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인터뷰

대통령 꿈꾸는 초선 비례대표

정부 증세 범위 작아 반대,

한국당 ‘세금폭탄’ 발언 어이없다

사회 속 여성주의도 백가쟁명

정당 내에서 합의점 만들 것

비혼 알려지면서 질문 많아…

“남성 정치인이라면 관심가질까”

 

“정의당이 제1야당, 나아가 수권정당이라는 목표를 세웠어요. 그렇다면 저는 대통령이라는 꿈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정미(51) 정의당 대표의 꿈은 원래 기자였다.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지만 노동운동에 전념하기 위해 얼마 후 중퇴했다. 30여년 후엔 진보정당의 수장을 꿈꾸며 비례 국회의원에 도전한다. 당선 1년 4개월 만인 지난 지난 6월에는 재선을 꿈꾸며 자유한국당 텃밭인 인천시 연수구에 지역구 사무실을 열었다. 최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통령이라는 꿈도 드러냈다.

20대 국회 초선 비례대표임에도 지난 1년간 굵직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의정활동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 이정미 의원이 지난 7월 11일에는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집권을 꿈꾸는 제1야당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천명했다.

지난 대선에서 창당 5년차 정의당은 심상정 전 대표의 활약으로 입지를 다졌지만, 국회에서는 여전히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한 여섯 의석의 진보정당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큰 꿈을 품는 것은 정의당이 ‘촛불 최전선 1중대’로 국민의 뜻을 철저히 국회에 전달하면 사회를 혁신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정치 환경도 바뀔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다.

지난 25일 인터뷰를 위해 국회 당대표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늘 그렇듯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당지도부 회의석 중앙에 앉았다. 새 정부에 너무 호의적이라는 비판부터, 여성주의 정당에 관한 입장과 당내 논란, 재선 준비까지 다양한 질문에 대해 “애매모호한 것을 싫어한다”는 그의 말처럼 단호하고 명확하게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뜨거운 현안인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를 상대로 한 정부의 증세 방침에 반대한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복지 재원 마련에 필요한 증세의 범위를 너무 작게 가뒀다는 것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의 ‘세금폭탄’ 발언은 너무 어이없다. 112개 대기업과 0.24%에 불과한 5억 이상 소득자를 천년만년 위하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하면서, “많은 국민은 실업폭탄, 학비폭탄, 물가폭탄 모든 폭탄을 안고 산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이 주장하는 선거제도 개혁은 제1야당이라는 목표를 향한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보이지만, 이 대표는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정상화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피력했다

“양당제가 얼마나 민의를 왜곡하고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었나. 소선거구제를 바꿔야 한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에 이런 의지가 있었고, 새 정부도 모든 적폐를 해소하자, 비정상적인 국가시스템을 정상화하자고 했다. 비정상 시스템 중 하나인 선거제도 개혁이 그 마침표라 생각한다. 우리의 삶이 정치로 수렴되기 때문에 나머지를 정상화시켜도 정치를 바꾸지 못하면 온전한 개혁으로 보기 힘들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국회를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20대 국회가 국민들이 원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데 큰 족적을 남기려면 이해관계보다 전체 대한민국 정치 개선에 20대국회로 가자고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페미니스트 당대표’라고 스스로를 호명했다. ‘여성주의 정당’을 표명하고 있지만 당내 갈등에 대해 고민이 적지 않아보였다. 이 갈등의 원인을 사회운동과 당이라는 정치조직의 차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이 대표는 진단했다.

“지난해 큰 사태를(메갈리아 논쟁) 겪었잖아요. 우리 사회의 여성주의 시각이 그대로 당 안으로 들어왔는데, 당에서 통일시켜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사회운동으로서의 여성주의도 백가쟁명이에요. 그 안에서도 어떤 건 너무 온건적이거나 미온적이라고 비판받기도 하고 어떤 것은 너무 급진적인 거 아니냐고도 하죠. 당은 사회운동과는 달리 하나의 통일적인 수단을 써야 합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3·4기 지도부 이취임식’에서 이정미 정의당 신임대표가 정의당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3·4기 지도부 이취임식’에서 이정미 정의당 신임대표가 정의당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당대표로서는 “정의당 식의 여성주의를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나갈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합의점을 만들어 가는 게 나의 가장 큰 임무인 것 같다”고 밝혔다. 하나의 목소리를 만들어 나기 위해 대화라는 수단과 함께 여성들의 주요 문제인 비정규직, 임금차별, 폭력으로부터의 보호, 1인 가구 등 정책 의제를 논의하면서 여성주의 정당의 형태를 구체화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성평등 과제는 21세기 대한민국사회에서 더 강화돼야 할 가치라고 봅니다. 가치를 선도해야 할 진보정당으로서는 이 가치를 포기하거나 버려야할 이유가 없어요. 대중성과 배치되는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많은 대중 안에 성차별 사회를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의식이 상당합니다. 그것을 제대로 대변하는 것이 정의당을 대중정당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비혼(非婚)이다.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의 말미에 결혼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나오면서 관심의 대상이 됐다. 오랜 비혼 경험자로서 우리 사회에서의 경험을 들려달라고 하자 “혼자 사는 남성 정치인에게도 이만큼 관심을 가질까”라며 당황스러움을 토로했다.

