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이혜훈·이정미 대표

강한 리더십·젠더 관점으로

마초 정치판 새 희망으로

지방선거서 여성공천 30%

확보해낼 지 여성계 주목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여성 당 대표 ‘트로이카’ 시대가 열렸다. 여야 정치권이 ‘여성’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원내 5당 가운데 3당을 이끈다. 2012년 박근혜, 한명숙, 이정희·심상정 대표 시절 이후 다시 찾아온 여성 당 대표 시대다. 이들이 새로운 리더십과 젠더 관점으로 남성 중심 국회에서 ‘젠더정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지방선거)에서 ‘여성 30% 공천’을 확보하고 나아가 정당 내 여성정치세력화를 위한 지속가능한 제도 마련도 요구된다.

“우리 여성 의원들이 부당한 뒷거래를 하지 않고 막장 싸움질을 하지 않는 품격있는 정치를 열었으면 좋겠다.” (이혜훈 대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저는 진정한 양성평등 시대의 롤모델이 될 것 같다.” (추미애 대표)

“저는 여성 당 대표 시대를 뛰어넘어,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고 폭력으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여성들에게 실질적으로 여성의 삶을 보호할 수 있는 정치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이정미 대표)

추미애, 이혜훈, 이정미 대표는 인사차 만난 자리에서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며 남성 중심 국회에서 연대와 협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세 사람은 소속당의 치열한 경선에서 남성 후보들을 물리치고 대표 자리를 거머쥐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여성’이라는 성별만으로 세 대표를 묶을 수는 없다. 당 색깔만큼이나 정치적 입장도 다르고 출신 지역이나 경력에서도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남성이 당 대표일 때는 ‘남성 당 대표 시대’라고 이름 붙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차별적 접근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여성정치세력화 운동의 노력이 여성 정치인의 증가로 이어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도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낮은 상황에서 여야 3당의 대표가 여성이라는 점은 정치사에 있어 하나의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여성 정치인으로서 정계에 입문해 여성 어젠다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과거 여성 의원들과 달리 상당수 여성 정치인들은 ‘여성’보다는 ‘정치인’으로서 정체성이 강해 이전보다 여성 어젠다에 관심이 적다”고 짚었다. 20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17%로 유엔 권고 수준인 30%에 턱없이 모자란다. 국제의원연맹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한국의 여성의원 비율은 193개국 중 116위에 그쳤다. 세계 144개국 중 116위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성평등 수준은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은 사회적 소수자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주요 정당의 대표이자 여성을 대표해 국회에 진출한 세 사람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여성정치 발전을 위해 세 여성 당대표가 어떠한 노력을 기울일지 주목된다.

 

집권 여당의 수장인 추미애 대표는 여성 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5선 의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추 대표는 지난 7월 여성신문이 주최한 ‘20대 국회 개원 기념 여야 4당 최다선 여성 의원 좌담회’에서 “여성 의제 해결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성폭력 근절을 위해 4당 최다선 여성 의원들과 협력해 법제화에 힘쓰겠다고도 했다.

이혜훈 대표도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남성 중심 국회에서 높은 벽을 낮추는 방법은 힘 있는 포스트(자리)에 더 많이 진출하고 더 빨리 진출하는 것”이라며 “여성 당 대표로서 유능한 여성들이 자기 자리 찾아가도록 마중물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정미 대표는 아예 ‘페미니스트 당 대표’를 약속했다. 그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의당 식의 여성주의를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나갈 지 합의점을 만들어 가는 게 가장 큰 임무”라고 밝혔다. 주요 여성 이슈인 비정규직, 임금차별, 폭력으로부터의 보호, 1인 가구 등 정책 의제를 논의하면서 여성주의 정당의 형태를 구체화해나가겠다는 설명이다.

이른바 ‘여야 3당 대표 시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1월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 대표 선거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당 대표로 선출되며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야 당 대표에 모두 여성이 위치했다. 같은 시기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이정희, 심상정이었다. 당시에도 여성 정치인들의 약진에 새로운 여성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막을 내렸다. 두 번째 열린 여성 당 대표 시대는 달라야 한다는 게 여성계의 반응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을 쥔 당 대표가 당헌에 규정된 ‘성평등’ 가치를 실현하고 여성계 숙원인 ‘여성 공천 30%’을 달성하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정당 내에서부터 여성 정치인의 성장이 지속가능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김은희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연구위원은 “여성 당 대표들이 책무감을 갖고 여성정치세력화나 여성 관련 의제 등을 정치 우선순위에 넣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더이상 선거 때마다 ‘여성 인재가 없다’ ‘여성은 경쟁력이 없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정당 안에서 여성들이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과 정치경험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여성 당 대표들이 ‘여성 30%’라는 공천 비율을 달성하는 것과 함께 여성정치발전기금의 용도 방향을정하는 등 여성 정치 신인이 성장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를 마련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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