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자와 시의 ‘후도피아’, 지방축제의 모델 제시

 

① 전통 도예가의 집. ‘음식과 담화’라는 전통 음미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① 전통 도예가의 집. ‘음식과 담화’라는 전통 음미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② 에서 전통을 자랑하는 여러 기업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내보이고 있다.
② <오래 된 점포 100년전>에서 전통을 자랑하는 여러 기업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내보이고 있다.

 

③ 다도에 대해 경청하고 있는 손님들
③ 다도에 대해 경청하고 있는 손님들

 

④ ‘음식과 담화’ 프로그램 중 일본전기 여직원이 최고의 미식 요리를 손님께 대접하고 있다.
④ ‘음식과 담화’ 프로그램 중 일본전기 여직원이 최고의 미식 요리를 손님께 대접하고 있다.

 

⑤ ‘음식과 담화’ 프로그램 중 평론가가 강의를 하고 있다.
⑤ ‘음식과 담화’ 프로그램 중 평론가가 강의를 하고 있다.

 

⑥ 전통 도예가 집의 가보인 그림. 센리꾸와 이 집 조상이 그려져 있다.
⑥ 전통 도예가 집의 가보인 그림. 센리꾸와 이 집 조상이 그려져 있다.

 

⑦ 에서 마련한 전통요리 시식 행사가 시장에서 있었다.
⑦ <시장 상점가 진흥조합>에서 마련한 전통요리 시식 행사가 시장에서 있었다.

언님께.

이곳에서는 전통의 발견과 지방분권을 향한 기운이 일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특히 분명하 게 볼 수 있었던 곳이 여정의 마지막 지점인 가나자와에서였습니다. 인구가 45만인 가나자와 시는 교또와 더불어 일본에서 전통건물들이 잘 보존된 곳으로 알려진 아름다운 지방도시입니 다 (전쟁 때 문화재를 보존하려는 의도에서 미국이 이 두 도시에는 폭격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히타치, 도시바, 동방생명 등의 네온광고와 나즈막한 기와집과 10층 호텔빌딩이 뒤섞여 있는 모습이 우리 나라 전주나 진주 같은 중소 도시와 매우 흡사한 인상을 주는 곳입니다. 집안 대내로 내려오는 오래된 중소기업이 많으며 큰 도시나 외국에 유학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가업을 잇는 큰 아들들이 지역 활동의 중추를 이룬다는 점에서도 특징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제가 이 곳에 온 것은 매년 2월에 4박5일간 계속되는 후도피아(foodpia, food+utopia가 합쳐진 것)라는 지방행사를 관찰하기 위해서였는데 우선 제가 참여했던 프로그램 하나를 자세히 소개하지요.

외국인에게 보여주는 전통 부활행사

5년째 계속되는 이 행사에 줄곧 참여해 왔다는 한 서독인 유학생의 말을 빌리면 이 행사는 자신(외국인)이 이 지역문화의 진수를 직접 맛보고 소위 상류층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합니다. 이 행사는 봉건시대에 번주가 여러 지방 사람을 초대해서 최고의 음식을 대접하고 얘기를 나누는 관습을 다시 살리는 면에서 전통부활적 의미를 띤다고 그는 강조하였습니다. 내가 그를 만난 곳은 일본 전신전화국(NTT)이 주최하는 〈예술적 음식과 담화〉 기획 프로그램 중 첫날행사인 일본 다도의 창시자 〈셴·리뀨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 시도된 어느 도예가의 스튜디오에서였습니다. 제한된 50명 정도 손님 중 80%가 외국인이었는데 이 프로그램은 특별히 외국인들이 이 지역의 살아 있는 문화를 직접 경험하게 하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답니다.

4시반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아주 전통적인 것과 초현대적인 것이 만나는 이벤트로 기획되어 있었습니다. 현대적 명상음악이 최고 성능의 스피커를 통해 홀러나오는 뜰에서 신사에서 행사할 때 쓰는 장작불 등잔을 밝혀 놓고 손님들은 얼마간 기다렸습니다. 어둠이 짙게 깔릴 무렵에 손님들은 전통노래가 실제로 연주되는 전형적인 일본집 화롯가로 안내되었지요. 그 방에는 집주인인 도예가와 그 아들, 주최 측 NTT 부사장과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센리뀨의 15대손, 평론가, 소설가, 수필가 등 주요토론 손님들도 서양옷 위에 약식의 밝은 빛 일식조끼를 입어 분위기를 화려하게 만들면서 단정히 꿇어앉아 있었습니다. 센리뀨의 15대손이 되는 분은 지금 세계 각 주요도시에 다도연수원 지부를 갖고 있는 “사업가”인데 그 역시 이 모임을 위해 교또에서 왔답니다. 이 전통 가옥에서 연출되는 새로운 전통 만들기 작업은 이 집주인의 아들인 30대 청년에 의해 주도되었습니다. 이 집주인의 아들이자 역시 도예가인 청년이 일어와 영어로 모임의 취지와 절차를 설명한 후 다른 방으로 옮겨서 말차를 한시간에 걸쳐서 마셨습니다. 이 청년이 자기 친구인 세계 각국의 최고 도자기 장인들에게 주문해 만든 각양각색의 찻잔에 “식대로” 만든 말차를 마셨던 것입니다.

