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소롭티미스트 한국협회 서초클럽 

‘가난한 환자들의 천국’ 도티병원서 

25년간 600시간 거즈 접기 봉사활동

 

국제소롭티미스트 서초클럽 회원들이 소독 후 수술과 상처에 쓰일 거즈를 접고 있다. ⓒ국제소롭티미스트 서초클럽
국제소롭티미스트 서초클럽 회원들이 소독 후 수술과 상처에 쓰일 거즈를 접고 있다. ⓒ국제소롭티미스트 서초클럽

매월 넷째 주 수요일, 가난한 환자들의 천국 ‘도티병원’에서는 ‘거즈 접기’ 봉사활동이 이뤄진다. 오래 서 있으면 허리가 아픈 회원들이 대부분이지만 1993년부터 수술과 상처에 사용될 거즈를 접은 지 자그마치 25년이 흘렀다. 최근 이 병원은 단체에 감사패를 수여했다. 회원 수 18명의 ‘국제소롭티미스트 서초클럽’ 이야기다. 

국제소롭티미스트(Soroptimist)는 라틴어의 Soros(여성)과 Optima(최고)가 합쳐진 말로 ‘여성을 위한 최고’라는 뜻이다. 유엔에 소속된 세계 최대의 국제여성봉사단체로 129개국 8만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협회는 1966년 서울클럽의 인준으로 시작됐다. 현재 전국 각 지역에 38개의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서초클럽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준비하던 즈음 시작됐다. 부산대학교 선후배 친목 모임에서 처음으로 그 뜻을 나눴다. 서초클럽을 이끄는 이경희 회장은 “우리가 타지에서 바쁜 도시인으로 살지만, 비를 피할 수 있는 집이 있고 끼니 걱정은 안 하지 않나”며 “서로의 정을 나누고 봉사를 통해 삶이 풍요로운 여인들이 되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97년도 2월 소롭티미스트 서초클럽 회원들이 거즈를 접고 있다. 거즈 접기 봉사는 93년도부터 올해까지 쭉 이어져왔다. ⓒ소롭티미스트 서초클럽
97년도 2월 소롭티미스트 서초클럽 회원들이 거즈를 접고 있다. 거즈 접기 봉사는 93년도부터 올해까지 쭉 이어져왔다. ⓒ소롭티미스트 서초클럽

초기 서초클럽은 양로원과 음성꽃동네 등 다양한 곳에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던 중 지속적으로 봉사를 할 수 있는 도티병원을 찾았다. 도티병원은 미국인 도티씨가 1928년 서울 ‘소년의 집’ 시립아동 보호소 아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건립한 무상 의료기관 기념병원이다. 35년간 가난하고 소외된 ‘환자들의 안식처’라는 병원 철학으로 마리아 수녀회에서 운영해왔다.

거즈 접기 봉사는 도티병원 3층 작업실에서 이뤄졌다. 특히 거즈 접기는 수작업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기존 인력이 진행하기에는 일손이 부족했다. 서초클럽 회원 10여명은 매월 방문해 약 2시간에 걸쳐 쉼 없이 거즈를 접었다. 이렇게 수작업을 통해 접은 거즈는 소독 후 수술과 상처에 사용됐다.

이 회장은 “자연스럽게 거즈 접기를 하면서 회원들과의 대화도 풍성해졌다”며 “서로의 삶과 활동을 격려하며 봉사의 기쁨을 느꼈다. 2시간의 거즈 접기가 끝나면 회원들이 직접 준비해 온 음식과 차를 마시며 점심시간을 가졌다. 또 소롭티미스트 서초 클럽 월례 회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소롭티미스트 서초클럽 회원들이 거즈를 접고 있다. 거즈 접기 봉사는 93년도부터 올해까지 쭉 이어져왔다. ⓒ소롭티미스트 서초클럽
소롭티미스트 서초클럽 회원들이 거즈를 접고 있다. 거즈 접기 봉사는 93년도부터 올해까지 쭉 이어져왔다. ⓒ소롭티미스트 서초클럽

1982년 개원해 35년간 가난한 환자들을 돌봐 온 도티병원은 6월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병원은 25년간 후원해온 서초클럽에 감사장을 전달했다. 서초클럽은 다른 근로봉사를 할 수 있는 단체를 찾고 있다. 현재는 ‘구세군’ 한국성폭력상담소 ‘열림터’ 마리아수녀회 소속 ‘소년의 집’ 등에 매달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이 회장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 25년간 600시간 거즈 봉사를 통해 천사와 같은 맑은 분위기를 지닌 수녀님들을 만났다”며 “회원들과 지속적인 봉사의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 감사하다. 진정 마음으로 만났던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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