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세계 다국적 기업들이 씨앗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조금만 유전자 변형을 해도 미래세대까지 로열티를 받아낼 수 있는 수익의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것이 기아해결의 방법이라고 말하지만, 전 인류를 대상으로 하는 씨앗산업은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시키고 더 많은 기아인구를 만들고 있다. 기업의 상술에서 씨앗을 지켜 식량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가배울토종씨앗포럼’이 마련됐다. 앞으로 10회에 걸친 가배울토종씨앗포럼 내용을 격주 연재한다.

다국적 기업의 돈벌이 수단된

세계 농업과 식품 체계

농약기업, 종자 기업,

농기계 기업만 승승장구

 

윤병선 건국대 교수 ⓒ최형미
윤병선 건국대 교수 ⓒ최형미

많은 농민은 풍작이 들어도 가격 하락으로 손해를 보고 흉작이 들어도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 살충제 달걀 사건은 생산자도 소비자도 모두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윤병선 건국대 교수는 세계 농업과 식품 체계가 다국적 기업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이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소외시켜버렸다고 진단했다. 농업은 독과점 대량생산을 하는 기업에 의해 장악됐다며 윤 교수는 그것의 역사적 과정을 설명했다.

사람들은 농업을 마치 공업의 보조적 산업으로 여긴다. 이러한 사고 체계는 세계 최초로 산업혁명을 일으킨 영국에 의해 18세기 후반부터 만들어졌다. 그들은 공산품을 만들어 식민국가에 팔면서 식민국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헐값에 가져와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그들은 농산물을 땅에서 공짜로 주운 것처럼 여겼지만 공산품에는 큰돈을 지급해야 한다고 믿게 했다. 그런 관계를 경험한 제3세계 국가들은 돈을 벌기 위해 빠르게 농업국가에서 산업화로 전환했다. 그러나 제3세계 국가가 공산품을 만들자 또다시 공산품이 헐값으로 취급됐다.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환경오염, 임금착취, 빈곤이었다. 제 3세계 국가에게 영국모델의 산업화는 발전의 해답이 아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세계 경제를 장악했던 미국은 세계인들에게 이상적인 농업은 ‘기계를 가지고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들은 세계 사람들에게 ‘산업형 농장 모델로 전환해라’ 그것이 어려우면 ‘농업은 땅 넓은 미국에 맡기고 다른 산업에 전념하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결국 미국이 세계의 식량시장을 점유하겠다는 야망을 보여줬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전쟁이 끝나자마자 엄청난 원조 물량이 미국에서 들어오기 시작했다. 1950년에 대한모방에 들어온 원면의 포장을 풀자 그것은 1930년대에 생산된 것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윤 교수는 ‘미국은 한국을 도우려고 한 것일까? 자신들의 잉여 생산물을 처리하려고 한 것일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미국에는 ‘PL480호’ 법 조항이 있었다. 이것은 식량 원조를 해 미래의 수출 여건을 조성하라는 조항이다. 원조는 철저한 계산 아래서 이뤄진 것이었다. 원조 받은 국가는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는 순서를 밟게 돼 있었다.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그것에 응답한 국가였다. 1960년대 후반 이후 박정희 정권은 우유를 공급한다며 안성, 교문리 등 서울 근교에 축산 농장을 조성했다. 더 이상 축산은 농부들의 농장에서 사료를 구하지 않았고 수입농산물에 의존하게 됐다. 애시 당초부터 자생할 수 있는 순환적 농법의 고리를 아예 끊어버린 것이다.

그 이후 정부는 쌀시장 개방, 소고기 수입 등의 정책을 펼쳐나갔다. 미국은 농산물을 팔기 위해 다양한 압박과 회유를 했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필리핀 등에 IMF 구조조정 등을 통해 농업을 약화시키는 전략을 실행했다. 미국이 실행했던 국제 원조 과정은 미래의 세계 무역을 위한 연습장이었고 진입로였다.

세계 농식품 체계가 기업들의 투전판이 되는 배후에는 결정적으로 두 가지 역사적 사건에 있다. 1970년대 ‘녹색혁명’과 1986년의 ‘우루과이라운드 무역관련지적소유권(TRIPs)협정’이다. 녹색혁명은 식량증산으로 인류를 빈곤에서 구제한다는 초록의 꿈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것은 혁명적일 것도 없었다. 다량의 비료를 주고 개량된 종자로 다량의 작물을 수확하는 전략이다. 열매를 더 많이 얻으려면 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은 화학비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생산물은 증가했지만 농민들은 농약 중독으로 병들었고, 식탁은 오염됐고 농산물 가격은 하락했다. 토지는 황폐해지고, 강물과 자연은 오염됐다. 모두가 혁명적으로 손해를 보았을 뿐이다. 승승장구 이익을 본 것은 ‘농약기업’과 ‘종자 기업’ 그리고 ‘농기계 기업’이었다.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 무역관련지적소유권 협정에서 주목할 것은 생물 유전자자원에 특허권을 국제적으로 보호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박테리아를 ‘발견’한 것을 계기로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특허가 이루어졌는데, 이후 새로 ‘발견’된 생물들에 대한 특허권을 허용하여 종자 시장과 식품체계가 초국적 농기업들에 의해서 지배받는 구조가 되었다.

발 빠른 벤처 기업들은 서둘러 다양한 생물들의 실용적 용도와 관련해 특허를 내버렸고 대기업들은 자본으로 그들의 특허를 사버렸다. 다양한 식물들에 대한 선주민들의 전통지식은 이런 식으로 도둑질 당했다. 그 뿐 아니라 기업들은 완전하게 자신들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새로운 농산물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GMO다. 그들이 소망하는 유전자를 조합해 GMO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일단 GMO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대를 물려가며 월세를 내듯 돈을 내야 한다. 기업은 건물주보다 더 강력하게, 온 인류가 먹는 씨앗 주인이 되어버린다.

윤 교수는 미국 안에서 농산물 대기업과 정부사이의 회전문 인사가 현대 기업농식품체계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이를 비판한다. 미국 식품의약처의 고위공무원이 몬산토의 홍보책임자로 가는 형태의 회전문 인사는 현대의 농식품 체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윤 교수는 기업이 장악하는 농산물체계에서 농민을 살리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농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며 이것이 시민운동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이어질 강연에서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다뤄질 것에 기대된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