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의 53%는 비정규직

6명 중 5명은 최저임금 영향권

눈치·저임금에 육아휴직 못쓰는 여성들

경력단절 겪으며 저임금·비정규직 전전

 

여성노동단체 회원들이 ‘무급타파 행동단’을 결성하고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5월 11일 임금차별 타파의 날, 무급타파”선포식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노동단체 회원들이 ‘무급타파 행동단’을 결성하고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5월 11일 임금차별 타파의 날, 무급타파”선포식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00대 36’

남성 정규직 임금과 여성 비정규직이 받는 임금의 비율이다. 여성 비정규직은 남성 정규직의 35.8%의 임금을 받고 있다(2016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남성 정규직 임금을 100이라고 했을 때 여성 정규직 임금은 64, 여성 비정규직 임금은 이보다 못한 35.8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은 전체 여성노동자의 54.5%를 차지한다. 여성노동자 2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인 셈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전국 여성노동 관련 시민단체는 ‘무급타파행동단’을 구성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해결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임금차별 타파의 날' 행사를 열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바꿔달라"며 성평등 노동정책 수립과 성별임금격차 해소 등을 주문했다.

행동단은 이날 정규직 남성노동자가 월평균 344만원의 임금을 받을 때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월평균 123만원을 받고 있다며 "정규직 남성노동자에 비해 35.8%밖에 되지 않는 임금, 1년으로 따지면 130일의 임금만을 받고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이정이 나눔돌봄사회적협동조합 요양보호사는 “아픈 분들을 케어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저희 시급은 딱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난 3월부터 건강보험공단의 방침에 따라 3, 4등급 어르신의 경우 (서비스 제공 시간이)4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어, (우리)임금이 4분의 1이나 줄었다. 하루 6시간 정도 일을 해도 80만원에서 90만원 수입밖에 안된다”면서 돌봄노동자의 열악한 처우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장애인 활동보조인의 경우 정책적으로 최저임금도 주지 못하게 하고 있어서 문을 닫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김희숙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 서강대분회장은 “저는 청소미화원으로 일하면서 새벽 4시에 일어나야 된다. 한겨울 추운 날씨에도 상의가 흠뻑 젖을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하고, 받는 돈은 시급 7천원에 식대 10만원정도 해서 140만원정도가 된다”라며 청소노동자로서의 고충을 털어놓았습니다. 성별과 고용형태에 따른 심각한 임금차별에 대하여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현대판 신분제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습니다.

 

자신을 남성 비정규직 노동자로 소개한 김광석씨는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돈을 받으며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나 수당 지급에 대해 사장에게 이의를 제기하면 곧바로 해고당할지도 모르는 처지임을 토로했다. 김씨는 “저는 남성노동자이기에, 얕보거나 추근덕대는 손님, 매일 밤 퇴근 길의 두려움과 같은 여성노동자의 고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발언했다.

 

이가현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위원장은 최근 구인구직사이트에서 똑같은 업무인데 남성은 정규직, 여성은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공고 글을 봤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는)콜센터, 카운터, 이런 감정노동. 노동 강도가 상당히 높은데, 그리고 성희롱과 폭언 등을 극심하게 겪으면서 일을 하는데도 힘든 노동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업주는)낮은 임금을 지금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에 대한 꾸미기 노동 강요에 대해 그는 “97%의 여성 알바노동자가 ‘꾸미기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라고 응답했다. 그것도 무급에, 물품도 사비로 직접 구입해야 한다”라고 발언하며 노동현장의 성차별적인 행태를 꼬집었습니다. “인권에 나중은 없다고 생각한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희숙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 서강대분회장은 “저는 청소미화원으로 일하면서 새벽 4시에 일어나야 된다. 한겨울 추운 날씨에도 상의가 흠뻑 젖을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하고, 받는 돈은 시급 7천원에 식대 10만원정도 해서 140만원정도가 된다”라며 청소노동자로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성별과 고용형태에 따른 심각한 임금차별에 대하여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현대판 신분제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44%가 여성일 정도로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는 늘어났다. 하지만 여성 노동자의 55퍼센트가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일자리인 시간제 일자리가 대폭 늘어났다. 그리고 시간제 노동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다. 여성 노동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며 일한다.

실제로 이정아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과 송민정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이 고용노동부의 2015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저임금의 1.5배 미만의 임금을 받고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주휴수당 고려)는 전체 여성의 62.1%, 남성 노동자는 33.1%로 나타났다. 최저임금과 매우 밀접하게 연동돼 임금이 변화하는 구간인 최저임금 2.5배 미만의 임금을 받는 여성은 86.8%에 달했다. 남성 노동자는 66.3%만 이 구간에 포함됐다. 여성노동자 6명 중 5명은 최저임금에 따라 임금이 매우 밀접하게 변하는최저임금의 영향권 안에 있는 셈이다.

특히 여성은 어렵사리 정규직으로 취업하더라도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겪으면서 비정규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지난 8월 통계청이 낸 ‘경제활동 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를 분석해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에 따르면 남성은 정규직 697만명(63.3%), 비정규직 404만명으로 정규직이 많은 반면 여자는 정규직 392만명(45.5%), 비정규직 470만명(54.5%)으로 비정규직이 더 많다.  

특히 정규직 여성의 경우 20대 후반(68만1000명)을 정점으로 크게 감소하는 반면 비정규직 여성은 30대 초반(31만9000명)을 저점으로 40대 초반(47만3000명), 50대 초반(57만3000명)으로 갈수록 증가했다. 여성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이유는 결혼과 임신·출산, 육아와 연관성이 있다. 김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출산과 자녀 육아기를 거친 여성이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하려 할 때 제공되는 일자리가 대부분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15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지키는 심각한 성별 임금격차에는 차별과 비정규직이라는 함정이 숨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동단은 “여성노동자 중 53.8%가 비정규직인 현실은 여성에게는 정규직 진입로가 차단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더불어민주당만의 정부가 아니라, 광장의 촛불이 함께 수립한 공동정부”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했듯)페미니스트 대통령이면서 일자리 대통령이라면, 여성비정규직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여성비정규직에게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임금과 대우를 해야 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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