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직접 고용 시정명령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 역할했다”

VS “가맹사업 특수성 무시한 판단”

파리바게뜨노조 “출퇴근 점검하고 

퇴근 후 업무지시도…본사가 사장”

 

21일 고용부는 올해 7월11일부터 6개 지방고용노동청과 합동으로 파리크라상, 협력업체 11곳, 직영점·위탁점·가맹점 56곳 등 총 6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감독 결과 제빵기사들이 근로계약을 맺은 것은 협력업체인데,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본사가 제빵기사 등에게 사실상 직접 업무를 지시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21일 고용부는 올해 7월11일부터 6개 지방고용노동청과 합동으로 파리크라상, 협력업체 11곳, 직영점·위탁점·가맹점 56곳 등 총 6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감독 결과 제빵기사들이 근로계약을 맺은 것은 협력업체인데,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본사가 제빵기사 등에게 사실상 직접 업무를 지시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뉴시스·여성신문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에 시정명령을 통해 제빵기사의 직접 고용을 지시하자, 파리바게뜨 본사와 경제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비스·제조업계 상당수가 도급·파견 근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논란은 산업계 전체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노동부는 9월 21일 파리바게뜨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와 카페기사들의 출근 시간 관리는 물론,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지시·감독을 함으로써 가맹사업법의 허용 범위를 벗어나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 역할을 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5378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와 함께 ‘임금꺾기’ 등 체불임금 110억원 가량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만약 파리바게뜨가 시정명령 이행을 거부할 경우 사법처리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초강수를 뒀다.

그동안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빵집 대부분은 가맹점주와 협력업체 간 하도급 계약을 맺어 제빵기사를 고용했다. 가맹본부가 협력업체에 본사가 개발한 제품의 레시피와 기술을 이전하면 협력업체는 제빵기사들을 교육해 가맹점에 파견하는 형태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 등에 대해 사실상 직접 지휘·명령을 해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의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제빵업은 파견법상 파견대상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파리바게뜨가 직접 업무를 지시한 것은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현행 가맹사업법상 도급 협력업체 소속 직원들에게는 가맹 본사나 가맹점주는 업무 관련 지시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파리바게트 본사는 노동부의 이같은 시정명령에 반발하고 나섰다. 본사 측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으로 매우 당혹스럽다”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제빵기사의 채용·승진·평가·임금 기준에 대해서도 “영세한 협력업체가 참고할 수 있도록 경영지원 차원에서 공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하면 현재 외주업체 소속인 제빵기사들의 처우는 개선되지만 가맹점주들은 인건비 부담이 최대 20%까지 늘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가맹계약상 용역지원은 노동법이 아닌 상법이 관여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경총은 상법 제13장의 ‘가맹업자는 가맹상의 영업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항목을 제시하며 “가맹본부가 가맹점의 영업활동을 위해 상품 및 용역을 제공하고 필요한 교육·훈련, 경영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에 명문화하고 상법은 이를 가맹본부의 의무로까지 규정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대립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은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22일 논평을 통해 정부가 자유경쟁 시장원칙을 무시하고 문재인 정부의 코드로 개별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파리바게뜨가 제빵사를 직접 고용하면 그 부담은 온전히 대리점주들의 비용으로 전가된다”고 반발했다.

반면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은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노동부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파리바게뜨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보수야당들이 재벌대기업의 나팔수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랜차이즈업계나 제조업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해서 이성기 노동부 차관은 26일 “지나친 비약”으로 일축했다. 그는 “다른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사업법상 교육·훈련 범위 내에서 품질 관리를 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제조업 등 다른 업계에서 합법도급을 사용하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임종린 파리바게뜨노조 지회장도 “아무런 고용 관계도 없다는 본사가 제빵기사들에게 조기출근을 지시하고 지각 점검과 지각 사유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생산일지 작성과 신제품 생산 출하를 비롯해 품질 평가, 위생점검 평가, 퇴근 전후 업무 지시까지도 모두 파리바게뜨 본사가 해왔다”며 “본사가 진짜 사장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임 지회장은 “당사자는 우리 노동자들인데, 본사는 우리를 대화 상대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단체교섭 요청에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파리바게뜨 사태 일지>

4월 20일 임종린씨 수당 문제 상담 위해 정의당 비상구(비정규직 상담창구) 방문

6월 27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 임금착취 발표

7월 11일 고용노동부 파리바게뜨 대상 특별근로감독 착수

7월 17일 SPC가 연장근로수당 지급

8월 17일 민주노총 화섬노조(식품회사 산별노조)

8월 15일 노조 설립 일주일 만에 200여명 가입

9월 4일 노조가 SPC에 면담요청 공문 발송

9월 14일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및 부당노동행위 중단 촉구 국회 기자회견

9월 22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결과 발표: 5378명 직접고용 지시 등

9월 24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고용노동부 정면 반박

9월 25일 현재 노조원 400여명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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