“왜 혼자 사느냐, 언제 결혼할 것이냐는 등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어요. 사람이 혼자인 이유는 여러가지일 거잖아요.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이 없거나 안 생겼거나 하면 당연한 거겠죠. 뭔가 특별한 스토리가 있기를 기대하는데 그런 게 없어서 뭐라 대답할 말이 없더라구요. 핵심은 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는 문화가 우리사회에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 아닐까요.”

입법가로서 정책적 입장도 빠뜨리지 않았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여성은 ‘아닐 미(未)’자 붙여서 무조건 미혼자로 통칭됐고, 법제도적으로 기혼자에게 부여되는 혜택에서 배제되는 불이익도 있었는데 다행히 이런 인식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비혼이란 표현도 일상적 용어로 자리 잡은 것 같고요. 다만 보다 적극적 인식변화와 함께 이분들을 세심히 배려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같이 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 대표는 초선 비례 의원으로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하기 위해 지역구를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인천 연수구을’로 정하고 지난 6월 사무소를 열었다. 1995년 선거구가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자유한국당이 독차지해온 보수 텃밭이다. 지난 총선이 치러진지 1년이 갓 지났음을 생각하면 빠른 행보다. “처음엔 주변에서 우려를 많이 했지만 실제로 지역을 다니면서 개혁과 변화에 대한 열망을 보면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는 확신이 느껴졌다.

이 의원은 지난해 7월 심상전 전 대표 팬클럽 창단식 당시 무대에 올라 심 의원의 실체(?)를 폭로하는 최측근 역할을 맡아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노동운동 당시부터 존경했다는 몇 년 전 그의 글도 정의당 게시판에 있다.

“심 전 대표님과는 한밤 중에도 수시로 통화하고 의견을 구해요. 다른 당과의 관계를 맺을 때 당의 정체성을 잘 지키면서 지지자들에 부합되는 활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죠. 특히 당대표하면 요구가 많고 처리해야 할 일도 많지만 다 해나갈 수도 없고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얘기를 들을 수 없으니 우리 바라보는 사람들을 위해 뚝심있게 밀고 나가라고 하셨고요.”

심의원이 ‘든든한 언니’이듯 이 대표도 여성들에게, 청년들에게 선배로서 책임감이 강해보였다. 여성후배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어깨가 굉장히 무겁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특히 심상정의 후임으로서 느끼는 부담감은 굉장해보였다. “초선 비례의원이 당대표가 돼서 저 사람이 잘할까, 기대반 우려반 정도가 아니라 우려가 더 크다는 것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꼭 제가 이 일을 잘 해내야겠다’ 이런 강한 각오가 있어요. 저에겐 꼭 성공해야 하는 도전에요. 제가 이걸 성공해놓고 나면 다른 사람들은 저만큼의 부담을 갖지 않고 얼마든지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도전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고, 도전 자체에 의미를 둔 도전들이 일어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이에 대한 책임감 같은 게 크죠. 여성들의 도전은 개인의 힘만으로는 쉽지 않죠. 환경, 조직문화, 지원 조직, 시스템 등이 더욱 필요합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약력>

1966년생 △1984년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 입학 후 중퇴 △1988년 영원통신 입사해 본격적으로 노동운동 △2004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2013년 정의당 대변인·부대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 △2016년 국회시민정치포럼 공동대표·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위원 △2016년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 위원 △2016년 정의당 탄핵소추추진단 단장·탄핵심판 소추위원단 △2017년 7월 정의당 당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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