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 폐쇄 위해

조례 만들어 성매매 여성 자활 지원 추진

지원금 발표에 여성혐오성 민원 빗발쳐

“정부가 지정, 관리한 성매매 집결지들은

지역과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

 

“이건 여성들을 위한 일이고, 법적으로도 타당한 일인데요. 남성분들이 ‘왜 그런 사람들에게 혈세를 지원하냐, 공장에서 뼈빠지게 일해도 100만원을 벌기가 힘든데, 왜 몸 파는 여자들에게 2000만원씩이나 지원하냐’ 같은 민원을 많이 넣어서 아주 죽겠습니다.” (대구시 여성가족정책관실 관계자)

지난해 12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탈성매매’ 여성 지원에 나선 대구시. 그러나 사업 시행 전부터 “몸 파는 여자들을 위해 혈세를 낭비한다” 등 여성혐오성 비난이 빗발쳐 몸살을 앓고 있다. 

 

대구시 중구 도원동 3번지 일대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 (2014년 9월) ⓒ뉴시스·여성신문
대구시 중구 도원동 3번지 일대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 (2014년 9월) ⓒ뉴시스·여성신문

대구시가 이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연말까지 성매매 집결지인 ‘자갈마당’(중구 도원동 3번지 일대)을 폐쇄하기 위해서다. 1908년 일본인들이 조성한 유곽에서 출발한 자갈마당은 국내 3대 성매매 집결지로 꼽힌다. 대구시는 성매매집결지가 주거·교육·관광 환경을 해친다고 판단해 집중 단속을 예고한 바 있다. 현재 경찰 추산 여성 110명(대구여성회 추산 150~200명)이 자갈마당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다. 성매매를 그만두고 자활 상담·직업 훈련에 성실히 참여하는 여성들은 10개월간 최대 20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매달 생계비로 100만원씩, 주택 보증금·임대료 등 주거비로 700만원, 나머지는 직업훈련비로 받게 된다. 

문제는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성매매 여성 비하·혐오성 반대 민원이다. 이 때문에 대구시 담당 부처와, 이 사업을 위탁 수행하는 ‘대구여성인권센터 성매매피해상담소 힘내’ 측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작년 사업 계획 발표 땐 옹호 여론이 높았는데, ‘성매매 여성에 최대 2000만원 지급’ 보도 이후 반발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SNS와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창에서도 “성매매 여성이 무슨 피해자냐” “몸 팔아 편하게 살다가 나랏돈 타먹는 것” 등 비슷한 여론을 확인할 수 있다.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는 27일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성매매 여성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2000만원을 주는 게 아니다. 따져보면 큰돈도 아니다. 자갈마당 여성들은 성매매 외의 경제적 자원이 없는, 나이 들고 건강이 나쁜 분들이 많다. 인신매매도 많고, 알선업자들이 이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여성들이 업소에 나가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다른 길을 찾으려면 최소한의 생계와 주거가 보장돼야만 한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지원 규모가 과하다는 분들을 보니 다들 힘든 청년들이더라. 그런데 자갈마당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더 소외된 이들이다. 서로 힘든 처지인데 배려하기보다 ‘몸파는 X들 그냥 거기 남아라’ 등 비하·혐오 표현만 난무하고 있다”며 “성매매 여성들도 그런 여론을 알고 있다. ‘공돈’을 받기 싫다며 불편해 하는 여성들도 있다. 알선업체는 이를 이용해 유언비어를 유포하면서 성매매 여성들을 붙잡아 두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갈마당을 포함한 성매매 집결지들은 정부가 특정 지역을 지정해 관리한 것으로, 지역과 국가가 책임질 문제다. 국가의 개입과 지원이 꼭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21일 오후 3시 대구시민공익활동센터 상상홀에서 도원동 성매매 집결지 폐쇄 촉구 집담회를 개최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 앞에 한 성매매 여성이 앉아 있다. ⓒ여성신문
지난 6월 21일 오후 3시 대구시민공익활동센터 상상홀에서 도원동 성매매 집결지 폐쇄 촉구 집담회를 개최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 앞에 한 성매매 여성이 앉아 있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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