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 와이프’ 멜라니아 vs

25세 연상의 영부인 트로뉴

 

“마크롱에게 주름과 셀룰라이트

가진 부인이 있다는 사실이 그를

페미니스트로 여기게 만들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선 당선자와 부인 브리지트 트로뉴 여사가 지난 7일(현지시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유리 피라미드 앞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선 당선자와 부인 브리지트 트로뉴 여사가 지난 7일(현지시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유리 피라미드 앞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단 한 명의 국회의원도 없는 신생정당 출신으로 최연소 대통령으로 선출된 에마뉘엘 마크롱 못지 않게 주목을 받은 인물이 25세 연상의 부인 브리지트 트로뉴다.

1992년 프랑스 북부 아미엥의 사립고교 10학년 학생이었던 15세의 마크롱은 연극동아리에 가입하면서 프랑스문학 교사이자 연극동아리 지도교사였던 트로뉴를 처음 만났다. 트로뉴는 당시 3명의 자녀를 둔 기혼자였으며 심지어 자녀 중 한 명은 마크롱과 같은 학급이었다. 고등학생과 교사라는 신분의 차이와 25살이라는 나이차를 뛰어넘어 두 사람을 결속시켜 준 것은 문학과 지성이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미국언론들은 트로뉴가 마크롱의 초보 대선 후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마크롱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로뉴는 다른 대통령 후보의 부인들과는 달리 대선 기간 내내 유세동행·연설문 작성·정책조언 등 밀착 지원으로 이례적 존재감을 드러냈다.

WP에 따르면 프랑스 여성 다수가 마크롱의 결혼이 남성중심사회의 진부한 틀을 깼다는 점에서 그에게 더욱 관심을 두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성들이 자식뻘 되는 연하의 여성과 결혼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기면서 그 반대의 경우는 경원시하는 사회를 향해 이 부부가 일종의 ‘복수’를 한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한 프랑스 여성은 “마크롱에게 주름과 셀룰라이트를 가진 부인이 있다는 사실은 그를 페미니스트로 여기게 만든다. 도널드 트럼프와는 정반대”라고 말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는 모델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보다 24세 연하의 이른바 ‘트로피 와이프’다.

그동안 공직자와 유명인의 사생활에 대해 유달리 관대했던 프랑스언론은 예외적으로 이들 부부의 사생활, 특히 두 사람의 나이 차이에 큰 관심을 보였다. 파리마치는 수영복 차림의 마크롱 부부를 촬영한 사진을 표지에 등장시켰고 이복 손자들에게 젖병을 물리는 마크롱의 모습이 여러 잡지에 실렸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상식을 뛰어넘는 두 사람의 관계 탓에 트로뉴는 선거가 끝난 뒤 프랑스에서 온갖 조롱과 성차별 발언에 시달리고 있는 듯 하다. 프랑스의 만화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는 10일자 표지에 마크롱이 만삭인 트로뉴의 배 위에 손을 얹은채 웃고 있는 캐리커처를 싣고 “그가 기적을 만들 것”이라는 문구를 달았다. 새 대통령이 프랑스에 기적을 일으킬 것이란 덕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트로뉴의 나이를 비꼰 여성혐오 표현이라는게 독자들의 판단이다. 프랑스의 풍자만화가들과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마크롱을 선생님에게 훈육받는 학생으로 패러디했고 몽펠리에의 한 지역의원은 “전임자들은 딸뻘 나이의 여성들과 살았는데 신임 대통령은 엄마뻘 나이의 여성과 산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기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이지 않는 우리의 관계로 인해 아내가 일상에서 여성혐오 피해를 겪는다”고 말한 바 있다. 영화화된 소설 ‘연인’으로 알려진 여성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1980년 66세때 27세의 애독자 얀 안드레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1996년 알콜중독으로 사망할 때까지 16년 동안 안드레아와 연인으로 살았다. 죽음을 감지한 뒤라스는 10개월간 얀에게 남긴 일기 형식의 메모를 묶어 세상을 뜨기 한 해 전, 『이게 다예요』란 작품을 출간했다. 책에서 뒤라스는 꺼지지 않은 창작의 영감을 얀에게서 얻었음을 고백하며 불꽃같은 사랑의 환희와 죽음 앞에서의 초조함, 글쓰기와 삶에 대한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어느 사회나 성차별주의자들은 존재하지만 마크롱 부부나 뒤라스처럼 성역할에 대한 통념을 뛰어넘은 러브스토리는 유독 프랑스에 많은 것 같다. 사생활의 본령이라할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사회적 평판이나 주변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트로뉴의 회고처럼 ‘지금 하고 있는 사랑을 놓치면 내 인생 전체를 놓치는 것인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이 정말로 진실한 것인지’가 중요할 뿐이다.

“마크롱의 평범하지 않은 연애사는 그가 얼마나 의지가 굳건하고 자기확신이 강한 인물인지 보여준다”는 분석처럼 우리도 앞으로는 정치인을 평가하는 항목 중 연애, 결혼 이력에 가중치를 두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첫사랑을 평생 지켜온 마크롱 대통령의 승리가 더욱 빛나는 것은 사랑이란 단어가 갈수록 평가 절하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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