 그 후 집안의 보물을 구경하였는데 그것은 작은 그림이었습니다. 센리뀨가 이 지역에 있던 가가 반주의 초대로 왔을때 이집 조상을 도자기공으로 데려왔던 것인데 이곳 반주는 그에게 상을 베풀면서 머물기를 원해서 이집 조상은 결국 이곳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는데, 족자그림에는 센리뀨와 도자기공이 스승 제자 관계 비슷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습니다. 화려하게 붉은 담요를 깐 방에서 6시부터 담백한 약주로 식사가 시작되었지요. 매화꽃으로 장식한 화려한 도시락, 꽃게요리, 철철 넘치는 술 잔, 그리고 새로 만난 사람들간의 대회속에 식사는 9시 30분경까지 지속되었고 그 후에야 초대손님에 의한 강의가 있었습니다. 강의 내용은 “다도란 원래 자유로운 것인데 차차 형식에 너무 치중하게 되어 버렸다. 다시 그 근본 철학을 살려 보다 자유로운 정신을 담아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통과 현대가 만니는 다채로운 행사

행사에서 나의 흥미를 끈 것은 아버지 도예가였는데, 그는 전형적인 장인스타일로 신경질적이며 깡마른 노인이었습니다. 자기 취미가 있고 도자기 만드는 데는 소홀하다”며 핀잔을 주고 있었는데 그 나무람에 자랑스러움과 애정이 담뿍 담겨 있었습니다. 끝마무리에 외국인 손님편에서 서투른 일어로 고맙다는 인사가 있었습니다. “박물관이 아니라 살아 있는 전통, 변해 가는 전통을 보게되어 무척 기쁘다. 내가 살고 있는 뉴욕서 만들어진 잔을보니 더욱 반갑다.”는 내용을 담은 치사였지요. 또 한번의 차

대접이 있은 후 전통그림, 보자기, 엽서 등 선물을 건네받는 것으로 방안의 행사는 끝났습니다. 행사에서는 다섯 명의 매우 아름답고 숙련된 젊은 여성들이 기모노를 차려입고 서비스를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NTT 직원들이라고 했어요. 다도를 새롭게 익힌 신전통세대 여성들인 것이지요. 밖에 나오니 역시 아들 도예가가 준비한 슬라이드(집안의 보물 사진)가 건물의 하안 벽에 비치고 있었어요. 화톳불이 활활 타는 가운데 기다리는 택시들을 타고 우리는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택시비는 이미 지불되어 있었어요. 5천엔에 표를 사고 귀족적 대우를 철저히 받은 것입니다. 일본 전통문화의 정교함과 혁신성에 감탄하면서 말입니다.

그 외 다른 행사들을 소개하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시장에서 〈시장상점가 진흥조합〉이 준비한 전통요리 국 시식행사가 있었고 중앙공원에서는 〈새 술 맛보기〉가, 각 백화점에서는 1백년 전통기업들의 소개전시회가 <오래된 점포 100년전〉이라는 열렸습니다. 흘러간 명화 상영, 옛 사무라이집에서 열린 향토예술공연, 이 지방이 배출한 문학인 집에서의 낭송회, 요정에서 에도시대 게이샤와 여성생활에 대한 재연출 연회, 술 만드는 공장에서 여는 세계의 술과 일본 술의 만남, 그 외 신사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을 초대하여 음악회를 열었고 벤딩머쉰에서 뺀 국수를 먹으며 담화를 나누는 등 행사가 매우 다양했습니다.

국제화와 결합하는 지역민의 제의

이 행사는 주최측도 인정하듯이 아직 실험적인 행사입니다. 1988년에 그들이 펴낸 책 서문에 이 행사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가나자와를 중심으로 하는 이시가와 현의 새로운 겨울 제의를 ‘후도피아 가나자와’라고 명명했다. ‘지역산업이 풍토산업이다’고 하는 의미는 문화생활의 소프트 웨어가 존재  하고 그것이 상품과 서비스의 개선과 만나는 것을 뜻한다. 특히 음식문화는 정보산업의 기초를 형성하고 이시가와 현의 문화지도의 핵심이 되어 있다는 것을 재확인함으로써 후도피아 가나자와의 디자인이 출발하게 되었다.”

