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7시 서울 역삼동서 김보나씨-승훈, 7회 무료 음악회

“열정적인 재즈와 이국적 탱고 들으며 여름 밤 더위 식히세요” 

첼리스트 출신 엄마는 후원자

 

“우리는 음악가족” 피아니스트 김보나(가운데)-바이올리니스트 승훈(오른쪽)씨가 서울 신사동 세실아트홀에서 연습 도중 서울시향 첼리스트 출신 엄마 김영숙씨와 한 자리에 모였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우리는 음악가족” 피아니스트 김보나(가운데)-바이올리니스트 승훈(오른쪽)씨가 서울 신사동 세실아트홀에서 연습 도중 서울시향 첼리스트 출신 엄마 김영숙씨와 한 자리에 모였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열정적인 재즈와 이국적인 탱고 음악이 한여름 밤의 더위를 시원하게 식혀줄 거예요. 올해가 재즈 탄생 100주년인데 듀오 리사이틀에 부담 없이 오셔서 재즈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피아니스트 김보나(39)-바이올리니스트 승훈(34) 남매의 일곱 번째 무료 음악회가 7일 오후 7시 서울 역삼동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다. 음악회 타이틀은 ‘찰리 탱고’. 비행기 조종사와 관제탑이 교신할 때 쓰는 용어다. 팬들과 소통하고 싶은 젊은 아티스트들의 바람을 담았다.

두 시간 동안 조지 거쉰의 피아노곡 ‘3개의 전주곡’을 협주로 들려주고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 모리스 라벨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77번’, 클로드 볼링의 ‘바이올린 솔로와 재즈트리오를 위한 모음곡’ 등도 선사한다.

피아니스트 김보나야 음악팬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지만 동생은 낯설다. 정식으로 데뷔한 프로 연주자는 아니어서다. 2009년 듀오 리사이틀을 시작해 한두 해 주기로 일곱 번째 음악회를 열기까지 고정 팬들도 꽤 생겼으니 ‘아마추어 고수’로 표현할만하다.

남매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를 빼놓을 수 없다. 30년간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첼리스트로 활약하다 지금도 한국원로교향악단 첼리스트 겸 김영숙첼로클래스를 운영 중인 김영숙(66)씨가 남매의 든든한 후원자다.

6월 말 서울 신사동 세실아트홀에서 한창 연습 중이던 남매를 만났다. 승훈씨는 “늘 전문연주홀에서 연주하다 관객들과 마음으로 더 소통하고 싶어 색다른 공간에서 열게 됐다”며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을 ‘스테이크, 와인과 함께하는 탱고·재즈 공연’에 초대하고 싶다. 가족, 연인과 함께 오셔서 즐겨 달라”고 말했다.

보나씨는 세 살 때 피아노를 시작해 9세 때 서울시향과 협연을 통해 데뷔했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마쳤다. 유학 중 체코 야나첵오케스트라, 폴란드 비에니야프스키국립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고 귀국 후에는 앙상블 LUX, 충북교향악단 순회공연 솔리스트 등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쳤다. 지금은 가천대에 출강 중인 개성 만점의 젊은 피아니스트다.

 

피아니스트 김보나씨가 연습 도중 포즈를 취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피아니스트 김보나씨가 연습 도중 포즈를 취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프로 연주자인 누나와 달리 동생은 공학을 전공했다. 중1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일리노이대를 거쳐 노스웨스턴대학원에서 컴퓨터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 귀국 후 LG전자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지금은 영국에서 컴퓨터프로그래머로 활동 중이다. 세 살 때 피아노를 시작으로 다섯 살 때 바이올린, 일곱 살 때 첼로를 손에 쥔 승훈씨는 작곡과 성악도 할줄 알고 드럼, 국악기까지 두루 다룰 만큼 다재다능하다. 음악 태교부터 했다는 첼리스트 엄마는 남편(김요민·69·보스턴상사 대표)의 지원 덕에 일찌감치 남매를 예술의 세계로 이끌었다.

