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성범죄 혐의 논란 남배우’들 복귀가 지겹다
[기자의 눈] ‘성범죄 혐의 논란 남배우’들 복귀가 지겹다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09.13 13:02
  • 수정 2017-09-17 2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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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시후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 영상 캡처
배우 박시후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 영상 캡처

박시후, 이민기. 성폭행 혐의로 문제를 일으켰던 남자 배우들이 다시 돌아왔다. 박시후는 KBS2 주말드라마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치고 있고, 이민기는 다음달 tvN 월화드라마로 복귀한다. 이쯤 되면 타령 한 구절이 떠오른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박시후는 2013년 2월 연예인 지망생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당시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박씨에게 성폭행 당했다며 그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박씨 측은 “함께 술자리를 갖는 과정에서 서로 호감을 느끼고 마음을 나눈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 후 박씨는 A씨를 무고·공갈미수·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맞고소했다. 하지만 한 달여 후 A씨가 고소를 취하해 박씨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당시 A씨의 갑작스런 고소 취하로 둘 사이에 금전적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던 이민기는 지난해 2월 부산 해운대의 한 클럽에서 만난 여성으로부터 성폭행 및 집단 성추행 혐의로 자신의 지인들과 함께 고소당했다. 당시 수사 결과 A씨 몸에서 이민기 일행 중 한 명의 DNA가 검출돼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기소 의견으로 그를 검찰에 송치하고, 이민기 등 나머지 일행은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후 이민기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렇게 쓸 배우가 없을까”. 성범죄 혐의로 논란이 됐던 배우들이 복귀할 때마다 따라붙는 지적이다. 특히 박시후는 주말 안방극장을 차지한 데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가족들이 다함께 시청하는 주말 연속극에 이런 사람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이유가 뭐냐”는 반응이 쏟아진다. 보아하니 이민기는 여자 배우와 로맨스를 그리는 듯하다. “상대 배우에게 민폐 아닌가” “여자 배우였으면 온갖 비난에 나오지도 못했을 텐데” “성 관련 문제 일으킨 배우들 그만 좀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비판이 높다. 성범죄 혐의로 논란이 된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PD, 작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오랫동안 성폭력 상담을 지원해온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성폭력은 대개 사적으로 은밀한 영역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증인·증거 확보가 어렵고, 수사기관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아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무혐의 처분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남성중심적인 성 통념은 성폭력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사건 조사 과정에서 피해 여성을 움츠러들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경찰·검찰 조사를 버티기 힘들어서 혹은 가해자의 종용·협박을 견디지 못하고 합의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법조계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신체부위가 어디까지인지, 어느 정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인지 사회적 기준이나 법률안이 정립돼있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여러 상황과 원인들이 상호작용해 (실제로는 성범죄를 저지른 이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시청자들이 ‘성범죄 혐의 논란 남배우’들의 복귀를 꺼리는 이유다.

“연기로 보답하겠다”는 말은 이제 지겹다. ‘그들’이 알아두길 바란다. 시청자들은 본인에게 연기로 보답해달라는 요구를 한 적이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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