이 축제는 크게 지역제, 시민제, 계절제 등 다섯 범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 지역제: ‘후도피아 가나자와’는 현민의 제의다. 현의 문화 자원, 산업 자원을 최고로 활용한 지역활성화를 위한 뉴 미디어인 것이다.

2) 시민제: ‘후도피아 가나자와’는 1백20만 현민의 식생활 전통을 다음 세대에 계승하고 더 풍부한 식생활을 창조하려는 제의다. 생활문화의 기초는 음식문화에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이를 예술, 과학, 스포츠 등 여러 분야의 놀이문화와 연결하는 뉴 미디어다.

3) 계절제: ‘후도피아가나자와’는 적설이 가져온 지방의 맛에 대한 감사제이다. 먹거리와 풍 의 관계를 향토의 재산으로서 영구히 지키고 가꾸어 가려는 기념제다. 설국의 지혜와 최신의 기술을 통합하여 새로운 겨울의 정경을 창조하려는 뉴 미디어다.

4) 기업제: ‘후도피아가나자와’는 식생활과 관계되는 지방산업의 진흥과 거기 따르는 여러가지 경제적, 문화적 파급효과를 주체적으로 창조하려는 식품제다. 전국의 기업이 참여하는 정보 교환의 장소로서 지역기업의 계속적, 건설적 자극을 추구하는 뉴 미디어이다.

5) 국제제: ‘후도피아 가나자와’는 인류와 먹거리와의 항구적 공존을 바라고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과학제다. 인류의 예지를 결집하고 21세기의 식문화를 연구하기 위한 국제적인 뉴 미디어다.

이 행사를 기획한 분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젊은 사장, 또는 원래 마케팅을 전공한 분들로 자기들이 30대였던 10년 전부터 이 행사를 구상해 왔다고 합니다. 이 지역은 섬유와 기계사업 위주로 발전하였는데 동시에 바다에 접하고 있고 전통요리가 발달되어 있으며 문화재가 많아서 이런 조건을 최대한 살리는 소프트를 개발하면 새 산업 개발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벤트를 벌일 때 특별전시장 등 새로운 “하드(hadware)”를 만드는 데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데, 자기들은 기존시설을 이용하여 전혀 새 투자를 하지 않고 오로지 “소프트”로 즉, 아이디어로만 하기로 구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래 된 여관, 요정, 신사나 절, 사무라이집, 시장, 술공장, 공예가의 아트리에, 백화점 전시장 등 기존 건물속에 새로운 내용을 채우는 식으로 이벤트 기획을 한 것이며 우리가 갔던 도예가 집에서의 행사가 바로 그 전형적 경우였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도예가를 설득시키느라 힘이 들었는데 이제 그 뜻을 알아 일이 쉽게 진행된다고 합니다. 일본의 전통공예가나 화가는 부유하고 귀족취미가 있어서 말을 잘 하면 기부도 곧잘 하는 데, 이번에 선물로 준 그림도 최고의 화가가 그냥 준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가 먹은 식사는 실제는 3만엔짜리이며 NTT가 많은 돈을 국제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기부하였다고 하였어요.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가나자와가 동경에 예속된 도시가 아니고 독립적 문화도시라는 상표(브랜드라고 했다)화를 꾀하는 것이라고 그들은 말했습니다. 노도반도(이지역) 의 어부들이 수획한 싱싱한 수해 물로 요리한 것이 브랜드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으며, 고도의 도시 자체가 상품이라는 것입니다. 현 단계에서는 기업이나 방송국 지원으로 이곳 전통문회를 재창출해 내는 것과 중앙의 유명 인물들을 불러와 예술·문화적 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을 주요 메뉴로 하고 있는데, 이번 행사를 위해 가나자와 출신 인사를 포함하여 70여 명의 유명인사들이 모여 들었다고 했어요. 이들은 사례금을 적게 주어도 휴가겸 내려와서 행사에 기꺼이 참석하고, 반면 그들이 오는 것 자체는 주민의 자부심을 불러일으킨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이곳에 인물이 나면 다 동경으로 불려가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각곳 인사들을 다 불러 들일 수 있다는 면에서 이 행사의 의의는 매우 크다고 합디다.

