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의날 기획 ②]

대규모 아동양육시설서 자란 아이

‘버려졌다’는 느낌에 마음의 상처

 

원가정 보호 원칙… 입양은 차선책

“해외입양보다 국내입양 더 낫다”

 

연장아 입양 후 아동 상담 강화를

세밀한 아동 중심 입양정책 필요 

 

왼쪽부터 애플의 CEO이자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자 평화운동가 고 넬슨 만델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모두 입양아 출신 유명 인사들이다. ⓒ뉴시스·여성신문
왼쪽부터 애플의 CEO이자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자 평화운동가 고 넬슨 만델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모두 입양아 출신 유명 인사들이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해 10월 충북 청주의 한 종합병원에서 미숙아로 태어난 진우(가명)는 생애 첫 어린이날을 보육원에서 보냈다. 진우 엄마는 스물여섯 살 된 미혼모로 진우를 낳곤 한 달 만에 도망쳤다. 경찰에 붙잡힌 진우 엄마는 “2013년과 2014년에 전북 익산과 전주에서 아이를 낳은 후 버렸다”며 “진우를 키울 병원비와 양육비가 없어 도망쳤다”고 진술했다. 엄마가 버린 두 아이는 입양돼 성장하고 있지만 진우는 아무 것도 모른채 보육원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모든 아이는 원가정 보호 원칙에 따라 자신이 태어난 가정에서 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보호를 받고 자라야 한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의 양육을 포기할 경우 시설에 보내기보다 가정환경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해야 하고, 최소한 우리 땅에서 태어난 아이는 우리 사회가 키우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어떤 고민도 없이 아이를 너무 쉽게 시설로 보내고 있다.

선진외국은 이혼 시 양육권을 부부가 서로 갖겠다며 법정 다툼을 벌이는데 한국은 일부 아이를 버린 채 재혼하는 부모들이 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이혼하면 아이를 시설에 보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보육원과 그룹홈 아이들을 상대로 연구한 결과 적극적인 심리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4분의1이 넘었다. 아이가 원가족과 같이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규모 아동양육시설에서 자신과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과 살면서 ‘버려졌다’는 느낌이 들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직도 혈통이나 집안 배경을 따지는 한국 문화와 전통은 입양아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입양아 출신의 유명 인사가 수두룩한 외국과는 판이하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애플 CEO이자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는 입양아로 성장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자 평화운동가인 고 넬슨 만델라도 입양아였다.

 

입양은 국가의 지원에도 도저히 아동을 양육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차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아이가 처한 상황이나 개별 아동에 따라선 공동생활가정인 그룹홈보다 입양이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입양원 김원득 원장은 “가족과 분리된 아동의 건전한 보호와 육성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책임져야 할 일이다. 더 이상 입양이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선 1950년 6‧25 전쟁으로 전쟁고아들이 생긴 뒤 입양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국내입양의 역사는 훨씬 길다. 수양, 시양의 관행은 조선 건국 이전부터 존재했던 입양 형태이자 조선 전기, 특히 15세기에 성행했다. 3살 이전의 입양을 수양(收養), 3살을 넘은 아이 입양을 시양(侍養)이라 한다. 1953년 미국으로 4명의 혼혈아동이 입양된 이래 2015년까지 해외로 입양된 아동은 16만6512명이다. 한국은 입양아들의 인권을 강화하는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 가입국인데도 원가정 보호가 미흡해 여전히 ‘아동 수출국’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입양특례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2년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40%였던 해외입양이 2013년 25.6%로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며 “아이를 혼자 키우기 힘든 미혼부모가 아이를 입양 보내는 경우가 많다. 미혼부모가 아이를 혼자 키울 수 있도록 주택을 지원하고 수당을 높이는 정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 또 아이를 해외로 입양보내기 전 국내입양을 보내거나 영구위탁가정, 그룹홈에 보내는 등 아동보호 정책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특히 “입양에 대한 인식 개선을 통해 해외입양 이전에 국내입양이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나라보다 소득이 낮은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도 해외입양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입양을 숨겨야 하는 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입양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홍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입양아 중 연장아는 입양가정에서 어려움이 많은데 입양 후 아동 상담 등 더욱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 또 양부모 중심의 입양이 아닌 아동 중심의 입양으로 전환돼야 한다. 아동의 입양 대기 기간이 긴 이유 중 하나는 입양부모 대부분이 여아 입양을 위해 1, 2년은 기다리지만 남아 입양은 꺼리기 때문이다. 양부모의 욕구 충족에 초점이 맞춰진 입양은 입양아동과 양부모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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