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통합 정부 구성이 최우선 현안

파격적인 포용의 리더십 보여야

 

링컨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

만델라 ‘화해의 리더십’ 배워야

집권 후 6개월이 새 정부 성패 좌우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국민은 ‘적폐 청산’을 외치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새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문 대통령은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 원칙을 지키고 국민이 이기는 나라, 상식이 상식으로 통하는 나라를 꼭 만들겠다”고 했다. 이번 대선은 여러 면에서 역대 선거와 달랐다. 특정 지역에서 특정 후보가 몰표를 얻는 지역주의가 흔들렸고, 전통적인 진보와 보수의 이념 대결도 약해졌다. 선거 막판에 늘 나타났던 후보 단일화, 연대도 없었다.

소신 투표 유권자가 많아지면서 정치적 진영 논리에 따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도 사라졌다. 이번 대선에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에서 26.1%(1107만명)가 투표할 정도로 투표 열기도 높았다. 이에 힘입어 투표율도 1.4%포인트 상승했다(77.2%). 이렇게 투표율이 높았다는 것은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고, 내가 참여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효능감이 강화됐으며, 정권 교체라는 이슈가 반드시 투표를 해야만 하는 동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 선거의 앙시암 레짐(구체제)을 타파할 수 있는 정초선거(주춧돌을 놓는 선거)의 성격이 강하다. 미국의 키이 교수는 정당 체제의 변화, 새로운 사회 분열, 유권자들의 지지 기반 변화가 일어나면 ‘중대(critical) 선거’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총선에서 그동안 오랫동안 지속됐던 양당 체제가 3당 체제로 재편됐고, 이번 대선에서는 5자 구도가 만들어졌다.

우리 사회는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촛불과 태극기로 분열되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려는 세력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더구나 과거 지역과 이념에 따라 ‘묻지마 투표’를 했던 유권자들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가능성을 보고 투표하는 변화도 나타났다. 분명, 한국 선거에서 놀라운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선거 초반 주목받지 못했던 진보 진영의 유일한 여성 후보였던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선거 막판까지 선전한 것은 의미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이러한 긍정적 변화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데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문제는 새 대통령의 통치 환경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집권당의 국회 의석이 120석에 불과한 ‘여소야대 정부’이고 국회 선진화법이 작동하고 있어 정치적으로 민감한 법안들을 통과시키려면 180석을 확보해야 한다. 당장 야당 동의 없이는 국무총리 인선도 쉽지 않고, 대선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예산도 확보할 수 없다.

따라서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 통합 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새 대통령은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파격적인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문 대통령이 진정 통합을 원한다면 미국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 남아공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용서와 화해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

링컨은 유능하다면 정적도 포용했다. 선거에서 자신을 도왔던 인물을 발탁하기보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경쟁자를 국무장관, 재무장관, 법무장관으로 임명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국익 우선과 포용력이었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에 항거하다 27년간 감옥살이를 한 만델라는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당선되자 적폐 청산의 대상인 전임 백인 대통령 프레데리크 데클레르크를 대리인으로 전격 발탁했다.

심지어 데클레르크가 이끄는 국민당(NP) 소속 정치인과 관리 5명도 각료직에 임명했다. 이런 통 큰 포용의 리더십만이 새 정부가 처한 열악한 통치 환경을 극복해 성공의 길을 갈수 있다. 새 정부의 성공 여부는 집권 초기 6개월에 달려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의 열광과 환멸의 주기가 지극히 짧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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