년에는 개인전을 열 계획도 세웠다. 봄로야 작가는 이번 수상에 대해서도 “작업과 삶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기라 그만 두지 말고 계속 노력하라는 응원같이 느껴졌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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