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용화, 최근 발표한 신곡 ‘여자여자해’

젠더 고정관념 강화한다는 비판 높아

제목과 가사에 ‘여자여자하다’는 표현 사용

‘예쁘다’ ‘사랑스럽다’ 등을 여성의 특성인 것처럼 묘사

 

가수 정용화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정용화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9일 가수 정용화가 발표한 신곡 ‘여자여자해’가 젠더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제목과 가사로 도마 위에 올랐다.

‘여자여자해’는 정용화 솔로앨범 ‘DO DISTURB’의 타이틀곡이다. 이에 “‘여자여자’한 게 도대체 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가부장제 사회의 전통적 젠더 프레임 안에서 바라본 여성 이미지를 강조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You are 여자여자해 / 너만큼 여자여자한 여자는 못 찾아 이 라운지 바에선 / 손목을 잡을 거니까 이번에는 날 지나치지 마 / 지금 머리 묶지 마 심장 녹아/ 귀에 머리 꼽지 마 심장 녹아’ 등의 가사가 문제로 지적됐다.

직장인 김모(24)씨는 “‘여자여자하다’는 표현은 ‘다소곳함’ ‘사랑스러움’ 등을 여성의 보편적인 특성으로 규정하는 말”이라며 “이를 노래 제목과 가사로 사용해 편향된 여성 이미지를 고착화한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처음 보는 여성의 손목을 멋대로 잡는 건 무례한 행동에 지나지 않으니 로맨틱함으로 포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일갈했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여자여자하다’라는 말은 어떤 사람에게 쓰이나요?”라는 질문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누리꾼들의 답을 통해 우리사회가 ‘여성’ 이미지를 어떻게 인식하고 소비하는지 알 수 있었다. ⓒ포털사이트 캡처
한 포털사이트에는 “‘여자여자하다’라는 말은 어떤 사람에게 쓰이나요?”라는 질문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누리꾼들의 답을 통해 우리사회가 ‘여성’ 이미지를 어떻게 인식하고 소비하는지 알 수 있었다. ⓒ포털사이트 캡처

지난 3월 한 포털사이트에는 “‘여자여자하다’라는 말은 어떤 사람에게 쓰이나요?”라는 질문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누리꾼들의 답을 통해 우리사회가 ‘여성’ 이미지를 어떻게 인식하고 소비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주 여성스러운 여자한테 사용한다. 다소곳하고 말소리도 낮고 아주 여성스러운 여자에게.”(두****)

“사랑스럽다. 작다. 귀엽다. 연약하다.”(구********)

“(‘여자여자하다’는) 천상여자라는 말.”(r***)

‘여자여자하다’라는 표현은 성차별적이고, 성별 고정관념을 내포한다는 의견도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5월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옷, 화장품 등에 ‘여자여자한’, ‘여리여리한’ 등을 붙이는데 이것도 성차별의 일부분이라고 볼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대다수의 누리꾼이 ‘성차별’이라고 답했다.

“성차별이라고 생각해요. 여자는 하늘하늘하고 분홍분홍한 것만 써야 하나요? 여자도 충분히 투박한 것 쓸 수 있고 남자도 섬세한 것 쓸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여자여자한’ 물건은 개인의 취향입니다. 개인의 취향이 집단 전체의 특징이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똥**)

“키 크고 몸 좋고 잘생긴 남자한테만 ‘남자남자해~ 넌 키 작으니까 남자 아니야~’ 이렇게 얘기한다면 어떨까요? 성차별 맞아요. 성별 고정관념을 더 극대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작성자 비공개)

“‘여자여자한’이라는 말은 ‘순하고 분홍색이거나 나풀거리는 재질’ 등의 특정 이미지를 나타내는 상품에 많이 쓰기 때문에 이런 고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 자체가 성별 고정관념을 고착화시킨다고 생각합니다.”(dntn****)

 

많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원피스나 치마를 소개하며 ‘여자여자하다’는 말을 광고 문구로 사용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캡처
많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원피스나 치마를 소개하며 ‘여자여자하다’는 말을 광고 문구로 사용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캡처

 

많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원피스나 치마를 소개하며 ‘여자여자하다’는 말을 광고 문구로 사용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캡처
많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원피스나 치마를 소개하며 ‘여자여자하다’는 말을 광고 문구로 사용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캡처

많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원피스나 치마를 소개하며 ‘여자여자하다’는 말을 광고 문구로 사용하고 있다. ‘여름 원피스 여자여자해’ ‘여자여자해 플리츠롱스커트’ ‘여자여자해 레이스원피스’라고 이름 붙이는 식이다.

인스타그램에는 ‘#여자여자’ 관련 게시물만 18만4818건(21일 기준)에 달한다. #여자여자해, #여자여자한옷, #여자여자향, #여자여자한네일, #여자여자원피스, #여자여자스타일 등이다. 주로 여성들의 셀카 혹은 치마와 블라우스, 액세서리 등의 사진과 함께 ‘여자여자’ ‘여자여자해’ 해시태그(#)가 달려 있다. 

 

인스타그램 내 ‘#여자여자’ 관련 게시물.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 내 ‘#여자여자’ 관련 게시물. ⓒ인스타그램 캡처

‘여자여자하다’는 말을 칭찬으로 쓰는 게 듣기 불편하다는 이도 있다. 직장인 김모(23)씨는 “치마 입은 날에 ‘오늘 여자여자하네~?’라고 직접 들은 적이 있다. 남자가 여자한테 쓰는 것뿐만 아니라 여자친구들 사이에서도 칭찬의 의미로 ‘여자여자하다’는 말을 검열 없이 사용한다”며 외모 칭찬에는 평가가 포함돼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정 이미지를 여성의 특성으로 구분 짓는 성별 이분법에 많은 이들은 염증을 느끼고 있다. ‘여자여자해’ ‘여성스럽다’ ‘소녀소녀하다’ ‘소녀감성’ 따위의 말에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이유다. “‘여성=청순함, 예쁨, 조신함’ 등으로 일반화시키고 개인마다 다른 여성의 성격을 ‘여자여자하다’는 말로 규정하는 게 싫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남자답다’ ‘상남자’ 등 남성의 특성을 한정 짓는 말을 쓰지 말자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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