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이재무

나에게 시를 배우는 나어린 제자들은 모를 것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현금입출금기에 카드를 넣고 얼마치 잔금이 남았나를 확인한다는 사실을 (중략)

내가 쓴 글에서 더러 감동을 받고 메일이나 카톡을 보내오는 독자들은 모를 것이다 아주 가끔 로또를 사며 일확천금을 노리기도 한다는 것을

곧잘 부정한 사회와 시대에 목소리를 높이는 나도 내 귀에 달콤한 말에 자주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을!

 

며칠전 서울역 앞에서 “살려주세요. 월세, 장기간 못내고 있어요”란 플래카드를 걸고, 색소폰 연주하는 분을 보았다. 이웃이 죽든 말든 돈만 아는 건물주 짐승이 판치는 시대, 미친 집값의 시대. 얼마나 절박했으면 “살려주세요”란 외침을 썼을까. 마음 깊이 공감했다. 어제는 고 최진실의 딸 준희가 SNS에 남긴 “진짜, 살려주세요” 소식도 보았다. 그 집안의 슬픈 모습이 떠올랐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런 외침의 고백을 남겼을까. 위로의 책이라도 사주고 싶고, 따스히 안아주고 싶었다. 실제 위트넘치고, 솔직한 이재무 시인의 시 ‘고백’은 인간 내면의 이중성을 드러내보이는 거울 역할을 한다.

스스로 초라하고 창피하게 느껴져도 솔직할 때라야 타인과 세상에 진정 스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진정 솔직해야 젖어들고, 공감하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단비와도 같다. 문득 고백하고, 반성하는 운동이 벌어지면 어떨까 생각하는 동안 단비가 너무나 그리웠다. 가뭄에 주린 푸른 단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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