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 사진은

필카, 흑백사진으로

롤러스케이트, 오락실,

볼링 등 10년 주기 돌아와 

 

‘찰칵’ 좁은 뷰파인더를 통해 사진을 찍는다. 일반 스마트폰이라면 어떻게 나왔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이 앱은 3일이 지나야 사진을 볼 수 있다. 사진도 한 번에 24개밖에 찍지 못해 제한적이고 불편하다. 3일 후 찍은 사진을 보니 액정을 제대로 보지 못해 흐릿하고 구도가 맞지 않는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의 사진을 받아볼 수 있었다.

최근 10~20대가 흑백사진과 필름카메라에 푹 빠졌다. 필름카메라 앱으로 사진을 찍고 흑백사진을 찍기 위해 스티커 부스를 찾는다. 이들은 “사진이 어떻게 나올까 궁금해하며 보내는 시간이 재밌다” “흑백사진으로 찍으니 더 특별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화질 좋은 디지털카메라와 최신형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낯선 흑백사진과 필름카메라는 더욱 큰 매력 요소로 다가온다.

괴물 신인의 이름은 바로 ‘구닥’이다. 코닥과 구닥다리를 뜻하는 이름의 이 앱은 ‘앱스토어 유료 앱 인기순위’ 1위를 5주나 차지했다. 한국을 넘어 대만,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해외 8개국의 유료 앱 1위를 기록하고 중국, 핀란드, 베트남 등에서 카메라·비디오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위에 오른 국가를 모두 포함하면 17개국에 달한다. 지난 20일 기준 42만명이 1.09달러를 지불하고 다운받았다.

 

구닥으로 찍은 일상사진들. ⓒ여성신문
구닥으로 찍은 일상사진들. ⓒ여성신문

불편함은 구닥의 무기이기도 하다. 필름 카메라를 닮은 이 카메라 앱은 일반 카메라처럼 스마트폰 액정 전체로 사진을 찍는게 아니라 뷰파인더와 같은 작은 화면을 통해 피사체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1개의 필름으로 24개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이 또한 다 찍어야만 1개의 필름을 더 받을 수 있다. 찍은 사진은 바로 확인이 불가해 72시간이 지나야 볼 수 있다. 마치 사진관에 인화를 맡겨두고 확인하는 식이다.

‘인생네컷’ ‘포토그레이’는 흑백사진 붐을 불러왔다. 과거 스티커 사진 기계처럼 사람이 안에 들어가 4컷 사진을 자동으로 찍을 수 있고, 컬러와 흑백을 선택하면 인화해주는 자동 인화 시스템이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스티커 사진과 달리 화려한 효과나 글씨들이 없고 간결한 느낌을 준다. 마치 즉석 사진기로 찍은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사진들은 세로로 4컷을 배치해 다양한 표정을 담을 수 있게 했다.

윤혜영(25) 씨는 “사진을 찍기 위해 친구와 일부러 부스가 있는 특정 지역을 찾아갔다”며 “SNS에 인증샷이 많이 올라와 따라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특유의 흑백사진이 주는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전했다. 현재 인생네컷 사진기는 서울 혜화, 수원 남문, 안산 중앙동, 안양 일번가, 대구 동성로, 부산 서면, 광주 송정역 등에 위치해 있다.

 

인생네컷은 대표는 “4개월 전 기기를 처음 오픈했다. 지금은 전국에 설치된 기기가 40~50개 정도”라며 “저희 세대 때 놀이문화들이 요즘 젊은이들에게 접목되니 ‘새롭다’는 반응이다. 하나의 놀이문화라고 생각한다. 가맹점주 한 분이 5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계실 정도로 굉장히 만족해하신다”고 말했다.

인생네컷과 비슷한 ‘포토그레이 오리진’에서도 분위기 있는 흑백사진을 찍을 수 있다. ‘포토그레이 오리진’은 유럽권에서 알려져 국내 처음 도입된 유럽형 감성 흑백컬러 사진 부스다. 아날로그적 매력으로 추억을 남길 수 있어 커플·우정사진 겸 데이트코스로 활용되고 있다. 포토그레이는 현재 전국 37개의 부스가 설치돼 있다.

포토그레이 오리진 관계자는 “포토그레이 오리진은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사업 개시 2개월 만에 CGV와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등 파트너점 40곳을 모집했으며, 올해 안으로 150개 지점을 모집할 예정”이라며 “내년까지 300개 지점 모집을 목표로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상에는 10년 주기 복고열풍이 돌아왔다는 분석도 있다. 인생네컷 대표는 “최근 롤러스케이트, 동네 오락실, 볼링, 동전노래방 등 옛날 놀이문화들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 같은 아이템들은 10년 주기로 유행한다. 기성세대의 놀이문화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롭게 접목돼 유행을 끈다. SNS가 광고매체가 돼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