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경제성장의 과실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는 소득 재분배와 사회경제적 불평등 완화에 대한 국민의 높은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포용적 성장’ 전략과도 맥을 같이 한다.

포용적 성장은 경제 성장의 과정에 모든 계층이 참여하고 그 결과물을 모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층·국가 간 소득 격차가 커지면서 격차 완화를 동반한 성장과 포용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화와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에 대한 요구 또한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중국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의 주제도 ‘4차 산업혁명 속 포용적 성장 실현’이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7월 초 열린 2017년 과학기술연차대회는 ‘4차 산업혁명시대, 포용적 성장과 혁신’을 주제로 다뤘다. 과학기술계, 산업계 등이 모여 포용적 성장을 위한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해 논의했다. 포용적 혁신을 위한 기업의 역할에 대한 강연에서 GE코리아 조의경 상무는 ‘2020년까지 과학기술 분야에 여성인재 2만명을 육성하는 GE의 목표’를 소개했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뉴시스·여성신문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뉴시스·여성신문

 

엄격한 통제와 품질관리로 엔진, 장비 제조업의 대명사였던 GE는 한 때 직원을 가장 혹독하게 일 시키던 기업이었다. 잭 웰치 전 회장은 성과가 좋은 직원 상위 20%만 보상하고 하위 10%는 가차 없이 내보냈다. 이런 직원평가 방식은 제프리 이멜트 회장으로 바뀐 뒤 2015년에 폐지됐다. ‘성과평가’ 대신 ‘성과개발’ 방식을 도입해 직원의 업무 진행에 대해 조언하고 피드백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개발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GE는 스스로를 125년 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라 부르며, 창의성과 협력의 시대에 맞는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여성인력 채용 등 조직 내 인적 다양성 이슈에 앞장서고, 자율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를 만들면서 생산성과 직원 만족도도 높아졌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 같은 글로벌 IT기업 역시 직원들이 열정을 가지고 일하면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독려하고 있다. 창의력을 높이는 인테리어, 유연한 근무시간, 다양한 인적 구성, 열린 소통과 보상 체계 등 각양각색이지만 ‘포용적 문화’라는 특징이 있다. 에릭 슈밋은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 창의적 인재가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례로, 구글 직원은 상사와 의견이 다를 경우 언제든지 반대 의견을 제안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이기기 위해 경쟁했지만, 우리는 이기기 위해 협력한다. 과거에는 사람을 틀에 끼워 맞췄지만 우리는 다양성을 중시한다. 과거에는 명령하고 통제했지만 우리는 연결하고 영감을 준다’는 라구 크리슈나무디 GE부사장의 말처럼 글로벌 기업의 혁신은 소통과 다양성, 협력, 포용적 가치의 토대 위에 세워졌다.

미래에 더 많은 일자리가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될 때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일자리와 인재육성에 대한 고민이라면, 우리가 일하는 방식, 즉 조직 문화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필요하다. 제도나 시스템을 바꿔도 인식이나 문화가 뒤따르지 못하면 혁신은 성공하기 어렵다.

매년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회사를 뽑는 MIT테크놀로지 리뷰에서 2014년에 테슬라, 구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던 ‘관리의’ 삼성이 2015년 이후 순위에 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의 문화가 여전히 창의성이 꽃 피우기 힘든 엄격한 관리와 통제 방식을 지향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혁신을 이뤄내는 동력은 창의적 인재가 마음껏 자라는 포용적 문화에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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