지역을 위한 장기 기획 세워야 할 때

이 기획의 효과는 확실히 커서 가나자와 이미지가 새롭게 부각 되었으며 다른 지방에서도 이런 기획을 배우기 위해 많이 찾아온다고 해요. 경제적으로도 많이 도움이 되는데 한 예를 들어보면, 2월, 8월에는 호텔이 많이 비는데 이제 손님들로 붐비기 시작했으며, 젊은 사람들은 자신 있게 새 기획들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행사가 너무 고급이고 입장료가 비싸다는 비난이 있지만 기존 요정에서 이름난 강사를 불러서 하려면 어쩔 수 없고, 실제 지금은 그 값을 다 받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주최측은 말했습니다. 이런 고급화 경향은 처음 참가하라고 했을 때 주변 지역에서 안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나자와 시의 부유층 중심이 된 것이라면서 이제 지방에서도 참가하고자 서두르므로 그 면은 점차 보완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습니다.

그들이 목표한대로 이 행사는 다기능적입니다. 한편으로 외지에 갔다온 기업주 아들이나 진취적 젊은이들이 실력을 발휘할 자리이자 기업의 이미지를 크게 부각시킬 기회이며, 동시에 자신들이 보다 풍부한 문화적 생활을 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든 셈입니다. 신문사와 방송국은 질이 높은 기사거리를 갖게 되었고 중앙에서 볼때는 지방요리와 더불어 국제요리를 개발시키는 계기이자 국제관광을 촉진시켜 일본이 보다 선전될 기회가 될 수 있어서 좋으며, 일반 지방인들에게는 반복되는 일상생활에 활력을 넣어 주고, 자부심을 갖게 되어 좋은 것입니다. 외국인들 역시 이 문화와 보다 가깝게 만나게 되어 일본의 좋은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처남 좋고 매부 좋은” 행사에 함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기업에 의해 전통문 화가 상업주의로 기획, 왜곡될 기능성이 크고, 아이디어가 충만한 소수 새계급에 의해 지방문화의 판도가 장악될 위험성, 유서깊은 지방기업주의 힘이 커져서 다른 중소기업이 발 붙이지 못하는 풍토를 만들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행사에서 보는 긍정적 측면은 지방분권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입니다. 현대 유럽 공동체(EC)나 북미 국가들 중심으로 국제화와 지방분권적 추세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국가 단위를 넘어 광역회될 경제체제, 문화체제를 생각해 봅시다. 우선 작은 지역들은 어떻게 경제적으로 살아 남을 건가요? 다음으로 그런 유동적 체계 속에서 모든 사람들이 국제인이 되는 것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면 그들은 어떤 소속감을 갖고 살게 될 것이며, 무엇을 바라고 즐기면서 살게 될 것인가요? 이 두 문제를 풀어 갈 길은 결국 지역공동체문화를 재창출하고 자치성을 높이는 길뿐인 것입니다.

“모든 것은 서울로” 통하는 우리 나라처럼 일본 역시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동경중 심성이 매우 강하여 그 문제점이 수시로 제기되어 왔다고 합니다. 최근 오사까 시가 21세기 협회(기업, 관료, 학자들의 모임)를 만드는 등 동경에 소속되지 않는 참신한 자율적 경제 문화중심지를 만들려는 움직임들이 일고 있지만 아직 동경중심체제는 상당히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가나자와 후토피아 기획 역시 작으나마 이 방면에서 아주 주요한 모델을 제시할 실험 이라고 나는 봅니다. 특히 하드웨어를 더이상 만들지 않고 소프트 웨어를 채운다는 원칙이 그러합니다. 차분히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에게 없는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것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사실상 하드웨어는 과잉상태에 있지 않은지요? 마치 휴가에는 할 일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여 단체관광여행에 따라 나서고 여가에는 할 일이 TV보기, 오락, 음란비디오 보는 것이나 낮잠자는 것이 고작이며, 전산통신망을 통해 보내는 소식이 기껏 실없는 농담들인 것처럼, 기계가 만들어 낸 공간을 사람의 생각과 꿈과 아름다움으로 채우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가나자와의 젊은 세대는 신통하게도 거대한 비행장과 호텔을 짓는 것보다 더 빨리 더 오래 손님을 끄는 방법을 이제 터득해 낸 것입니다. 경주, 부여, 안동, 진주, 전주, 충무 또 부산 해운대에서 후도피아와 같은 기발한 이벤트를 벌이는 것은 어떨까요? 이제 기업과 매스 미디어와 지역주민은 한데 모여 지역을 살리기 위한 장기기획을 세워 가야 할 때가 오고 있습니다. 전통도 살리고 자신의 일상적 삶을 살찌우면서 이웃지역과 이웃나라와 새로은 생각을 주고 받는 시대를 우리도 서둘러 준비 해야겠습니다. 보다 “소프트”한 우리들이 말입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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