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슐리 주드·전 현직 직원 등

고백으로 30여년만에 공개

강압적 스킨십 요구·합의 반복…

피해자 계속 등장

빌 코스비·빌 오라일리 등

미 연예계 성추행 사건 잇달아

 

하비 웨인스타인. ⓒCNN 뉴스화면 캡처
하비 웨인스타인. ⓒCNN 뉴스화면 캡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 폭로로 할리우드가 발칵 뒤집혔다. 여배우뿐만 아니라 자신의 회사 여성 직원들까지 30여 년간에 걸쳐 성추행을 저지르며 협박과 합의를 반복해 온 웨인스타인의 행적은 충격적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피해자만 10여명에 이르며 새로운 피해자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성추행 사건은 지난 5일 뉴욕타임스의 폭로로 시작됐다. 보도에 따르면 웨인스타인은 지난 30여 년간 수십 차례의 성추행을 저질러 왔으며 최소 8명과의 사이에서 합의를 진행했다고 전직 직원들이 증언했다. 특히 배우 애슐리 주드의 용기 있는 고백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계기가 됐다.

주드는 20년 전 영화 ‘키스 더 걸’ 촬영 당시 자신을 호텔로 초대한 웨인스타인이 목욕 가운을 입은 채 등장해 “마사지를 해줄 것인지, 샤워하는 것을 지켜볼지 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한 인터뷰에서 “영화계 거물에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번에 직접 실명을 거론하며 웨인스타인을 고소했다.

 

애슐리 주드. ⓒfacebook.com/AshleyJuddOfficial
애슐리 주드. ⓒfacebook.com/AshleyJuddOfficial

웨인스타인의 성추행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이탈리아 모델 앰브라 바틸라나는 웨인스타인의 사무실에서 미팅을 하던 도중 경찰에 전화를 걸어 그가 자신의 가슴을 만지고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고 주장했다. 웨인스타인은 경찰 조사를 받던 도중 바틸라나와 합의에 이르렀고 맨하탄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았다. 2013년 선댄스 영화제 때는 배우 로즈 맥고원에 대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맥고원과 합의하며 기소에 이르지 않았고 맥고원은 이번 뉴욕타임스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이처럼 웨인스타인은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싶어 하는 여성을 공략해 사적인 미팅에 끌어들이고 강압적으로 성관계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시작해 상대방이 항의하면 합의로 끝내는 식의 패턴을 반복해왔다. 웨인스타인 컴퍼니의 전 현직 직원 수십 명이 그의 악행을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 맞선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직원들은 대표의 행동을 비난하지 않는다는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증언했다.

회사 직원들도 성추행 피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직원이었던 로라 오코너는 2015년 경영진에게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투서를 통해 “이 회사는 여성에게 위험한 환경이며 내가 가진 권력이 0이라면 하비 웨인스타인은 10 만큼의 권력을 가졌다”고 고발했다. 이사회는 그의 편지를 읽고 조사를 결정했지만 시작 직전에 웨인스타인이 오코너와 합의하면서 조사는 철회됐다. 웨인스타인에 대한 보도가 이슈가 되면서 새로운 성추행 피해자의 고백도 이어졌다. 기네스 펠트로, 로잔나 아퀘트, 헤더 그레이엄, 안젤리나 졸리 등 다수의 배우들이 오래전 주드와 비슷한 일을 당했다고 털어놓았으며 졸리는 “젊은 시절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다시는 그와 일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웨인스타인에 대해 경고했다”고 말했다.

웨인스타인이 민주당의 오랜 지지자이며 그간 대외적으로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진보적 활동가의 모습을 보여 왔다는 점도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2015년 대학 내 성폭력을 다룬 다큐멘터리 ‘더 헌팅 그라운드’를 배급했고 선댄스 영화제 여성 행진에도 참여한 바 있다. 큰 딸 말리아를 웨인스타인 컴퍼니의 인턴으로 근무시키기도 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10일 “미셸과 나는 하비 웨인스타인에 대한 최근 보도에 역겨움을 느낀다”면서 “고통스런 이야기를 전화기 위해 나선 여성들의 용기를 축하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매릴 스트립, 케이트 윈슬렛, 엠마 톰슨, 패트리샤 아퀘트 등 여성 배우들도 웨인스타인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과거 다양한 작품에서 웨인스타인과 일한 바 있는 매릴 스트립은 “하비 웨인스타인이 저지른 성폭력은 끔찍한 소식이다”라며 “이를 세상에 알린 용감한 여성들은 우리의 영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성 배우 중 입장을 밝힌 이는 마크 러팔로와 세스 로건 등 극소수에 불과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 미국 연예계는 연이은 성추행 사건으로 술렁이고 있다. 웨인스타인에 대한 보도가 나오기 전 유명 뉴스 진행자인 빌 오라일 리가 동료의 성추행 고소로 폭스로부터 권고사직을 당했고 배우 앰버 탬블린이 16세 때 거물 배우인 제임스 우즈에게 성관계를 요구받은 적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있었다. 지난 6월에는 50여명의 여성에게 성추행 고소를 당한 빌 코스비의 성폭행 첫 재판이 심리 무효로 종료되기도 했다.

미즈의 디지털 편집장인 카르멘 리오스는 미즈 블로그에 게재한 칼럼에서 “영화 및 TV 업계에는 남성들이 리더를 독점하는 문화가 있었고 이는 현재도 여전하다”면서 “웨인스타인에 대한 고발이 충격적이며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할리우드가 오랫동안 이런 고발을 드물고 받아들일 수 없는 일로 만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희롱이 당시의 문화였다고 말하지만 이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면서 “미디어 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업계의 여성들은 더 나은 현실에 놓여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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