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추천에도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문제가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삼성카드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카드를 추천한다는 명목으로 성별에 따라 카드 소개와 혜택을 다르게 설정해 논란이 일었다. 남자는 ‘멋지게 누리고 소비’할 권리를 강조한 반면, 여자는 엄마라는 존재에 초점을 맞춰 소비 행태를 자녀 양육·교육에 한정시킨 것이다.

성별에 따라 카드상품 혜택에 차이를 두는 것도 문제로 제기됐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카드에는 쇼핑, 커피, 레스토랑, 뷰티, 백화점, 육아 등과 관련된 혜택이 많았다. 반면 남성을 위한 카드에는 주유, 엔진오일 교환, 골프, 호텔, 영화, 스포츠 경기 입장료 할인 등의 혜택이 주를 이뤘다. 

15일 오후 삼성카드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본 결과 ‘혜택’, ‘소비유형’, ‘라이프’ 등 각 분류에 따라 고객의 스타일에 맞는 카드가 추천돼있었다. ‘내게 맞는 카드 찾기’에서 ‘라이프’를 유형을 살펴봤다. ‘카드를 주로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질문에는 유형 A부터 D까지 제시돼있었다.

문제는 TYPE D였다. ‘명세서는 꼼꼼히 확인, 혜택과 이벤트도 잘 챙긴다’는 해당 유형 밑에는 ‘주로 가족을 위해 지출하느냐’는 질문이 따라붙어 있었다. ‘YES’를 택하니 성별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남자인 경우 ‘열심히 살고 멋지게 누릴 줄 아니까’라는 소개와 함께 음식점·주점, 대중교통, 이동통신 등의 적립 혜택과 택시, 철도, 골프연습장, 주유 등의 할인 혜택이 제공되는 카드를 추천했다.

 

삼성카드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카드를 추천하면서 성별에 따라 카드 소개와 혜택을 다르게 설정해 논란이 일었다. ⓒ삼성카드 홈페이지 캡처
삼성카드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카드를 추천하면서 성별에 따라 카드 소개와 혜택을 다르게 설정해 논란이 일었다. ⓒ삼성카드 홈페이지 캡처

반면 여자에겐 ‘자녀가 아직 어린가요?’라는 질문이 주어졌다. ‘네, 어린이에요’라고 답한 여성에게는 ‘엄마면서 여자라서’라는 설명이 붙은 카드를 추천했다. 학원·서점·학습지, 커피·제과, 영화티켓, 놀이공원 할인 등의 혜택을 비롯해 할인점·쇼핑몰·쇼핑몰 적립 혜택이 제공되는 카드였다. 이어 ‘중고등학생 아이가 있다’는 여성에겐 ‘가족과 함께하면 행복이 더 커지니까’라는 카드를 소개했다. 음식점, 주유, 교육, 커피·제과, 동물병원 등의 적립과 함께 홈쇼핑, 병원·약국 등의 할인이 제공되는 카드였다.

카드추천에도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은 의아해했다. 한 누리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문제제기했다. “가족카드를 만들 때도 남녀에 따라 갈린다” “아빠는 멋지게 누리면서 살고, 여자는 자식만 키우라는 건가”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어 “애는 여자만 키우나” “여자는 양육자임을 기본으로 전제하고 자녀 연령까지 묻지만 남자는 직업 유무도 묻지 않고 ‘열심히 살고 멋지게 누리라’고 한다. 왜 여자는 꼭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여야 하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자를 ‘엄마’로 한정해 자녀 양육·교육을 도맡아 하는 사람으로 단정 짓고, 성별에 따라 카드추천에 차이를 두는 건 성차별이라는 비판이 계속됐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 측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승태 삼성카드 홍보팀 선임은 “카드를 만들 때 빅데이터를 이용해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들을 성별 또는 연령별로 나누거나 업종 별로 분석한다”며 “여성의 경우 아이 유무에 따라서 소비패턴이 나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들은 연령별로 카드혜택이 세분화가 돼있다. 젊은 여성을 위해선 커피나 쇼핑 등의 혜택이 포함된 카드를 마련했고, 아이가 있는 여성을 위해선 교육비 혜택을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에게만 아이의 유무를 묻고 교육 혜택이 포함된 카드를 추천하는 것은 ‘양육=여성의 역할’이라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 투영된 것이기에 엄연히 성차별적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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