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대변인 등 백악관 고위직

연이은 경질·사임…여성은 2명 뿐

원인은 부드러운 소통 방식?…

“정치 위기 겪을 정도 권한 없어서” 분석도

 

백악관 내의 권력 암투에서 살아남은 여성들. 왼쪽부터 켈리앤 콘웨이 선임고문, 디나 파월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니키 헤일리 주 유엔대사. ⓒ켈리엔 콘웨이 트위터, 니키 헤일리 페이스북, goldmansachs.com
백악관 내의 권력 암투에서 살아남은 여성들. 왼쪽부터 켈리앤 콘웨이 선임고문, 디나 파월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니키 헤일리 주 유엔대사. ⓒ켈리엔 콘웨이 트위터, 니키 헤일리 페이스북, goldmansachs.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6개월이 지난 지금 백악관을 둘러싼 혼돈이 계속되는 가운데 백악관 내에서 소수에 불과한 여성들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백악관에선 라인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 숀 스파이서 전 대변인,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 핵심 인력들이 연이어 경질되거나 사임했다. 앤서니 스카라무치 신임 공보국장은 온갖 분란을 일으키고 취임 10일 만에 해임됐으며 한때 최측근으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수석고문도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나 다음 순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처럼 백악관 내에서 해임과 사임 소식이 쏟아지는 반면 여성 인력들은 대부분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전보다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어 눈길을 끈다. 선거운동 기간 때부터 여성 비하 발언으로 비난을 받는 등 여성 인력과 어울리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던 트럼프 대통령이기에 이례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백악관 여성 인력의 핵심 인물은 켈리앤 콘웨이 선임고문이다. 공화당 선거 캠프 최초의 여성 선대본부장이자 대선을 승리로 이끈 첫 여성이기도 한 콘웨이는 세간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철저히 트럼프 편에 서온 인물. 가짜 ‘볼링그린 대참사’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최근 스카라무치 전 공보국장 후임으로 거론되기도 하는 등 세력을 굳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콘웨이의 집무실을 화려한 컬러에 벽에는 대형 가족사진이 걸려 있고 이방카 트럼프의 저서가 전시된 ‘편안한 셋방’이라 묘사하며 “콘웨이는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나 경질된 라인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 등에게 배척당하기도 했지만 이들보다 훨씬 오래 이 곳에 머물 것”이라고 보도했다.

콘웨이의 경쟁자로 꼽히는 골드만삭스 파트너 출신의 디나 파월은 경제 선임고문에 이어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까지 맡으면서 국가안보회의(NSC)의 2인자로 부상했다. 파월은 존 켈리가 맡게 된 백악관 비서실장의 최종후보로까지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은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이 해임되기 몇 시간 전 니키 헤일리 주 유엔대사와 함께 ‘야수(The Beast)'라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차량에 초대되어 백악관에서 앤드류 공군기지까지 함께 타고 가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스파이서 전 대변인의 경질에 큰 이득을 본 인물은 그의 뒤를 이어 부대변인에서 대변인으로 승진 발탁된 새라 허커비 샌더스다. 또한 린지 월터스 부대변인은 프리버스와 쇼트가 쫓겨난 후 폭풍우를 잠재우는 역할을 담당했다. 28세 나이에 전략공보국장에 발탁된 호프 힉스도 주목받는 인물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트럼프다. 트럼프 대통령과 사위인 자레드 쿠시너 수석고문이 러시아 스캔들로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동안 이방카는 논란에 엮이지 않고 백악관의 가장 힘 있는 여성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백악관에서 물러난 여성은 캐슬린 맥팔랜드 전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과 케이티 월시 부비서실장 등 2명뿐이다. 이처럼 여성들이 백악관 내의 권력다툼 속에서도 예전보다 더 안정된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일부에서는 여성들의 부드러운 소통 방식으로 트럼프의 병적인 자기중심주의를 다루는 데 더 능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백악관 고위직 여성의 많은 수가 3~5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어서 백악관의 권력암투에 뛰어들 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오히려 단순하다. 여성 인터넷뉴스 위민인더월드는 “애초에 트럼프 대통령 주변의 여성들에게는 정치적 위기를 겪을 만큼의 핵심적인 권한이 없었다”면서 “1년에 17만 9700 달러 이상을 받는 22명의 고위직 중에서 여성은 5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의 여성들이 주목받으면서 이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백악관 직원 중 남성의 평균 연봉은 10만 4000달러인 반면 여성은 남성의 80% 수준인 8만 3000달러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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