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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겠다는 보도가 나온 이

후 유행어가 “국민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자”다. 이 말을 듣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의미가 조금씩 다를 것이다. 말 그대로 적용하

면 우선 바지를 안입는 여성들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남성들의

경우도 마른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더 조를 수 있는가”라는 항변

을 할 수 있다. 그러고보면 허리띠를 졸라맬 사람은 뚱뚱한 남성뿐

이다. 실제로 녹색환경연합 대표인 대전대 장원교수는 보도채널인

YTN에 나와 “환경적 관점에서 보면 키크고 뚱뚱한 사람은 문제가

있다. 많이 먹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많다. 이런 학생들에겐 학점을

짜게 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바 있다.

국가부도니 경제신탁통치니 자존심을 박박 긁는 용어들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소득 1만달러시대를 넘어선지 오래고 선진국에 이미

진입한 것으로 알았는데 웬 날벼락인가. 국민들의 분노는 이유도 모

르고 당했다는 것이다. 언제는 ‘세계화’가 나라의 살길이라고 들

었다. 너도나도 외국어도 배우고 지구촌 이곳저곳을 기웃거려 보기

도 했다. 연일 언론에서는 ‘세계를 가다’와 ‘남태평양의 쪽빛바

다’를 펼쳐 해외여행을 부추겼다. 동남아나 미국 LA등 웬만한 곳

에서는 달러가 아닌 우리나라 돈도 받았다. 달러나 엔화에 주눅들어

있던 우리국민들은 우쭐할 수밖에 없었다. 구사회주의권인 동구의

프라하나 부다페스트 등지엔 겨울에도 한국 대학생들이 가장 큰 관

광객들이었다. 그래도 미심쩍었다. 1만달러 시대인데 3만달러를 넘는

미국, 유럽인이나 일본인들보다 더 돈을 많이 쓰는 것이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1백달러를 , 일본인들이 1만엔권을 쓰는

것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10만원짜리 수표를 쓰는 것이 더 쉬워 보

였다.

이제 언론이 책임을 묻는 표적은 3악이니 하는 정책담당자들이다.

언론은 큰 책임이 없는 것처럼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도 책임이 크다. 물론 1차적 책임은 국정최고책임자인 김영삼대

통령에게 있다. 다음은 “내가 갱제를 알았나”라는 신문가십처럼

대통령이 오판하도록 제대로 정보제공을 못하고 오히려 왜곡했다는

경제관료들에게 책임이 있다. 다음이 언론이다. 이미 중앙일보 경제

부차장과 국민일보 문화부장이 이 부분에 대한 반성과 고해를 한 바

있다. 언론의 책임을 환상유포죄, 단순중계죄, 진상외면죄, 대안부재

죄, 관찰소홀죄등 5가지로 지적했다. 죄명만 들어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부국민들이다. 흔히 말하는 호화부유층과 졸부들을

말한다. 얼마전 대도(大盜)가 성북동과 청담동 부유층집만 털었는데

현금은 말할 것도 없고 외화만 한집당 평균 5천달러 정도가 나왔다

는 보도가 있었다. 그것도 장롱 깊숙한 곳이 아니라 안방 서랍정도

에 굴러다녔다는 것이다. 실명제 이후 은행에 돈을 넣을 수가 없어

지하실에 1만원권을 상자에 담아 두고 있다는 설도 나돌았다. 한 경

제학교수에 의하면 경기가 좋았던 88년이후 10년간 땅투기로 벌어들

인 돈이 1천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기간 우리 재벌들이

번 총액은 이의 5분1인 2백조밖에 안됐다는 것이다. 도대체 우리의

땅값은 우리경제지표와 전혀 들어맞지 않았다. 우리 전체의 총생산

액이 일본 제2도시인 오사카부 전체밖에 안되는데, 외형

소비수준은 일본국민들보다 높다는게 말이 안된다. 이렇듯 흥청망청

이었다.

그런데도 정부와 언론은 이 IMF파고를 넘기 위해 국민들이 허리띠

를 졸라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서민들이야 더 줄일 허리도 이미

없지만 괜히 불안하다. 특히 주부들이야 오징어를 살때 다리 하나라

도 없어지지 않았나 살피는 것이 버릇이 되어 있는지라 답답하기만

하다. 남들이 다 하니까 할 수 없이 따라 한다는 학원비나 과외비쪽

에 거품이 있을 지는 모른다. 사교육비는 이미 결단난 공교육의 잘

못때문에 국민들이 울며겨자먹기로 부담하는 또다른 세금과 같은 것

이다. 억울하다.

진짜 줄여야 할 쪽은 비대한 정부기구와 정부투자기관이며 재벌이

다. 여기에 투기로 돈번 배나온 졸부들이다. 높은 데부터, 있는 자부

터 나서야 국민들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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