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5세 이하 아동에 월 10만원

문 대통령 ‘안심육아 대책’ 공약

 

“양육수당과 중복” 통합 목소리

저출산 해소책 되긴 어려울 듯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16’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우리나라의 아동·가족분야 공공지출은 2013년 기준 GDP 대비 1.1%에 불과하다. 가족수당, 출산전후 휴가, 기타 현금급여, 영·유아 보육, 가사지원 등 공공지출의 총합을 의미하는데 같은해 OECD 평균 2.2%에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뉴시스·여성신문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16’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우리나라의 아동·가족분야 공공지출은 2013년 기준 GDP 대비 1.1%에 불과하다. 가족수당, 출산전후 휴가, 기타 현금급여, 영·유아 보육, 가사지원 등 공공지출의 총합을 의미하는데 같은해 OECD 평균 2.2%에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정부가 빠르면 내년부터 만 5세 이하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지급액은 매달 10만원이 유력하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최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아동수당 공약 이행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제도 도입을 공식화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과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아동수당 도입에는 연 2조6000억원의 재원이 소요된다.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므로 재정지출 개혁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의 약속-안심육아 대책’의 일환으로 “0세 갓난아기부터 5세 아동까지 매달 10만원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당시 “아동수당은 육아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민생정책”이라며 “한 아이가 태어나 사회구성원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가 최소한의 비용을 투자하겠다”고 정책 배경을 설명했다.

아동수당은 지역 골목상권 전용 화폐로 지급될 가능성이 높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이와 관련, “아동수당과 복지수당을 골목상권 전용 화폐로 주면 최저임금을 올리는 데 따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부담을 경감하는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동수당은 양육이 경제적인 부담이 되는 현실에서 국가의 책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현금을 지원하는 사회수당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젊은 엄마들은 아동수당 도입에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3~4월 배우자가 있는 20∼30대 여성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동수당이 추가 출산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자녀가 없는 여성은 92.1%, 자녀 1명 91.8%, 2명 87.7%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아동수당 10만원은 부족하다는 입장이 대세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도 자녀를 1명 둔 20∼30대 여성 중 가장 많은 37.4%가 ‘30만원이 적당하다’고 밝혔다. 자녀를 2명 둔 여성도 35.2%가 적당한 금액을 30만원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출산 유도를 위해 첫째 10만원, 둘째 20만원, 셋째 30만원 등 출생아 수에 따라 구분해서 주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아동수당은 뉴질랜드가 1926년 도입한 것이 시초다. 이어 프랑스(1932년), 영국(1945년), 스웨덴(1948년) 등 복지 선진국들이 연이어 도입해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도 모두 아동수당을 도입했다. 국가에 따라 16세 또는 18세 미만까지 월 15만~25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미국, 멕시코, 터키, 한국만 아동수당이 없다.

아동수당은 보육과 함께 육아 부담을 덜어줘 출산율을 높이는 기본적인 제도다. 아동에 대한 선제적 투자이자 효율적인 재분배 전략일 뿐 아니라 내수를 늘리는 중요한 경제정책 중 하나다. 아동수당 도입으로 연간 15조원을 투자하면 생산유발효과가 약 38조원이고, 약 34만명의 고용이 직·간접적으로 창출된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양육수당, 보육비 지원을 통합해 아동수당을 가족수당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문재인 정부의 최고 국정 목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현금성 복지보다 사회서비스 확대를 우선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만5세 이하 아동을 어린이집에 보내면 보육료로 매달 22만~39만5000원을 지원하고, 만3~5세 아동을 유치원에 보내면 유아학비로 매달 6만~22만원을 준다. 보육시설을 보내지 않는 만5세 이하 아동에게도 가정양육수당으로 매달 10만~20만원을 지급한다. 아동수당이 가정양육수당과 중복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동수당 도입이 대다수 중산층에게 사교육비 부담을 일부 덜어주는 역할 밖에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당초 정부가 기대하는 대로 저출산 해소책이 되려면 높은 수준의 공공성을 담보로 한 사회적 돌봄 확대와 사회보장제도 차원의 현금급여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는 “아동수당은 스웨덴에선 보편적 복지의 효시”라며 “아동이 부모의 경제력에 관계없이 동일한 삶의 질을 보장받는다는 차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반겼다. 이어 “사회정책과 연계해 아동의 삶의 질, 창의계발, 시민적 가치의 교육, 배려 교육 등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아동의 행복을 어떻게 접근할지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모든 아동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는 스웨덴식을 택할지, 아니면 취약가구 중심으로 더 많은 파이를 줄지 세밀한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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