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4000명의 초미니 마을 

’그노쉐 정신’으로 세계적 유명세

 

경쟁보다 협치·협업 도시경제

청년실업 문제의 열쇠일 수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서남방향으로 400km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그노쉐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인구 4000명 정도 밖에 안 되는 초미니 마을이지만 동네 이름에서 유래한 그노쉐 정신이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유래는 이렇다.

1800년대 중반까지 철이 생산되는 이 지역은 철가공 능력이 뛰어났고 근처 군부대에 소총, 대포포신, 총포용 검, 군이동용식판, 물통 등 다양한 철가공 제품을 납품하는 공장이 많았다. 그런데 군부대가 없어지면서 마을 사람들이 당장 생존 문제에 직면했다.

동네사람들이 모여 논의한 결과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고 결정했다. 한 가지 전제조건으로 서로 비슷한 물건으로 동네사람들끼리 경쟁하지 말고 각자 독특한 물건으로 특화하자고 했다. 물건을 만들어 동네에서 전시하고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스웨덴 무역박람회도 참가해 마을사람이 공동 부스를 운영했다.

이때부터 농기구와 부엌용품, 철심 등을 제조하는 산업으로 승부하기 시작했다. 주변 지역은 산업혁명이 이뤄지면서 성냥산업, 전기산업 등이 번창했고 그노쉐는 농기구, 부엌용품과 함께 전기소켓, 청소기용 철부품, 냉장고 부품 등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거듭났다.

인근에 있는 기초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지역 특산품인 고무합성제품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게 타이어 산업이다. 인근 지역에서는 타이어 고무를 생산하고, 그노쉐에서는 철로 만든 타이어링을 만들어 생산하기 시작했다. 인근 지역까지 협의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모델로 거듭났다. 단기간에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2차대전 이후 때마침 스웨덴에 집짓기 열풍이 불기 시작해 이 지역에는 가구회사, 모듈하우스생산 회사 등이 몰려들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도시 엘름훌트에 이케아가 세워졌다. 당연히 철제가구, 부엌용품, 가정용품 등이 남품됐다. 젊은 인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가구디자이너 등이 모여 가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스웨덴의 유명한 가구디자이너 브루노 매트슨도 자리 잡아 지금도 그의 작품이 전시돼 있는 박물관이 있다.

작년 이케아 1호점이 세워진 곳에 이케아 박물관이 들어섰다. 개장 한 달이 된 시점이라 아직 아스팔트 냄새가 가시지 않았고 전시물이 제대로 정돈이 안 된 상태였지만, 이케아 역사를 보면서 지역 발전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시작은 그노쉐와 같은 작은 마을의 대장간들이 모여 일으킨 철가공 산업이 중심이 됐고, 협업 정신으로 제품을 생산해 다른 도시 제품들과 경쟁력을 갖춰나간 원동력이었다. 그노쉐마을 사람들은 그노쉐 정신이라는 단어를 스웨덴 특허 이름으로 등록시켰다. 이제 이 지역은 스웨덴에서 가장 관광객이 붐비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인근에 있는 생물학자 린네생가 그리고 조선 개국과 비슷한 1397년 체결된 북유럽 3국 동맹 도시인 고도 칼마르, 스웨덴의 전통크리스탈 제품을 생산하는 오레포쉬, 코스타,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 린드그렌 등의 아동문학과 어린이공원까지 합쳐 산업, 관광, 공원, 교육도시로 함께 각광받고 있다.

한국의 중소도시들도 떠났던 젊은이들이 모일 수 있는 매력적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는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억지로 만들어 해결하는 것보다 산업이 자생적으로 일자리 창출의 밑거름을 제공할 때 큰 공명을 얻을 수 있다. 그래야 지속성도 확보된다. 지방에서도 청년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와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그노쉐 정신과 같은 협업과 공생의 정신이다. 인근 기초지방자치단체장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야 한다. 미래 경쟁력은 이제 경쟁보다 협업과 협치에 있다. 스웨덴의 작은 마을 그노쉐 모델과 같은 신개념을 정부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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