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장·차관 30% 출발해 임기 중 단계적 남녀동수내각”

‘여성 장관 30%’ 거의 근접 차관은 2명뿐… 인재풀 부족

대법관, 공공기관장 인선서 여성 중용 기조 이어가야

 

문재인 대통령이 1기 내각 인선을 거의 마무리한 가운데 당초 공약대로 ‘여성 장관 30%’에 근접한데다 구색맞추기식 발탁이 아니라 요직에 여성을 중용하는 파격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비해 차관은 여성이 2명만 발탁돼 아쉬움을 사고 있다. 관료 인재풀이 약한 현실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곧 이어질 대법관, 공공기관장 인선에선 여성 중용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이 13일 장관 후보자 4명의 인선을 추가로 발표하면서 현행 정부 직제상 17개 부처 중 두 곳만이 장관 인선을 남겨뒀다. 이날까지 발표된 15명의 장관 후보자 중 4명이 여성 후보자로 채워지면서 문 대통령이 공약한 ‘여성 장·차관 30%로 출발해 임기 중 단계적인 남녀동수내각’은 실현 가능성이 눈앞에 다가왔다.

현재까지 발표된 여성 장관 후보자는 강경화(외교부)·김은경(환경부)·김현미(국토교통부)·정현백(여성가족부) 후보자다. 인선이 남은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다. 복지부 장관에는 여성이 내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유은혜·박영선 의원 등이 하마평에 꾸준히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다만 현역 의원이 기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복지부 장관에 여성이 발탁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부처 중 한 곳에 여성 장관이 지명되면 여성 장관은 5명(29.4%)으로 문 대통령은 ‘여성 장관 30%’ 공약을 확실히 지키게 된다. 두 부처에서 여성 장관을 내지 못한다 해도 24%로 ‘여성 30%’ 약속에는 근접한다. 더욱이 차관급인 보훈처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켰기 때문에 피우진 처장을 장관급 인선에 포함하면 여성은 5명이다.

아쉬운 대목은 차관 인선이다. 17개 부처 중 21명의 차관(일부 부처 복수차관 포함) 임명이 마무리된 가운데 여성 차관은 2명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발탁된 여성 차관은 ‘교육부 여성 국장 1호’로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을 지낸 박춘란 교육부 차관과 이숙진 여가부 차관이다. 외연을 넓혀 김외숙 법제처장이 차관급인 것을 감안해도 여성은 3명뿐이다.

이제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과 해양수산부 차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등 세 자리 인사만을 남겨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여성 차관 발탁이 인색하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여성 대표성 강화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본인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하기도 했지만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뒤를 잇는 3기 민주정부가 양성평등에 대한 신념과 철학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 대통령은 4월 21일 여성신문, 범여성계 연대기구가 주최한 ‘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임기 중 남녀동수내각을 실현하기 위해 여성 장·차관 비율을 단계적으로 50%로 확대,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성평등 서약서에 자필 서명했다. 이후 범여성계 연대기구에 보낸 여성 의제 답변서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덧붙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여성 대표성 강화를 약속하면서 “남녀동수내각 구성이 세계적 추세인데도 한국은 최하위로 중동국가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대표성의 불균형은 민주주의 완성의 큰 걸림돌”이라면서 “내각 구성 시 장·차관을 포함해 30%에서 출발하고, 임기 중 단계적으로 남녀동수내각을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각에서의 남녀동수뿐 아니라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 여성 관리직 공무원 임용목표제를 적극 시행하고,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여성 관리자 비율 확대 또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은 여성 공천 30% 이상이 당헌·당규상 규정돼 있지만 이를 법제화해 의무적으로 이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한 문 대통령이 ‘여성 장관 30%’는 적극적으로 실현하면서 ‘여성 차관 30%’를 못 지키게 된 것은 한국사회의 ‘유리천장’이 높아 관료직 여성 인재풀이 적은 게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장관은 정무적 판단에 의해 임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차관은 실무 경험을 중시한다. 행정부 경험을 쌓은 차관보와 실·국장급에 여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여성 차관 발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고위직 여성 인재군도 두텁지 않은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일한 관료 중 여성 인사를 발탁하려면 후보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문 대통령이 향후 대법관, 공공기관장 인선에서 여성 중용 기조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성 장관 30%’라는 새 역사를 쓴 ‘페미니스트 대통령’으로 여성 인재풀을 넓히고, 숨은 인재를 발굴해 진정한 ‘페미니스트 대통령’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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