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자체 브랜드 ‘PB’ 확대

‘가성비’ 내세워 소비자에게 인기

PB상품 22%, 일반상품보다 비싸

 

지난 7일 이마트 용산점 스파게티 소스 코너에는 PB상품인 노브랜드 제품만 다 팔린 상태였다. ⓒ여성신문
지난 7일 이마트 용산점 스파게티 소스 코너에는 PB상품인 노브랜드 제품만 다 팔린 상태였다. ⓒ여성신문

PB(Private Brand·자사상표)상품 전성시대다. 유통업체들이 계속해서 자체 브랜드 상품을 확대하면서 대형마트, 편의점의 매대를 장악하고 있다. PB상품은 비슷한 유명 브랜드 제품과 비교해 질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저렴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어필해왔다. 하지만 실제로 PB상품이 일방상품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날까. 소비자단체와 업계 관계자의 말을 통해 소비자들이 PB상품에 대해 잘못 알 수 있는 정보를 정리했다.

대표적인 PB상품으로는 이마트의 ‘노브랜드’와 ‘피코크’를 꼽을 수 있다. 피코크는 이마트가 2013년 가정간편식(HMR)으로 새롭게 탈바꿈한 브랜드다. 이마트는 ‘가성비’를 강조한 노브랜드의 상품 상표와 제품 포장비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며 기존 식품군에 한정됐던 상품영역을 TV, 무선청소기 등 가전 영역까지 확대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GS25의 ‘유어스’(YOU US)가 대표적이다. 유어스는 미니언즈 우유와 스크류바 젤리, 코코로젤리 등 협업 제품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세븐일레븐 또한 혜리도시락, 세븐카페 등 다양한 PB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GS25의 PB상품 매출은 지난해의 경우 37.4% 늘어났으며, 올 1월~8월 동안 41.6%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지난 2007년 10%였던 PB상품의 매출 비중이 35%까지 성장했다. 가성비가 좋은 1세대 PB상품이 기존 제품품질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PB상품도 자체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이다.

지난 7일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이마트에 직접 가보니 일부 노브랜드 상품은 제품이 다 팔려 텅텅 비어 있기까지 했다. 특히 스파게티 소스와 면류 등이 인기가 많았다. 소비자들이 PB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면류 판매대에서 만난 1인 가구인 송지연(32)씨는 “아무래도 PB상품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저절로 손이 가는 것 같다”며 “제조업체가 따로 있는 줄은 몰랐다. 마트 브랜드라 그런지 신뢰감이 들어 구매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PB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PB상품 구매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기존 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83.9%)’이었다. 또한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20대 전체 응답자의 86%가 ‘PB상품을 직접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들이 PB상품을 사는 이유로는 ‘가성비가 좋아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인식과 달리 일부 PB상품은 여전히 가격 인하 여력이 있고 심지어 일반상품보다 더욱 비싸기까지 하다. 또한 브랜드만 다를 뿐 같은 제조사들이 PB상품을 만드는 경우도 허다하다. PB상품이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소비자에게 초기 낮은 가격 이미지로 가격이나 품질 등을 고려하지 않고 선택하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9월 여성소비자연합 조사에 따르면 총 74개 상품군 중 면류, 치간칫솔, 둥글레차, 종이컵 등은 일반상품보다 오히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신문
지난 9월 여성소비자연합 조사에 따르면 총 74개 상품군 중 면류, 치간칫솔, 둥글레차, 종이컵 등은 일반상품보다 오히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신문

1. PB상품은 일반상품보다 무조건 저렴한가요?

PB상품이 무조건 쌀 거라는 인식은 잘못된 생각이다. PB상품이 일반 브랜드상품(NB상품)보다 가격이 높은 경우도 있다. 지난 9월 여성소비자연합에 따르면 대형유통업체 PB상품과 NB상품 가격 비교 결과, 총 74개 상품군 중 16개(21.6%) 상품군은 오히려 PB상품의 가격이 NB상품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면류(우동)는 1.17배(117.2%) 비싼 것으로 나타났으며, 치간칫솔은 41.1%, 둥글레차는 33.2%, 면류(당면) 28%, 종이컵은 22.7% 더욱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2. PB상품은 유통업체에서만 제조하나요?

