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여성 공중화장실 3곳 뿐…남성 소변기 35곳 비해 차별적

"화장실 없다면 남성용 소변기 이용했어야" 판사 발언에 여성들 분노

 

암스테르담 시내 곳곳에 설치된 남성용 소변기. 암스테르담 관광을 소개하는 ‘왓츠업 위드 암스테르담’ 사이트의 화장실 편을 보면 여성의 경우 ‘버거킹이나 맥도널드를 추천, 아니면 도서관이나 경찰서 등 공공건물을 이용하라’고 씌어 있다. ⓒwhatsupwithamsterdam.com
암스테르담 시내 곳곳에 설치된 남성용 소변기. 암스테르담 관광을 소개하는 ‘왓츠업 위드 암스테르담’ 사이트의 화장실 편을 보면 여성의 경우 ‘버거킹이나 맥도널드를 추천, 아니면 도서관이나 경찰서 등 공공건물을 이용하라’고 씌어 있다. ⓒwhatsupwithamsterdam.com

9월 23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전역의 남성용 공중소변기 주변에 수백 명의 여성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소변기에서 볼일을 보는 시늉을 하고 그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이는 남성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여성용 공중화장실에 항의하는 여성들의 거리 시위의 일환으로 암스테르담뿐만 아니라 하를렘, 로테르담 등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최근 네덜란드에서 화장실 문제가 페미니즘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암스테르담 시내에 단 3곳뿐인 여성용 공중화장실이 문제의 핵심이다. 부족한 숫자도 문제지만 남성용 소변기가 35개나 설치된 것과 비교하면 성차별적이라는 것이다.

화장실이 여성들의 분노를 일으키게 된 발단은 2년 전 일어난 한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어느 날 밤늦은 시간에 게에르테 피에닝이란 이름의 23세 여성이 암스테르담 번화가인 레이체 광장에서 볼일을 볼 만한 곳을 찾았다. 하지만 주변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가장 가까운 여성용 공중 화장실은 수 km나 떨어져 있는 상황. 그는 어쩔 수 없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골목에서 볼일을 보다가 경찰관에게 발각되어 90유로(약 12만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나중에 이러한 상황이 부당하다고 느낀 그는 법에 호소했다. 애초에 여성용 화장실을 턱없이 적게 만든 것이 불합리하다는 것. 사건을 맡은 판사는 18일 판결에서 “여성용 화장실이 부족하다면 남성용 소변기에서 해결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피에닝의 지적을 묵살했다. 이 판결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특히 “불쾌하겠지만 가능한 일”이라는 판사의 발언은 여성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번 암스테르담 화장실 시위를 주최한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 ⓒfacebook.com/events/146662185938347
이번 암스테르담 화장실 시위를 주최한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 ⓒfacebook.com/events/146662185938347

판사의 발언에 항의하기 위해 남성용 소변기를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한 일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시위가 계획됐다. 이번 시위를 주최한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에 1100여명이 참석의사를, 7500여명이 관심을 표현하는 등 반응은 뜨거웠다. 생각보다 너무 큰 관심에 주최 측은 한 때 행사 취소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네덜란드 전역의 남성용 소변기에서 소규모의 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이들은 ‘네덜란드의 화장실 평등’이란 제목의 청원서와 함께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교육문화장관 앞으로 보내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벌어진 청원운동에도 3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했다.

피에닝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일이 엄청난 페미니스트 이슈가 되었지만 내가 원하던 바는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나올 때가 됐다”면서 “볼일을 봐야할 때 여성들이 가야할 곳이 없다는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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