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중 성추행당한 피해자가 피해 호소해도

오히려 피해자 설득하는 어이없는 경찰 논란

전문가 “2차 피해 막기 위해 신고센터 필요”

 

성폭력 피해자가 사법기관이나 언론 등으로부터 2차 피해를 입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이를 막을 ‘2차피해 신고센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5월 초 부산 광안리의 한 횟집에서 소주 판촉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모(24)씨는 50대 남성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은 후 처음으로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성추행 피해 이후에 이어진 2차 피해가 더욱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4년 전부터 업체로부터 아르바이트생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오면 가끔씩 판촉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그는 “그동안 소주 판촉 알바를 하면서 성추행, 성희롱이 비일비재했지만 처음으로 신고했다”며 “1차 피해보다 경찰과 경찰서장 그리고 주변 사람들 으로부터 받은 2차 피해가 더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사건 당일 50대 남성은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씨의 엉덩이를 툭툭 쳤다. 이씨가 “이렇게 하시면 성추행이니 다음부터는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한 후 자리를 피했다. 그러자 가해 남성과 가족들은 이씨를 향해 “요즘 여자들 세상 살기 좋다, 좀 만진 걸로 성추행이라고 하네” “네가 그런 일을 하면 그 정도 일은 감안해야하는 것 아니냐” “미친X, 별걸로 다 지X이다“ 등의 폭언을 쏟아 냈다.

위협을 느낀 이씨는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로부터 어이없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씨는 ”경찰이 ‘가해자가 가족들도 있는데 일부러 만졌겠느냐’면서 실수로 그런 것이고 가게에 CCTV가 없으니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말로 오히려 저를 설득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취재진에게 이날 사건에 대해 “성욕을 품고 주무른 것은 아니지만 하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그래서 만지면 안된다고 했지만 오히려 ‘세상 좋아졌네’, ‘별걸 다 성추행이라고 한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잘못을 한 사람이 화를 낼 수 있다는 것에 화가 났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재희 부산성폭력상담소장은 “누구나 성추행 등 성폭력을 당할 수 있는데 그 때마다 내 편이라고 믿었던 경찰이 내편이 되지 않을 때 여성 피해자들은 위축된다”며 “피해자에게 안전망으로써 역할을 해야 할 경찰로부터 2차 피해를 입을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조항이 필요하며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신고센터가 설치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소장은 최근 경찰에 대한 현장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4대악 근절을 위해 경찰이 많은 교육을 받아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 지원계에서 피해자를 상담소에 연결을 해 2차 피해가 없도록 노력을 했었다”면서 “그런데 현재 분리조사 원칙을 알고 있는 경찰이 있는가 하면 편의적으로 조사하는 경찰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성대학교 페미니즘 소모임 ‘파워페미레인저’을 중심으로 한 '소주판촉 알바노동자 성추행 사건해결을 위한 학생들의 모임’은 지난 5월 29일 부산 남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져 막말을 한 김현철 부산경찰청 남부경찰서장을 규탄과 경찰청의 재발방지 약속과 후속 대책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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