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전문가가 여가부 수장 맡아야
젠더 전문가가 여가부 수장 맡아야
  • 여성신문
  • 승인 2017.05.21 21:02
  • 수정 2017-07-10 0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가족부 이름부터 바꿔라

 

모든 정부 부처 중 1/n 체계로는

정책 영역에 성인지적 관점 반영 안돼

성평등부 같이 정체성 분명히 드러내고

성주류화 방향에 부합하도록 네이밍을

 

 허성우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

현재 한국 여성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은 성평등의 실현이며 그 주요 전략은 성주류화다. 성주류화는 과거의 복지적 접근 혹은 여성 발전이라는 접근과 달리 젠더평등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전환적 전략이다. 여성가족부 정책은 이러한 성평등과 성주류화라는 방향에서 이뤄져왔다.

그러나 최근 성평등정책 사업보다는 청소년사업과 다문화가족을 포함한 가족사업 비중이 늘어났다. 이는 성인지 관점이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은 일종의 복지정책적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청소년과 청소녀들 사이의 차이나 가족 내 성별분업 문제는 깊이 고려되지 않는다. 이런 정책적 흐름은 지방자치단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대부분의 지역 여성정책 조직은 아동, 청소년, 가족, 다문화 등의 영역과 통합돼 있어 성평등 사업에 집중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마치 여성정책이 복지정책과 유사한 것이라는 오해도 지속되고 있다.

지역 내 여성정책 연구조직과 복지조직을 통합할 수 있다는 문제적 발상이 나타나 여성 조직의 독자적 성장에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특히 양성평등법 제정을 계기로 개념적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지자체 실무자들은 ‘성평등’과 ‘양성평등’은 어떻게 다른지, 정책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일례로 3·8여성대회에 남성 참여 비율을 50%로 높여야 한다는 단순한 정책이 나오기도 하는데, 성평등문제는 이런 숫자의 문제로 축소돼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여가부의 조직적 위상은 모든 정부 부처 중 1/n일 뿐인데, 이런 체계로는 모든 정책 영역에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해 나갈 수 없다. 최근 서울시가 천명한 바처럼 정부의 모든 부처에 성평등 전담 인력을 두고 모든 영역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의 실질적 권한을 가진 강력한 기구로 위상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성평등부와 같이 정체성을 분명히 나타내며 성주류화 방향에 부합하는 포괄적인 명칭으로 개칭도 필요하며, 조직의 장은 반드시 명실공한 젠더 전문가가 맡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현재 지자체 내에 극히 형식화돼 있는 여성정책 총괄 기능조직과 일관성 없이 구성된 여러 여성정책 조직들도 보다 집중되고 안정적인 것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성평등정책은 단지 복지의 수단이나 사회발전의 도구가 아니다.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여성들의 삶은 그 어떤 정치적 목적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존중돼야 한다. 이들이 보다 자유롭고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간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토양을 풍요롭게 하는 길이다.

 

두 가지 트랙의 성평등 정책기구로

 

정부정책 전반을 성평등 관점서

조정할 최고 수준의 위원회 신설

한국사회에 산적한 젠더문제 해결할

여성정책 담당기구 위상 강화해야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여성정책 담당기구의 거취 문제는 정권 교체기마다 논란이 됐다. 1998년 여성특별위원회에서 현재의 여가부로 변화를 겪으면서, 이들 기구의 정체성과 역량에 대한 한계가 지적됐다. 위원회는 범부처간 조정 기능을 할 수 있지만 여성의 삶과 연관된 노동, 가족, 폭력, 인권 등의 문제를 다루는 집행 기능이 부재했고, 부처는 성평등 관점으로 범부처간 조정 기능을 수행하는데 한계를 보였다. 차기 정부에서는 지난 20년간 반복해 지적된 이런 한계를 해소할 수 있는 두 가지 트랙의 성평등 정책기구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정부정책 전반을 성평등 관점에서 조정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위원회 신설이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 이미 2000년대에 채택한 성평등정책 추진전략인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서다.

