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10개 제품서 모두 유해물질 검출

생리대 성분 공개하고 전수조사 해야

“안전한 생리대는 여성 인권 문제”

 

 

한 여성이 마트에서 일회용 생리대를 살펴보고 있다. ⓒ여성신문
한 여성이 마트에서 일회용 생리대를 살펴보고 있다. ⓒ여성신문

 

“안전한 생리대는 여성의 인권입니다.” 5월 28일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여성단체들이 외친 구호다. 여성환경연대 등 여성단체들은 일회용 생리대 전성분표시제 실시, 유해물질 기준 강화, 월경용품 공교육 실시를 요구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깨끗한나라에서 생산하는 일회용 생리대 릴리안을 사용한 뒤 월경통이 심해지고 생리양이 줄거나 아예 생리(월경)가 끊기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릴리안 측이 홈페이지에 생리대의 성분을 공개했으나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국 지난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해당 회사의 제품을 수거하고 다음달 검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여성은 약 40년간 평균 1만1000개의 생리대를 사용한다. 생리대 중형패드 한 개가 300~450원으로 가격이 비싼데다 2~3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에서 갈아야 하고 여름이면 습기에 열기까지 더해지면 월경 기간이 찾아오는 게 두려워진다. 여기에 월경통까지 찾아오면 여자로 태어난 것이 원망스러울 정도다. 월경만 안 해도 삶의 질이 수백배는 쑥 올라갈 것만 같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여성 열에 아홉은 생리대를 쓴다. 실제로 식약처가 5월 발표한 조사에서 여성의 80.9%가 생리대를 쓴다고 답했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생리대를 쓰는 이유는 왜 일까. 한국여성들은 대부분 생리대가 습관처럼 굳어지는 성인이 되서야 다른 생리용품을 접한다. 삽입형 생리대 ‘탐폰’이나 실리콘 재질의 ‘생리컵’, 면생리대는 생리대 대안용품으로 취급된다. 질 속에 무언가를 넣는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질막(처녀막)을 찢을 수 있다는 왜곡된 편견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성들은 일회용 생리대 선택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다. 월경통이 줄어든다더라, 잘 때도 안샌다더라, 착용감이 좋다더라, 피부 발진이 없다더라…. 서로 이용후기를 공유하고 다양한 제품을 써보며 자신에게 맞는 생리대 찾기에 나선다.

릴리안은 여성들 사이에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통했다. 늘 ‘1+1’ 행사를 하거나 세일 중이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흡수율이 좋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릴리안을 썼더니 생리양이 줄은 것 같다”는 말이 나오자 우후죽순 ‘부작용’ 사례들이 쏟아졌다. “월경통이 심한 건 건강이 안좋아서라고 여겼지, 생리대 때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호소도 나왔다. 곧이어 릴리안에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현재 집단소송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식약처가 릴리안을 조사 품목에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가 실시한 실험에서 일회용 생리대 10종 모든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게다가 생리대는 ‘의약외품’으로 지정돼 있어 모든 성분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와 기업의 방치 속에 여성들은 자신이 40년 동안 사용하는 1만여개의 생리대의 성분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거의 알지 못한다. 월경은 개인적인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인 문제다. 인구의 절반이 경험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 생리대의 모든 성분을 공개하고 유해물질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여성도 건강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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