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4000개는 공무원 일자리

34만개는 보육, 의료, 요양 등

사회서비스 관련 일자리

30만개는 직접고용 전환 일자리

 

열악하고 불법적인 여성 종사자

처우 개선 없이는 일자리 증가가

남녀임금격차 늘리는 요인 될 것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좋은 일자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좋은 일자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새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일자리정책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은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으로, 그 영향력에 대한 찬반 논쟁이 활발하다.

그러나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논의는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 15∼64세 여성의 고용률은 55.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회원국 중 28위로 하위권이며 경력단절여성이 200만명을 넘는다. 여성 근로자의 임금 수준도 매우 낮아 남녀임금격차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크다. OECD 회원국 격차가 평균 15%인 반면 우리나라는 두 배를 상회하는 37%나 된다. 공공부문 일자리의 창출이 이 같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낮은 수준을 답보하고 있는 여성의 취업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이 얘기하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7만4000개는 국민의 안전과 치안, 복지전달체계 등을 전달하는 공무원 일자리다. 34만개는 보육, 의료, 요양, 사회적 기업 등 사회서비스 관련 일자리, 나머지 30만개는 공공 부문에 광범위하게 존재한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한 일자리다.

이러한 일자리의 상당수는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이행하기 위해 필요할뿐 아니라, 특히 여성들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에 나설 수 있게 하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늘어날수록 사회적 돌봄서비스에 대한 시장 수요가 늘어나는데, 이러한 수요를 사회(국가)가 공적으로 담당하지 않을 경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위한 사적인 노동 비용이 증가하면서 경제활동에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회서비스업의 고용 비중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정적인 상관 관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성의 경제활동을 보장하려면 국가가 앞장서서 사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이와 관련된 일자리의 창출은 여성의 경제활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공공부문에서 보육, 의료, 요양 등 사회서비스 관련 일자리를 창출될 경우 돌봄노동에서 우위를 갖는 여성에게 고용 기회가 높아질 것이 예상된다.

스웨덴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스웨덴은 1960년 이후 30여 년간 복지국가의 기본 틀을 마련하면서 의료, 교육, 보육 등의 사회서비스 업무를 중심으로 지방정부 종사 인력이 약 72만5000명 늘어났는데, 이들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공공부문이 주도한 사회서비스직의 일자리 창출이 여성 고용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좋은 사례다.

하지만 동시에 해결해야 할 사안이 있다. 사회서비스 종사자의 노동에 대한 가치 평가가 매우 낮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이 집중돼 있는 돌봄서비스에 종사하는 여성 처우가 열악하다. 예컨대 90%이상이 여성으로 구성돼 있는 요양보호사의 경우를 보자. 이들은 현재 30만명이 넘는 대규모 인력이다. 이들의 보수 수준을 보면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집단인 노인요양시설 근무자의 월평균 인건비가 143만원에 불과하며, 가장 낮은 방문요양 요양보호사는 약 59만원으로 어떤 집단의 임금도 최저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김진현 외 ‘장기요양기관 경영수지 분석 및 가산제도 관리 방안’).

보육교사 인권 실태조사에 의하면 국·공립 보육시설의 보육교사 1일 평균 근로시간은 9.6시간으로 8시간을 초과하고 있으며 모든 시설의 보육 교사들도 8시간을 넘고 있으나 1일 초과 근무 수당은 88.7%가 받고 못하고 있다. 더구나 휴게 공간이 없는 교사들이 79%, 휴게 시간이 없는 교사들이 92%이고, 영․유아와 같이 점심식사를 하는 교사들이 63%로 나타나 하루 종일 쉴 공간과 시간이 없는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이 열악하고 불법적인 처우에 대한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여성 일자리의 증가는 남녀임금격차를 더욱 크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돕고 동시에 여성에게 새로운 일자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성 종사자의 낮은 처우를 개선하는 노력도 함께 병행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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