성주류화는 정부의 모든 정책에 성평등 관점의 반영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여가부에서 성별영향평가와 기획재정부 주관의 성인지 예산제도가 실시하고 있으나, 성주류화의 본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표준화된 평가 도구에 의존해 정부 정책의 수혜자인 남성과 여성의 양적인 균형을 마치 평등인 것처럼 인식하는 결과를 낳았다. 성주류화 전략은 여성정책 전담기구에만 위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 정책을 통합적으로 관장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위원회에서 고용노동정책, 복지정책, 경제정책과 같은 주요 국정 과제와 여타 정부정책을 성평등 관점에서 조정하고, 성평등 추진 성과를 점검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는 여성정책을 담당하는 독립된 기구의 강화다. 현재 한국사회에는 해결해야 할 젠더문제가 산적해 있다. 젠더폭력, 여성인권, 여성의 경력단절과 직업훈련, 젠더폭력, 적극적 조치, 일·가족 양립, 돌봄, 여성의 안전 등 여성의 삶과 연관된 정책을 발굴하고 추진하는 독립된 행정기구가 여전히 필요하다. 앞으로 여성정책 전담기구는 사회변화 속에서 젠더 이슈를 정책으로 개발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또 어느 부처보다도 성평등 관점으로 정책을 펼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성평등을 국가정책 운영의 우선순위로

 

성격차지수 스웨덴 4위, 한국은 116위

스웨덴은 가정폭력이 줄어들지 않자

성주류화 위해 아동·노인성평등부 외에

2018년초 새로운 성평등기구 설립

 

장명선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교수

매번 대선 때마다 단골 메뉴로 나오던 것이 여성가족부의 존폐 문제다. 지난 대선도 우리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사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성격차지수는 144개국 중 116위로 매우 낮은데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된 현실이 안타까움을 넘어 걱정스럽다.

우리와는 달리 성격차지수가 4위인 스웨덴은 최근 가정폭력 등이 줄어들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현재의 성주류화 정책의 한계를 인식하고 모든 정책에서 더 성주류화를 확산 실천하기 위해 아동·노인성평등부 외에 새로운 성평등기구를 2018년 초에 설립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88년 정부장관제(2)실, 1998년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를 거쳐 2001년 여성부가 신설되고 오늘날 여성가족부에 이르는 과정을 거치면서 여성정책을 발전시켜 왔다. 그런데 왜 우리 사회는 아직도 사회정의의 실현이며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성평등을 국가정책 운영의 우선순위로 놓지 않고 오히려 홀대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원인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검토 분석해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저출산, 일·가정 양립, 경력단절여성, 젠더폭력, 여성혐오, 사회적 돌봄, 성별임금 등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이러한 문제의 원인 중의 하나가 성불평등문제이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도 성평등 실현이 요구된다.

이는 스웨덴과 같이 우리보다 훨씬 성평등한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현실을 봐도 알 수 있다. 노동현장에서 성차별이 사라지면 2030년까지 매년 국내총생산(GDP)이 0.9%씩 상승할 것이라는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급변하는 국제정치환경 속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인력을 활용하고 성평등 사회를 지향하지 않고서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는 지금 바로 이 순간이 여가부를 보다 강화해 성평등을 실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만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현재 여가부가 운영하는 양성평등위원회만으로는 정책을 조정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설립해 여러 부처에서 행하고 있는 정책 조정을 통해 성평등한 사회 실현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또 각 부처의 성평등정책 실현을 위한 경험을 수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평등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성평등정책의 생활화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성평등정책에 보다 관심을 갖고 민·관·학의 연대 강화 등의 협치를 통해 젠더 거버넌스를 실천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논의돼야 할 것이다. 이는 성평등한 사회 실현만이 우리 사회에 산재해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가 지속가능발전을 하기 위한 정답이기 때문이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