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통계 기반에서 

인공신경망 기계번역엔진으로 바꼈지만 

구글, 시스트란 등 5개 번역기 중

유일하게 번역 오류

 

대형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번역기에서 ‘여성우월주의’를 ‘페미니즘’으로 번역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인공신경망 기계번역엔진(PNMT)을 단 번역기는 사람처럼 문장을 인식하고 맥락 속에서 번역을 한다. 현재 네이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빙, 한컴 말랑말랑 지니톡, 시스트란 등에서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성신문이 15일 5개의 번역기에 각각 ‘여성우월주의’를 영어로 번역해 본 결과, 번역기마다 ‘여성우월주의’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 번역기는 ‘여성우월주의’를 ‘Feminism(페미니즘)’이라고 해석하고 있었다. 여성우월주의와 페미니즘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문제를 지적하자 네이버는 21일 이를 수정했다.

 

네이버를 제외한 다른 포털 사이트 번역기들은 ‘Supremacy’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Supremacy’가 우위, 패권, 지상주의를 뜻하는 용어임을 감안할 때, 단어를 단순히 직역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 번역기와 빙 번역기는 여성우월주의를 각각 ‘Female supremacy’ ‘Women of Supremacy’라고 해석했다.

한컴 말랑말랑 ‘지니톡’과 시스트란이 제공하는 ‘ezTalky’는 ‘Chauvinism’이라는 단어로 해석했다. 지니톡과 ezTalky 모두 여성우월주의를 ‘The women chauvinism’이라고 표현했다. 보통 여성 우월주의를 ‘Female chauvinism’ 남성 우월주의를 ‘Male chauvinism’이라 명칭한다.

 

둘의 차이는 ‘성평등을 지향하는가’에 있다. 페미니즘(문학비평용어사전, 2006.1.30., 국학자료원)은 ‘여성의 특질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페미나(femina)’에서 파생한 말로서, 성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시각 때문에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저항하는 여성해방 이데올로기를 뜻한다.

반면 여성우월주의는 남성우월주의의 반대말로, 여성이 남성보다 선천적으로 우월함을 타고났다는 사상 또는 관념이다. 남성우월주의가 여성을 신체·지능·외모·사고·도덕 등 모든 면에서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성을 여성보다 신체적, 지능적, 도덕 등 모든 면에서 열등한 존재로 본다.

김희애(가명)씨는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자라고 하는 남자들도 많습니다’라는 문구를 번역하기 위해 번역기를 사용했는데 ‘Feminism is a feminist’라는 문구가 나왔다”며 “아무리 알고리즘 상 해석이 이뤄진다고 해도 이런 치명적인 오류는 바로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9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네이버 번역기 오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해 9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네이버 번역기 오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와 관련 네이버 홍보팀 관계자는 “기존에 통계를 기반으로 번역이 이뤄졌다면 현재는 인공신경망을 통해 오류를 줄여 나가고 있다”며 “아무리 인공신경망 기계번역엔진을 사용한다고 해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잘못된 부분을 수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는 지난해 9월에도 ‘SEX’를 위안부로 해석해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네이버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Let’s have sex story’ 번역시 위안부 용어가 표기되는 오류가 있었다”며 “번역 오류로 피해를 입으신 위안부 피해자 분들과 잘못된 번역 결과를 드리게 된 이용자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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