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의한, 여성들 위한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여성 중심 서사 담았지만

아쉽게도 ‘불편한’ 대목 

곳곳에서 눈에 띄어 

여자는 민폐 운전자에

“‘레즈’는 남자나 다름없어”?

 

개성 넘치는 여성 캐릭터 5인, 짜임새 있는 극본, 탄탄한 연출. 3박자를 고루 갖춰 두터운 마니아층을 자랑하는 JTBC 드라마 ‘청춘시대’가 지난 25일 시즌 2로 돌아왔다.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1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청춘시대에 기대가 높다.

한국 방송계에 남성중심 콘텐츠가 차고 넘치는 가운데, 청춘시대는 여성들이 주체가 돼 극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매우 소중한 드라마다. 각기 다른 여성 군상을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여성들의 드라마’ 청춘시대에도 ‘불편한’ 대목은 곳곳에 존재했다.

 

지난 25일 방영된 ‘청춘시대2’ 1화에서 강이나는 민폐 운전자로 묘사된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영상 캡처
지난 25일 방영된 ‘청춘시대2’ 1화에서 강이나는 민폐 운전자로 묘사된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영상 캡처

‘여자=운전 미숙’ 레퍼토리 지겨워

이번 시즌에선 윤진명(한예리), 송지원(박은빈), 정예은(한승연), 유은재(지우) 등 기존 인물 4명은 그대로 살리고, ‘사이다’ ‘걸크러시’ 역할을 도맡았던 강이나는 안녕을 고했다. 대신 조은(최아라)이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투입됐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돌입하기 앞서, 1화는 강이나와 4명의 캐릭터가 작별하는 내용으로 꾸려졌다.

1화에서 송지원, 정예은, 유은재, 강이나 등 4명의 ‘하메’(하우스 메이트)들은 중국여행에서 돌아오는 윤진명을 마중하기 위해 공항으로 향한다. 다들 들뜬 마음으로 강이나의 차에 올라타지만, 이내 표정이 굳는다. 이유는 강이나의 운전실력 때문. 초보운전인 이나는 최악의 운전실력을 선보이고, 하메들은 혹여 사고가 날까 두려워한다. 이나는 사이드미러도 펴지 않은 채 도로에 나서는가 하면, 뒤에서 차가 오든 말든 무작정 끼어들기를 시도한다. 급기야 하메들은 차선 변경을 위해 직접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뒤차에 양해를 구한다. 이는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며 웃음거리로 소비된다. 

 

지원과 예은이 차선 변경을 위해 직접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뒤차에 양해를 구하고 있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영상 캡처
지원과 예은이 차선 변경을 위해 직접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뒤차에 양해를 구하고 있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영상 캡처

‘여성은 기본적으로 운전에 서투르고, 교통사고를 낼 확률이 높다’. 한국사회에 뿌리 내린 편견이 또다시 작동했다. 드라마는 ‘교통법규에 무지한 여성’을 웃음유발 장치로 이용함으로써 ‘여성 운전자는 위험하다’는 편견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 한국사회는 운전이 미숙한 여성을 ‘김여사’라 칭하고 조롱하는 여성혐오 문화를 여전히 공고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작가는 관련 배경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성을 ‘도로 위 민폐덩어리’로 그려낸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었다.

여자는 ‘예민보스’?

공항에서 윤진명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문제는 발생한다. 차 안에서 하메들은 서로에게 각기 다른 불만들로 서운한 마음을 갖는다. 소심한 은재는 예은이 말끝마다 자신의 말꼬리를 자른다고 생각하고, 지원은 내내 뒷좌석 가운데 자리에 앉는 게 불만이다. 이나는 조수석에 앉은 진명이 저 혼자 귤을 까먹는 것에 서운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불만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그저 속으로 삭일뿐이다. 결국 이 불만은 시간이 흐른 뒤 조용히 폭발한다.

 

소심한 은재는 예은이 말끝마다 자신의 말꼬리를 자른다고 생각해 불만을 갖는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영상 캡처
소심한 은재는 예은이 말끝마다 자신의 말꼬리를 자른다고 생각해 불만을 갖는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영상 캡처

 

이나는 조수석에 앉은 진명이 자신에겐 권하지 않고 저 혼자 귤을 까먹는 것에 서운함을 느낀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영상 캡처
이나는 조수석에 앉은 진명이 자신에겐 권하지 않고 저 혼자 귤을 까먹는 것에 서운함을 느낀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영상 캡처

