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나 구매자가 눈치 본다고?

예전과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잘 팔리는 몸 위해 번 돈 쓸뿐

‘몸’ 거래가 성매매의 진실이다

 

‘뭉치 토크콘서트’를 진행할 때 관객들에게 자주 물었던 질문이 있다. “성매매는 왜 할까요?” 돌아오는 답은 “먹고 살기 위해서”다. 나도 돈 때문에 성매매를 했다. 그게 아니라면 했을까? 낮에는 직장에 다니거나 학교 다니며, 밤에 유흥주점 같은 곳에서 성매매 하는 여성들도 많다며 얽매이지 않고 투잡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느냐고 한다.

성매매가 ‘잡’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낮에는 다른 일을 하고,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도 있다. 내가 경험했던 성매매 현장에서도 투잡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잠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시작했으나 결국 성매매가 본업이 되는 일은 허다했다.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을 벌려고 업소로 향했지만 그렇게 들어간 성매매 현장은 상상과는 너무 달랐다. 가난하기에 선택할 수밖에 없는 그 환경은 꿈을 실현시키는 수단이 돼주지 않았다.

성매매 여성들의 화대는 집결지 숏타임 7~8만원, 긴밤 15만원, 풀타임은 현관에서 또는 여성들이 구매자와 직접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 액수는 정해 있지 않다. 한달 일을 하고 여성들은 업주에게 반을 나눠주고 ‘현관이모’ 월급을 개인당 10%를 준다. 유흥주점은 테이블 서비스 비용인 TC가 8~10만원, 2차 20~30만원 정도이지만 이건 좀 좋은 조건의 업소들이고, 방석집이나 가요주점으로 불리는 저가로 공략하는 유흥주점들은 업소 내 룸에서 삽입성교나 구강성교를 해주고 이보다 더 떨어지는 수준을 받게 된다.

안마는 고객이 18만원을 내면 그 중에 8만원을 여성이 받는다. ‘물다이 서비스’에 ‘바디 탄다’고 하는 일종의 마사지를 해주며 손으로 사정 한 번 시키고 방에 와서 콘돔 끼고 삽입섹스로 사정시키기까지 그걸 1시간에 다해야 한다. 오피스텔 구조는 기본 1시간 10~20만원, 스페셜 2시간은 사정을 두 번 시켜주는 것이며 서비스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알선사이트에 사진이랑 프로필 올리면 구매자가 그것을 보고 원하는 스타일을 말하면 맞춰서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후기사이트에 후기가 좋으면 알파녀로 선정되고 알파녀가 되면 플러스 알파녀가 된다. 노래방은 시간당 3만원, 2차는 구매자랑 금액을 결정하고 보도방에 떼는 돈이 있으며 티켓 다방은 시간당 2~3만원, 2차는 구매자와 결정한다. 그밖에 키스방, 대딸방, 귀청소방, 포옹방 등은 거의 10만원 미만이다.

성매매 여성들의 수입 구조는 이렇다. 성매매 여성들의 수입을 이야기하면서 한달에 수천 만원을 번다는 말들을 한다. 한달에 큰 업소가 아니라도 1000∼2000만원은 여성 한 명이 벌 수 있다. 그렇게 벌었던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벌긴 벌었는데 내 손에 들어오는 돈은 겨우 생명을 유지하는 비용이었고 그렇게 벌기 위해 써야 하는 비용이 더 많았다.

어쨌든 여성들이 쓰지 않았느냐고. 그런데 여기엔 함정이 있다. 성매매라는 시장에 나를 내놓은 순간 ‘성매매’용으로 나를 만들기 위해 투자해야 된다. 예를 들면 미용실, 홀복, 화장품 등 지출은 필수이고 구매자의 격이 높을수록 그 비용은 비례해서 상승한다. 마치 영업사원들이 월세를 살아도 차는 외제차를 뽑아야 하는 것과 같다. 내 몸에 대한 투자가 큰돈을 벌게 해준다. 여성이어도 더 여성스럽게, 남성 구매자의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잘 팔리는 몸이 돼야만 한다는 건 저절로 되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투자하고도 구매자의 품평 앞에 내 몸은 늘 부족한 상품이었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로 내 몸 위로 오가는 그 돈을 위해 나는 내 몸을 마치 기계처럼 다루기 시작했다. 매 순간 그 몸을 저주했다. 이제 나는 생각한다. 수천만원을 벌었다면 나는 그 폭력을 견디고, 수치심을 참을 수 있었을까. 그렇게 많이 벌면 나라는 존재는 팔려도 되는 존재였던 걸까. 게다가 성매매 여성을 둘러싼 구조는 여성들이 버는 돈의 대부분의 자신들의 이익으로 가져가도록 돼 있다. 마치 여성들이 버는 것처럼 보이는 그 돈들은 소개비로, 임대료로, 각종 수수료로 어떻게든 알선자들의 수익이 된다.

나는 경험으로 느낀다. 성매매가 나를 어떻게 만들었었는지.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성매매 현장은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냐고. 감금도 없고 출퇴근이 자유롭고 예전처럼 인신매매 당해서 성매매를 강제로 했지, 요즘은 업주나 구매자가 눈치 본다고 한다.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은 무엇이 달라졌다는 말일까. ‘몸’을 거래한다는 사실이 성매매의 진실인데. 벗어난 지금도 나는 성매매 현장에 두려움을 느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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