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정당들은 우리 세금으로

정당 운영, 선거보조금 받아

 

주권자는 정당 활용할 권리

정당은 요구 부응할 의무 있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5월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열린 ‘12시간 필리버스킹’에서 손으로 기호 5번을 나타내며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5월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열린 ‘12시간 필리버스킹’에서 손으로 기호 5번을 나타내며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근 정당을 바라보는 주권자들의 시선에 커다란 변화가 감지된다. 19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탈당이 있은 후 오히려 당원 가입과 후원금이 급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과거 같으면 ‘또 반복되는 그들만의 이합집산’으로 치부되고 말았을 일이었다. 그런데 참여와 후원으로 반응이 바뀐 것이다.

투표가 끝나고 나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 후원금이 쏟아졌던 사례도 있었다. 득표율 10%를 넘지 못하면 선거 비용을 한 푼도 보전 받지 못하는 현행법 때문에 고민이 많던 정의당은, 덕분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 사건도 과거에 없던 일이다. 작은 정당이나 소속 후보자들은 선거기간에도 크게 관심을 받기 어렵지만, 선거가 끝난 후에는 더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투표일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득표율이 10%를 넘기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후원금이 몰린 것이다.

정당 가입이나 후원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당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움직임은, 2015년 겨울 새정치민주연합 온라인 입당 러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후 국민의당을 구성했던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같은해 12월 17일 온라인 입당이 가능해지자마자 수만명의 시민들이 당원으로 가입해 전화위복의 계기를 맞았다.

당시 이 사건은 ‘문재인’이라는 개별 정치인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일시적 집단행동으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19대 대선을 경과하면서 다른 평가가 가능해졌다. 문재인이라는 개별 정치인이나 더불어민주당이라는 특정 정당에 한정된 사건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작은 정당 후보였던 유승민 후보나 심상정 후보가 받았던 과거와 다른 높은 관심, 바른 정당이나 정의당 입당 러시는 전반적으로 주권자들이 정당을 바라보는 관점에 뭔가 심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그 변화의 내용은 뭘까? 필자 생각에는, 시민들이 정당을 활용하는 다양하고 폭넓은 방법을 발견해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과거에는 선거에서 표를 주거나 말거나 하는 것 외에 주권자들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별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다수 시민들의 눈에 정당은 ‘세금만 축내는 도둑놈들의 집합소’처럼 보였고, 지지나 후원을 통해 키워야 할 집단으로는 도저히 인식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시민들의 시선과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정당이나 정치인이 잘못한 일에 대해 분개하긴 했지만 잘하는 일을 지지하거나 칭찬해 더 잘하게 만드는 방법에는 서툴렀다면, 지금은 후자의 다양한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칭찬과 비판이 있을 때, 정당은 비로소 주권자의 눈치를 보고 더 잘 대표하기 위해 고민하게 된다.

선거에서 한 번 성적표를 받으면 그것으로 4년 혹은 5년 동안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안이한 태도를 벗어나게 만들려면, 시민들의 칭찬과 비판을 일상적으로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정당 가입이나 정치자금 후원은 그 중요한 수단 중 하나다. 당원 가입자와 탈당자 숫자, 후원금 통장에 들어오고 나가는 금액, 입금하고 중단하는 시민들의 머리 수는 ‘지금, 이 순간’ 자신들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중요한 자극이 된다.

무엇보다 지금 일어나는 변화가 반가운 것은, 주권자들이 정당을 활용할 ‘권리’를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원내정당들은 우리 세금으로 정당을 운영하고 선거가 있는 해에는 선거보조금도 챙겨 받는다. 그들은 주권자의 요구에 부응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주권자는 그들을 활용할 권리가 있다는 명백한 사실이, 새롭게 자각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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