첫 듀오 리사이틀 때만 해도 음악팬들을 초청해 가볍게 가족 음악회를 선사하자는 생각이었다. 당시 LG전자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승훈씨는 야근하던 틈틈이 반년간 맹연습했다. 승훈씨는 “제 버킷리스트를 이루려고 시작한 음악회인데 모짜르트홀 200석이 꽉 차니 연주의 묘미에 푹 빠지게 되더라”며 웃었다.

보나씨는 “동생이 늘 혼자 음악회를 기획하고 제겐 통보만 한다”면서도 “자기일을 하면서 매일 1시간씩 1년 내내 꾸준히 연습해 성장하는 모습이 기특하다. 실력만 보면 프로급”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엄마 김영숙씨는 “음악회에 오신 분들이 행복해하면서 ‘고맙다’고 말해주니 뿌듯할 뿐”이라며 “아들이 유산을 원하지 않는데 명기만은 꼭 사주고 싶다. 앞으로도 듀오 리사이틀을 오래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매가 무료 음악회를 여는 것도 엄마의 봉사 정신을 이어받아서인지 모른다. 김영숙씨는 40세 무렵부터 20년 넘게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처음에는 암환자 기도모임에서 연주 봉사를 했고, 교도소 봉사도 열심히 했다. 영등포구치소 재소자를 위한 음악회를 연 후 재소자들이 전국 각지의 교도소로 흩어지면서 안동, 청송, 대전 등지의 교도소를 찾아다녔다. 그들을 위로하고 영치금을 넣어주고 출옥까지 뒷바라지하다 재소자 두 명을 양아들로 삼기도 했다. ‘불명열’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장기 기증에 이어 시신 기증까지 마쳤다. 

김씨는 강남삼성병원에서 연주회도 열고, 에이즈 환자들의 모임 ‘레드 리본’을 위해 꾸준히 봉사했다. 지금은 삼성서울병원과 현대백화점에서 첼로 연주봉사를 하고 있다.

보나씨는 “제가 무대에 선 일곱 살 때부터 엄마가 매번 연주 의상을 만들어줬다. 동생과 듀오 리사이틀을 시작한 후엔 매번 한복드레스를 지어주면서 ‘잘하라’고 격려해주신다”고 자랑했다.

 

동생 승훈씨는 정식으로 데뷔한 프로 연주자는 아니다. 2009년 듀오 리사이틀을 시작해 한두 해 주기로 일곱 번째 음악회를 여는 동안 고정 팬들이 꽤 생겼으니 ‘아마추어 고수’로 표현할만하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동생 승훈씨는 정식으로 데뷔한 프로 연주자는 아니다. 2009년 듀오 리사이틀을 시작해 한두 해 주기로 일곱 번째 음악회를 여는 동안 고정 팬들이 꽤 생겼으니 ‘아마추어 고수’로 표현할만하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엄마뿐 아니라 동생도 고맙죠. 가족음악회를 평생 한 번 하기도 쉽지 않은데 앞으로 몇 번이나 할까 싶었죠. 그런데 동생이 진짜 진지했어요(웃음). 이젠 음악회를 하면 할수록 앙상블 맞추는 재미가 만만찮아요. 한국 초연인 곡들도 여럿이예요. 다른 독주회에서 못 듣는 곡 위주로 하니까 팬들이 좋아해서 뿌듯해요.” 보나씨의 말을 옆에서 가만히 듣던 승훈씨는 “현존해 있거나 사후 10년이 안된 작곡가의 작품을 주로 한다. 판권도 만료 안 된 현대 작곡가들”이라고 한마디 보탰다.

그러면서 “음악회에 오신 분들이 아마추어인 제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는다면 무척 기쁜 일”이라며 “2012년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일할 당시 전통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어떤 일을 오랫동안 꾸준히 이어간다는 의미는 남다른 것 같다. 듀오 리사이틀을 전통으로 이어가고 싶다”며 환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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