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생리대, 일회용 생리대 대안 떠올라

세탁과 소독에 드는 시간·비용 만만치 않아

여성들 “우리가 원하는 건 안전한 생리대” 

 

여성환경연대가 5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생리대 모든 유해성분 규명 및 역학조사 촉구 기자회견 “내 몸이 증거다, 나를 조사하라”를 열고 생리대를 몸에 붙이고 바닥에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환경연대가 5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생리대 모든 유해성분 규명 및 역학조사 촉구 기자회견 “내 몸이 증거다, 나를 조사하라”를 열고 생리대를 몸에 붙이고 바닥에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생리대 파동’ 이후 3주 가량이 흘렀다. 그러나 그동안 생리대 제조업체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없었다. 심지어 한 업체는 “식약처 허가를 받아 안전하다”는 답변을 내놓기까지 했다. 정부나 식약처 또한 책임 있는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지나친 우려보다는 인체 유해평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식약처의 권고에 여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성들의 우려는 안중에 없는 듯해 보인다. 

여성들 불안 날로 높아져…

안전한 생리대 찾아 헤매는 여성들

월경하는 여성들에게 생리대는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생리대는 위생용품을 넘어선 생존필수품이다. 하지만 믿고 쓸 수 있는 생리대가 없다. 월경할 날이 다가오는 여성들은 당장 무슨 생리대를 써야 할지 막막하다. SNS에서는 “내 돈 주고 발암물질(일회용 생리대) 골라야 하냐”는 웃지 못 할 한탄이 쏟아졌다. 정부, 관련 기관, 기업들의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들은 스스로 대안을 찾아야 했다. 유기농 생리대·면생리대 품절 대란 사태 등이 바로 그 증거다. 

이마트는 릴리안 생리대 유해성이 보도된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4일까지 15일간 면생리대 매출이 전달 같은 기간에 비해 385% 증가했다고 밝혔다.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에서는 지난달 20일 이후 일주일간 유기농 소재 생리대 매출이 1002%로 치솟았다. 위메프는 지난달 20일 이후 2주 동안 면생리대 매출이 전주보다 338% 늘었다고 밝혔다. 가격비교사이트 ‘에누리 가격비교’에 따르면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제기되기 시작한 지난달 13일부터 26일까지 2주간 면생리대 판매량은 1807%나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생리대 제조·판매업체 ‘한나패드’는 무기한 영업 중지를 밝히기도 했다. 한나패드 측은 공식 홈페이지에 “일회용생리대 불안감으로 주문량이 폭주한 상태”라며 “한나패드는 모든 작업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현재 하루에 감당할 수 있는 주문량을 넘었다”는 공지를 띄웠다. 또 지난달 25~31일 사이에 구매한 제품은 11월 이후에야 받아볼 수 있고, 이달 1일 이후 구매한 제품은 12월 이후 배송된다고 밝혔다. 

유기농 생리대로 알려진 ‘나트라케어’도 품절 대란이 일었다. 독일 유기농·천연 화장품을 구매대행 해주는 한 온라인 사이트는 지난달 23일부터 나트라케어 주문량이 폭주해 주문량을 감당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면생리대, 완벽한 대안 아니야…

자연 해치지 않는 안전한 일회용 생리대 원해”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논란으로 면생리대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면생리대 품절로 이를 구입하지 못한 여성들이 직접 면생리대 만들기에 나섰고, 면생리대 만들기 체험·실습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서울의 한 공방 주인장은 수강생들의 요구로 면생리대 만들기 강좌를 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면생리대는 ‘피난처’에 불과할 뿐, 완벽한 대안은 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탁의 불편함이 가장 큰 이유다. 또 면생리대를 빨아 널 수 있는 환경을 갖지 못한 이들도 많다. 직장인 이모씨는 면생리대 걸림돌로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첫 번째로 들었다. 이씨는 “면생리대 세탁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핏물을 뺀 뒤 빨아 널고 말리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일회용 생리대는 툭 떼서 돌돌 말아 버리면 끝인데 면생리대는 그게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면생리대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씨는 “주거권도 중요하다. 전에 살던 집에선 빨래를 집 안에 널기 어려워 마당에 널었다. 나는 괜찮았는데 가족들이 이웃들 시선을 신경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리기도 했다”고 경험을 털어놨다.

또 다른 대안으로 월경컵도 언급되지만, 질 내 삽입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심리적 문턱이 높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질 입구나 길이에 맞지 않는 제품을 사용할 경우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어 적응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결국 답은 ‘안전한’ 생리대다. 11일 여성신문이 마련한 ‘생리대 사태 긴급 좌담회’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김신효정씨는 “케냐, 르완다에서는 여성들이 직접 생리대를 만든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바나나 섬유·천연 종이를 이용해 생분해 가능한 친환경 생리대를 만든다”고 사례를 설명했다. 또 “노동자 대부분은 여성이다. 여성이 여성 건강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 지역 내에 판매하고, 판매 수익이 지역 경제로 돌아가게 하는 식이다. 대기업의 절반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해도 수익이 나온다고 한다”며 “한국에서도 이러한 방식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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