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선TV토론회의 사회자들. 4월 19일 박영환 KBS취재주간, 23일 김진석 KBS 기자, 25일 JTBC 손석희 앵커, 28일 박용찬 MBC논설위원실장 ⓒ방송 캡처
제19대 대선TV토론회의 사회자들. 4월 19일 박영환 KBS취재주간, 23일 김진석 KBS 기자, 25일 JTBC 손석희 앵커, 28일 박용찬 MBC논설위원실장 ⓒ방송 캡처

최근 6차례 치러진 대선 TV토론회는 남성 사회자의 전유물이었다. 여성 사회자는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TV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자유한국당 홍준표·국민의당 안철수·바른정당 유승민·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 등 5명의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 4월 13일부터 5월 2일까지 6차례 열렸다.

SBS·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1차 토론회를 시작으로 KBS와 JTBC가 한 차례씩 총 3차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3차례 토론회를 개최했다.

매 회 토론을 진행한 사회자 6명 모두 남성이었다. 4월 13일 김성준 SBS보도본부장, 19일 박영환 KBS보도본부 취재주간, 23일 김진석 KBS 기자, 25일 손석희 JTBC 사장, 28일 박용찬 MBC논설위원실장, 5월 2일 이정희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순으로 진행을 맡았다.

반면 최근 대통령 선거를 치른 프랑스의 TV 토론 풍경은 전혀 달랐다. 지난 3월 3일 프랑스 최대 민영방송 TF1이 주최한 방송 대선토론의 사회자는 여성1명, 남성 1명이 맡았다. 지난 4월 4일 프랑스 민영방송 BFM TV와 CNEWS가 공동 주최한 방송 대선토론의 사회자는 각 방송사의 여성 앵커가 맡았다.

 

지난 4월 4일 프랑스 민영방송 BFM TV와 CNEWS가 공동 주최한 대선TV토론. 사회는 각 방송사의 여성 앵커가 맡았다. ⓒ유튜브 캡처
지난 4월 4일 프랑스 민영방송 BFM TV와 CNEWS가 공동 주최한 대선TV토론. 사회는 각 방송사의 여성 앵커가 맡았다. ⓒ유튜브 캡처

 

지난 3월 3일 프랑스 최대 민영방송 TF1가 주최한 대선TV토론. 사회자는 남성 1명, 여성 1명이 맡았다. ⓒ유튜브 캡처
지난 3월 3일 프랑스 최대 민영방송 TF1가 주최한 대선TV토론. 사회자는 남성 1명, 여성 1명이 맡았다. ⓒ유튜브 캡처

토론회에서 사회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대통령 후보들에게 질문을 하고 조정·통제하면서 후보자들의 정책을 검증하고 토론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한다. 이같이 막중한 역할을 하는 사회자의 자리에 왜 여성은 없을까.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사회자 선정 과정에서 성비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을 것”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 전반에 있던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최순실·박근혜 사건 이후 더 심화됐고 퇴보한 분위기도 반영됐다고 본다”이라고 지적했다.

6차례의 토론회 중 3차례를 개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속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측의 답변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위원회 관계자는 “위원회 회의를 거쳐서 결정한다. 선정기준은 종합적이다. 공정성, 경력 등 다양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남성 여성 구분해서 한 게 아니다. 선정 기준에 남성이냐 여성이냐는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회자 선정에 성별이 고려되지 않은 것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위원 23명 중 여성이 4명으로 17.3%에 불과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국가 행정기관 소관 위원회는 ‘위촉직 위원 구성에서 특정 성별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에 포함되지 않아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선관위와 같은 헌법기관 중 한곳인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을 개정해 성별의 고른 참여를 촉진하고 있어 참고할 만하다.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은 “여성 적임자가 없다는 건 핑계가 될 수 없다”면서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후보가 심상정 후보였는데 적임자가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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