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컨설팅 해준다며 ‘성형대출’ 권유

여성 노리는 대출 광고 점점 교묘해져 

불법 사금융에 연 30%의 높은 이자율 

“여성 대출은 가혹한 추심으로 이어져

 

지하철 성형외과 광고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하철 성형외과 광고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형외과 상담 받고 오세요. 대출해 드립니다.”

‘뷰티 컨설팅’이란 이름으로 ‘성형대출’만을 전문으로 하는 대출업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성형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젊은 여성들을 노린다. 수술 당일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할부 형식으로 나눠 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대출업체들은 성형외과와 연계돼 있으며 연 30%의 높은 이자를 요구한다. 신고 없이 운영하는 불법 사금융이 대부분이다.

지난 3일 온라인 광고 글을 올린 성형대출업자에게 직접 문의를 해봤다. “성형대출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하자 업자는 나이도 묻지 않고 일단 성형외과 상담 예약부터 받으라고 권유했다. 그는 “우선 고객분 현재 신용상황과 가능여부 먼저 점검해드린다. 신용상 불이익은 발생하지 않는다”며 “상품진행에 적합한 상황이면 병원 상담과 견적을 받아오고 수술까지 확정지으면, 해당 금액에 맞는 상환 기간과 연 이자율·월 상환금액·월 이자금액 등등 전반적인 금융상담을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업자는 “현재는 가맹 제휴 병원들로만 상담이 가능하다”며 성형외과 6곳의 목록을 보내왔다. 이들 성형외과는 대부분 강남역·압구정역·언주역·신사역 등에 있었다. 다른 성형외과에서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하자 “가맹병원에서만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그는 “최고 연 27.9%에 상환 기간은 60개월까지 가능하다. 100만원당 월평균 이자 최대 2만3240원까지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뷰티컨설팅을 해준다는 업체에 직접 문의한 내용. 대출업자는 나이도 묻지 않고 성형외과 상담 예약을 권유했다. ⓒ여성신문
뷰티컨설팅을 해준다는 업체에 직접 문의한 내용. 대출업자는 나이도 묻지 않고 성형외과 상담 예약을 권유했다. ⓒ여성신문

의료법 제27조 3항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최근 이 법을 어긴 다수의 성형외과가 적발됐다. 실제로 지난 7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무등록 대부업체를 운영하며 수백명에게 ‘성형 대출’ 상품을 판매한 혐의로 박모씨 등 2명을 구속하고 23명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법정 최대 금리는 연 27.9%지만,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연 34.9%의 이자를 받아냈다.

문제는 ‘성형대출’ 광고가 평소 외모에 관심이 많지만 돈이 없는 젊은 여성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뷰티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 글을 올리는 식으로 성형대출을 권유한다. 최근 회원 수 80만의 한 뷰티카페에는 “성형하고 싶은데 돈 없으신 분에게 성형대출을 해준다”며 “불법 사채 일수가 아니라 제2금융권이다. 직업이 없어서 대출 안 되는 사람들, 나이가 어려 대출이 안 되시는 분들 일단 연락 달라”는 다수의 글이 올라왔다.

이들 커뮤니티에는 성형대출을 이용해봤더니 만족스럽다는 내용의 후기도 주기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게시 글 내용은 이렇다. “이번에 쌍커풀이랑 쁘띠 성형 목적으로 대출받았는데 좋았어요. 한 달 이자도 엄청 싸고 혹시 주변에 대출받아서 성형하신 분들은 이자 얼마씩 내세요? 저는 무직자인데도 대출 가능했어요. 성형은 일단 하고 봐야 하는 듯. 예뻐지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의 성형 시장은 연간 5조원 규모로 세계시장의 4분의 1에 이른다. 서울 강남은 이러한 성형 시장의 중심지다. 강남역 인근에서만 발생하는 전체 서비스업의 매출액 중 성형외과는 38.6%를 차지한다. 이렇듯 성형 시장이 계속해서 확대되는 동안 성형대출을 알선하는 행위가 점점 더 교묘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대출 알선은 대부분 ‘불법’이다. 영리 목적으로 특정 병원에 환자를 알선하는 것이 현행 의료법상 불법인 데다 돈을 빌려주는 곳이 대부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불법업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작년 브로커와 이른바 ‘후불성형’이라는 신종 대출 영업에 연루된 강남의 성형외과 의사에게 법원은 벌금 1000만원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와 관련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활동가 별은 “대부업계에서 여성에게 대출해주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상식”이라며 “이러한 약탈적 대출 계약은 곧 가혹한 추심으로 이어진다. 2~30대 여성들의 담보는 곧 여성의 몸 자체이기 때문에 상환과정 자체가 성매매 피해, 불법 추심 피해와 결부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청년, 여성고금리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 말까지 최근 4년간 상위 10대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총 50조9000억원 중 청년과 여성이 차주인 대출이 26조3000억원으로 51.67%를 차지해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을 노리는 이러한 약탈적 대출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활동가 별은 “있더라도 표피적인 1대 1의 채권 관계만을 건드릴 뿐”이라며 “근본적인 안전망은 성 산업과 대부업, 성형산업 등 여성을 착취하며 얽혀 있는 구조 자체를 건드리는 것이어야 한다. 복합적인 법적 검토가 필요하며 일차적으로는 추심 규제와 피해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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