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소속 양성평등위원회 전철 우려

효과적인 운영 위해 상설위원회 기능 가져야

프랑스는 정부 정책 입법안 선택해 젠더관점서 평가

 

새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 여가 지나면서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당시 성평등 추진체계를 하기 위해 여성가족부 강화와 함께 내세운 약속이다.

성평등정책 추진기구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존폐 논란에 휩싸이면서 변화를 겪어왔다. 이번 정권 교체를 앞두고도 여성가족부만으로는 강력한 성평등 추진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전면에 대두돼 성평등 추진체계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공약에 반영됐다.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에 따르면 성평등 정책 추진기구는 전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세계 191개국이 성평등 추진 기구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특히 기관의 명칭이 ‘성평등’이고, 기관 형태가 2개 이상의 행정조직으로 이루어진 ‘병합형’의 경우 성평등 수준(성별격차지수)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통령의 공약에도 이같은 내용이 다소간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내용은 없다.

전문가들은 특히 신설될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에 기대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성주류화 추진 등 해야 할 일은 많지만 유명무실해진 현재의 국무총리실 소속 양성평등위원회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차인순 국회 입법심의관은 “기존의 양성평등위원회는 연간 1~2회 정도 열리는 심의·조정기구에 불과하고, 양성평등정책책임관과 전문전담인력은 순환보직하는 공무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이것만으로 전부처의 성평등정책을 실효적으로 끌고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소속으로 격상되면 좀 더 힘이 실리는 장점이 있겠지만 ‘대통령 소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별다른 기능을 해오지 못했다는 반성을 눈여겨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미 상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의 경우 계획하고 결정하는 기구는 이미 정비돼 있지만 실행할 수 있는 하부구조의 역할과 중간 단계의 조정과 전달체계가 약해 이 부분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위원회가 기존의 협의체 성격에 머물러선 안되며  범부처의 정책을 젠더 관점에서 평가하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민정 서울시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프랑스 양성평등고위위원회는 자체적으로 정부 정책이나 국회 논의 입법안을 선택해 젠더관점에서 평가한다”면서 “평가 결과를 대통령과 국회에 수시로 보고해서 정책과 입법안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기능을 부여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위원회는 일반적으로 집행 권한을 가지지 않으므로, 성 불평등격차가 큰 우리나라의 경우 집행기구로서 여성가족부에 강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성평등 정책은 각 부처를 총괄·조정 기능하는 통합적 정책 추진 기반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낮은 위상을 가진 여성가족부에서 타 부처를 조정하는 것은 칸막이 현상이 심각한 우리 정부의 조직체계상 많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범정부적 차원에서 성평등 정책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부처 간 성평등 정책을 조정하고 평가하는 범정부적 차원의 성평등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인순 심의관은 “실제로 효과적인 운영이 가능하려면 대통령이 위원장이 되고 사무국이 뒷받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각 부처 정책에 성평등을 통합 조정해내는 상설위원회 기능을 가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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