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과 탄핵 국면서 높아진 여성 참여 

대선 캠페인 감시, 투표 참여 도드라져  

2008년과 2016년 촛불시위 현장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

 

 

19대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섰다. 이번 대선에서 어떤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고 참여하지 않았는지는 여러 조사결과가 나와봐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지만, 이번 대선을 전후해 여러모로 여성 유권자들의 정치 관심과 참여가 도드라졌다.

우리 사회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정치 관심이나 참여가 낮다는 오래된 고정관념이 있다. 꽤나 오래전에 그랬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도 60세 이상 연령층에서는 남성 유권자들이 여성유권자들보다 10%이상 더 투표에 참여한다. 그러나 현재 50대 이하 연령층에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표율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국회의원선거,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20대 초반을 제외하고 40대 이하 전 연령층에서 모두 여성 투표율이 남성 투표율을 앞섰다.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역시 20대 초반을 제외하고 50대 이하 전 연령층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투표에 참여했다.

20∼24세 연령층에서 남성 투표율이 더 높은 건, 이 시기 남성유권자들 상당수가 군대에서 의무적으로 부재자 투표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연령층의 성별 투표율 격차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2007년 대선에서 20대 초반 남성 유권자들은 여성 유권자들보다 9.4% 더 투표를 했다. 그러나 2012년 대선에서 그 차이는 2.0% 내외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여성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가 남성 유권자보다 높거나 최소한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선 지는 이미 오래됐으며, 그 연장에서 이번 대선 투표 참여도 기대를 하게 만든다.

여성 유권자들의 높아진 정치 관심은 비단 투표 참여에서만 발견되는 게 아니다. 촛불시위 현장에서 참가자들을 조사했던 자료에 따르면, 2008년과 2016년 촛불시위에서도 여성들의 참여 증가 현상이 도드라진다. 20∼30대 참여자들의 성별 구성은 2008년과 2016년 거의 비슷했지만, 두 번 모두에서 여성 참여자가 남성 참여자보다 더 많았다.

40대에서는 남성 참여자가 여성 참여자보다 조금 더 많기는 하지만, 2016년 여성 참여자 비율이 2008년보다 10%이상 늘어났고, 50대 이상 연령층에서도 여성 참여자 비율이 5%정도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이번 촛불시위가 워낙 전례 없는 대규모였기는 했지만, 이 자료는 참가자 숫자가 아니라 각 연령층에서 남성과 여성의 비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 주목할 만하다.

광장과 탄핵 국면에서 높아진 여성 유권자들의 목소리는 대선 캠페인 과정으로도 이어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유치원 발언’ 파동이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자연미인’ 발언 사과 등은 그 사례가 된다. 안철수 후보가 ‘사립유치원 유아교육자대회’에서 한 유치원 관련 정책 발언을 정치 쟁점화시켰던 건, 다름 아닌 여성 유권자들이었다. ‘맘 카페’를 중심으로 발언에 대한 비판과 성토가 이어졌고 이를 오프라인 언론이 보도하면서 대선 국면의 중요 이슈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사건은 다른 후보 캠프에서 이슈화시키기도 전에 유권자들이 먼저 반응하고 쟁점화시켰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패턴을 보여준다.

문 후보가 ‘자연미인’ 발언을 하고 곧바로 다음날 사과를 내놓게 된 것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여성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발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대선에서 젠더 관련 발언의 압권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였다. “설거지나 빨래는 하늘이 정해준 여성의 일”이라거나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몰이해를 고스란히 드러낸 TV 토론 발언 등이 있었고, 많은 여성 유권자들은 또 여기에 목소리를 냈다.

이번 대선 여러 후보들은 가정과 직장에서 여성의 불평등한 지위와 대우를 개선하겠다, 남녀동수내각을 구성하겠다는 등의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선거 후 이를 지키도록 만드는 것은 후보자나 집권당의 선의가 아니라 시민들의 관심과 감시, 지속적인 요구다. 선거는 끝나도 정치는, 우리의 삶은 이렇게 쭉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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