유통업체 PB상품의 포장지 뒷면을 보면 대기업 식품 제조업체의 이름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보통 우리는 이마트에서 파는 ‘노브랜드 초코파이’는 이마트나 이마트의 협력업체에서 만든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마트의 노브랜드 초코파이 생산업체는 이마트가 아닌 롯데제과다.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의 라면, 빵 등의 PB상품 또한 팔도, SPC삼립 등 대부분 식품 제조업체들이 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3. PB상품은 더 이상 저렴해질 수 없나요?

PB상품은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로 대형유통업체 유통마진율을 20~30%대로 감안하면, 일반(NB) 상품과 가격차이가 10% 미만인 경우는 가격인하 여력이 더 있다고 볼 수 있다. 2013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의 대형마트 유통마진 결과분석에 따르면, 식품류의 대형마트 평균 마진율이 34.4%로 나타난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대형마트 PB상품의 경우 일반 일반상품보다 20~30% 이내에서는 가격인하 여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PB상품은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일반상품 제조업체에서 공급하는 상품보다 유통마진을 제거한 만큼 저렴하게 가격이 생성될 가능성이 있다. 여성소비자연합이 조사한 74개 상품군 조사에서 냉동만두(700g~900g 용량), 냉동 볶음밥, 탕류, 스낵의 콘칩류, 국수, 성인용기저귀, 에어졸, 주방세제, 면봉, 물티슈 등 10개 상품군이 일반상품과의 가격차이가 4.3%~8.6% 정도로 10% 미만으로 나타나, 가격인하 여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 PB상품을 사면 제조사가 돈을 버나요?

PB상품을 납품할수록 제조사 이익은 감소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진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지난 8월 발표한 ‘PB상품 전성시대,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로 갔나?’ 보고서에 따르면 PB상품 매출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날 때 유통점포의 평균 매출액은 2230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유통업체 이익이 하청 기업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제조업체 1000곳을 대상으로 똑같은 설문을 진행한 결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매출은 줄어들고 소상공인의 매출은 소폭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업마저도 PB 매출비중이 1%포인트 올라갈 때 전체 매출액이 10억9000만원 감소했다. 중소기업 중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기업은 2억8000만원씩 매출액이 감소했다. 마트가 기존 제품과 유사한 PB상품을 기획해 나란히 진열하거나, 기존제품을 아예 PB로 전환해 납품을 받기 때문이다. PB가 제조사 자사 제품을 잠식하는 것이다. 소형 제조업체는 PB상품 납품만으로 매출액이 2000만원 증가하긴 했지만 영업이익은 늘지 않았다. 이는 소상공인이 제품을 자체 제조할 경우 유통업체에 주는 평균 유통마진이 30.0%지만 PB상품의 경우엔 33.9%까지 늘어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5. PB상품이 잘못되면 책임은 제조업체가 져야 하나요?

현행법엔 PB상품 때문에 소비자가 피해를 봤을 때 책임 소재를 명시한 법 조항이 없다. 제품 전체에 문제가 생겼을 때 판매사와 제조사가 책임 공방을 벌일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유통업체가 사전에 품질 검사를 한다고 해도 제조업체에 품질관리를 떠넘기기 쉬운 만큼, PB상품에 대한 분명한 책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순복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은 “PB상품은 제조업체가 따로 있기도 하지만 일단은 자사 브랜드로 판매하는 유통업체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며 “유통업체가 소비자에게 보상한 뒤 제조사와 책임을 나누는 식으로 내부적으로 어떻게 계약을 맺었는지에 따라 보상이나 책임 문제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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