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선수 출신…행원에서 노조 간부로

여자행원이 남자행원보다 급여 적다는

사실 우연히 알고 노조 활동에 투신

남녀 행원 차별을 없애는 일에 주력

김 후보자 “노동차별 해소돼야 양극화 극복”

 

문재인 대통령이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더불어민주당 김영주(62) 의원을 23일 지명했다. 노동문제 전문가인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에 임명되면 고용부의 첫 여성장관이 된다.

김 후보자는 농구선수를 하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색 이력의 3선 의원이다. 서울 무학여중 2학년 시절 농구를 시작해 무학여고 재학시절 농구팀의 주전으로 학교를 고교농구 우승으로 이끌었다. 1973년 서울신탁은행(서울은행)에 입단했지만 3년 만에 은퇴를 선언한 그는 은행원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행원 6년차 때 노조 활동에 뛰어든다. 갓 입사한 남자 은행원이 6년차인 자신보다 임금이 높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다. 당시 여자 은행원은 1년에 호봉당 1000원씩 인상되는데 남자 은행원은 5000원씩 올랐다. 각종 수당 역시 남자 은행원에게만 지급됐다. 은행원 가운데 남자는 ‘은행원’으로 불렸지만, 여자는 ‘여행원’으로 불렸다. ‘여행원’은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남성 은행원보다 아래 있는 직급이었다고 김 후보자는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월  ‘2017 제15회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지도자상’ 시상식에 참석해 당시 금융권의 성차별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기도 했다.

“저는 처음 금융권에 입사할 때 결혼하면 퇴직한다는 각서를 쓰기까지 했다. 이런 척박한 곳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금융노조라고 하면 여성 차별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금융기관만큼 보수적이고, 엄격한 곳이 없다. 금융 시장이 개방될수록 여성들을 위한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여성 노조간부들이 드물던 시절, 각 은행 여성 노조간부들을 조직화해 불합리한 점들을 고쳐나갔다. 그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이루기 위해 18년 동안 거리로 나선 결과,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됐고, 1992년에는 여행원 제도도 폐지됐다. 고용현장에서 남녀고용평등에 기여해 1996년에는 국민포장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노조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하며 여성 최초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상임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후 정계에 입문, 17대, 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대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구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19대 국회 후반기 2년 동안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청와대의 후보 지명 직후 입장 발표를 통해 “고용노동부 장관이라는 중책에 내정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같은 노동을 제공하고도 차별을 받는 문제가 해소돼야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고용노동부는 일자리 대통령을 천명한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핵심 정부 부처”라며 “경제 불평등으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노동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을 하고 싶어 못하는 문제,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며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장 수준인 장시간 노동 문제도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나 고용노동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노사정이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문재인정부 초대 내각 여성 장관은 총 5명이 된다. 현재 여성 장관은 강경화 외교부·김은경 환경부·정현백 여성가족부·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4명이다. 김 장관을 포함하면 정부조직법 공포 이전 기준으로 여성 장관 비율은 29.4%를 기록하게 된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세운 ‘30%’ 공약을 지킨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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