한국사회는 ‘여자=감성적’이라는 단순하고도 잘못된 공식을 이용해 ‘여자는 감성적이어서 예민하고, 잘 삐친다’는 프레임을 만들어낸다. ‘예민함, 감성적’이라는 편견의 틀에 갇힌 여성의 부정적 이미지는 드라마나 예능을 통해 확대 재생산된다. 미디어는 왜곡된 여성 이미지를 웃음을 유발하는 데 사용하고, 시청자는 이를 보며 웃고 즐김으로써 여성혐오 코드를 비판 없이 수용한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예은은 “만약 (조은이 동성애자면) 어떡하죠?”라는 은재의 질문에 십자가 목걸이를 내보이며 “난 좀 싫다. 불편한 건 아닌데, 좀 그래”라고 답한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영상 캡처
예은은 “만약 (조은이 동성애자면) 어떡하죠?”라는 은재의 질문에 십자가 목걸이를 내보이며 “난 좀 싫다. 불편한 건 아닌데, 좀 그래”라고 답한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영상 캡처

“나는 기독교라 ‘레즈’는 좀….”

이번 시즌의 ‘뉴 페이스’인 조은은 숏컷에 키가 크고 무채색 코디를 선호한다. 아울러 말수가 적고 무뚝뚝하며 냉랭하다. 하메들은 그런 조은과 쉽사리 친해지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쉐어하우스에 조은의 친구가 놀러오고, 조은과 달리 긴 머리에 아담한 친구가 등장하자 하메들은 흥미로워한다. 이에 지원은 엄지를 치켜세우고 이렇게 말한다. “둘이 케미가 아주 그냥!”. 조은은 “그게 무슨 소리냐”며 정색한 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후, 하메들은 한 방에 모여앉아 조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은재는 “숨기고 싶은 진실을 들키면 화를 낸다”며 조은의 성적 지향에 의문을 품는다. 그러자 예은은 “뭐 ‘그쪽’이 흔한 것도 아니고”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에 은재는 “만약 그러면(조은이 동성애자면) 어떡하죠?”라며 걱정하고, 예은은 십자가 목걸이를 내보이며 “난 좀 싫다. 불편한 건 아닌데, 좀 그래”라고 답한다. “조은이 레즈비언이라면 불편하냐”는 진명의 질문에 은재는 급기야 “남자랑 한집에서 사는 거랑 같은 거 아니냐” “서로 불편하면 누군가는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지원이 “그게 바로 차별”이라고 일갈하지만 은재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한다.

 

은재는 집안에 자신과 조은 둘만 남게 되자 두려움을 느낀다. 그는 행여나 은이가 자신에게 무슨 짓을 저지르진 않을까 걱정하며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잠을 청한다. 은이는 몸살에 걸린 은재가 기척이 없자 의식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방문을 열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드라마는 은이의 급박한 몸짓을 공포의 대상으로 그린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영상 캡처
은재는 집안에 자신과 조은 둘만 남게 되자 두려움을 느낀다. 그는 행여나 은이가 자신에게 무슨 짓을 저지르진 않을까 걱정하며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잠을 청한다. 은이는 몸살에 걸린 은재가 기척이 없자 의식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방문을 열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드라마는 은이의 급박한 몸짓을 공포의 대상으로 그린다.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영상 캡처

은재는 집안에 자신과 조은 둘만 남게 되자 두려움을 느낀다. 그는 행여나 은이가 자신에게 무슨 짓을 저지르진 않을까 걱정하며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잠을 청한다. 은이는 몸살에 걸린 은재가 기척이 없자 의식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방문을 열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드라마는 은이의 급박한 몸짓을 공포의 대상으로 그린다. 은재는 은이에 대한 오해를 곧 풀게 되지만, 주인공이 자신의 부족함을 반성하도록 만들기 위해 작가가 퀴어를 도구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동성애 혐오 등 우리사회 현실을 드라마에 반영할 수는 있지만, 잘못된 것에 대한 비판과 통찰의 과정이 없다면 드라마가 혐오를 재생산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었다. 드라마 말미 즈음 은재가 읊조린 “나는 겁쟁이다. 나는 생각하는 것만큼 좋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겁이 난다”라는 내레이션에서는 자기비판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하메들이 조은에게 내뱉는 말들은 불편한 지점이 많다. 예은은 은이에게 “무슨 여자애가 옷이 이렇게 다 시커먼 것밖에 없냐”고 꾸짖는다. 또 그는 종종 남자로 오해받는 은이에게 “그건 외모의 문제가 아니다. 태도의 문제다”라며 “맨날 구부정하게 다니지 말고, 어깨도 쭉 피고 걸음도 ‘사뿐사뿐’ 걸어야지”라고 조언한다. 이처럼 극중 인물의 입을 통해 성별 고정관념을 고착화하는 발언을 내뱉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의문이다.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드라마 ‘청춘시대’가 앞으로 남은 10회 동안 변화를 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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