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리 높이 뛰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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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차별이나 여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기존의 기업문화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분야가 바로 인터넷 기업이다. 날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성들이 넘어야 할 벽은 아직도 존재한다. 승진이나 포상, 연수기회가 남자 직원에 비해 많지 않고 회의시간에 질문을 하거나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튀는’ 여성들에게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다.

인터넷 기업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은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고 전한다. 특히 잦은 야근 등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인해 기혼여성은 출산휴가나 출장 등에서 아직도 주위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들은 기업내 게임의 룰을 배우고 싶어한다.

전문성을 키우는 것 이외에도 톱 매니저로 향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여성 스스로도 안정적인 분위기를 선호하기보다는 개척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관련 업계 선배들은 제안한다.

기회 많지만 편견 여전… 인터넷 기업 여성들의 현주소

철저히 능력 위주로 평가받는 기업문화의 대표적인 산업형태가 바로 인터넷 기업이라는 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따라서 기존의 기업에 존재하는 유리천장이 인터넷 기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실제로 정보기술분야의 닷컴기업을 비롯한 인터넷 기업 속에서 여성들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자신의 능력을 펴고 있다. 그리고 그 여성들은 “이제는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에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현재 유명 인터넷 기업인 ㄷ사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는 이은정(30)씨가 이벤트, 디자인 업체를 거쳐 이 곳을 선택한 것은 “인터넷에 대한 호기심과 CEO가 젊은 사람”이라는 이유때문이었다. 서비스기획운영팀장을 거쳐 현재 CEO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전혀 후회가 없다고 단언했다.

수직적 관계 아닌 수평적 운영

남녀불문 능력위주 평가등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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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씨는 우선 대기업과 차별되는 합리적인 기업문화가 남녀를 불문하고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본 바탕을 제공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수직적 관리체계가 아닌 20개의 팀별로 움직이는 수평적 조직으로 운영되며 자기개발비용에 대한 지원과 3년마다 안식휴가가 주어지고 관련 분야에 유학을 갈 경우 50%에서 전액까지 지원되는데 남녀 구분없이 동등하게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하는 이은정씨는 “인터넷을 비롯한 첨단분야의 소규모기업에서는 여성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자지불서비스솔루션 개발업체인 티지코프닷컴 이유진(27)과장도 “일반기업과 확연히 다른 기업문화”를 인터넷기업의 장점으로 꼽았다. 이 과장은 “벤처기업은 원칙대로 가려는 기업분위기가 있다. 전문적인 자기역할이 주어지기 때문에 성에 따른 구분보다는 능력위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티지코프에서 일하고 있는 중간관리급 이상 여성 인력으로는 현재 기술이사 1명, 과장급 2명, 대리급 4명이 있다.

이렇듯 많은 여성들이 인터넷기업에서 희망을 찾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적인 기업문화가 인터넷기업에 전이되는 것이 아직까지 우리 현실이다. 여성이라서 겪어야 하는 불이익과 편견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인터넷 기업이라도 별 수 없다”고 외치는 여성들의 공통된 지적은 ▲남성중심의 사무실 분위기 ▲동료 여직원이나 역할모델 부족 ▲업무분야 한정 ▲튀는 여성은 아직도 고생한다는 것이다.

무선인터넷서비스솔루션업체인 ㅇ사에 근무하는 ㄱ(35)씨. LG와 현대에서 인터넷 분야 근무경력을 갖고 있는 그의 첫마디는 “반대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남녀를 평가하는 것이 다르다. 남성은 추진력 있다고 인정받는 반면 여성은 갈등만 일으키는 성격에 문제가 있는 사람 취급 당한다. 남자들은 업무능력이나 직책에 상관없이 외모가 출중하고 싹싹한 여성들을 더 선호하며 나이 든 미혼여성에게는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휴게실은 담배피는 남성들이 독차지해 여직원들이 이용하기가 힘들다”라고 쏟아냈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것은 업무 분담과정에서 꼭 남자 대 여자로 나누는 것도 이해할 수 없으며 이런 경우 승진은 거의 다 남자들의 몫이라고 ㄱ씨는 전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전한 말은 “왜 꼭 남자들은 회식의 마지막 차수로 룸싸롱을 가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원하는 사람만 가는 것이 아니라 사장의 명령하에 한 사람도 빠지면 안되고 결국에는 술에 잔뜩 취한 사장이 여직원들을 껴안고 얼굴을 비벼댄다는 것이다.

모 인터넷 검색포털엔진업체에 근무했던 ㅇ(30)씨도 회식에 대한 기억이 그리 유쾌하지 않다. 술취한 남성들은 동행한 여직원들을 술집 종업원으로 착각하기 일쑤였고 반말은 기본이었다.

“거래처 회사 임원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였는데 물론 임원으로 참석한 여성은 내가 유일했다. 중요한 계약에 사인만 하면 끝나는 시점에서 모인 자리라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룸싸롱에서 벌어졌다.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서는 나를 향해 상대 회사 직원이 술집 종업원으로 착각하고 팔을 잡으며 “야 너 어디가”라고 외친 것이다. 결국 다른 이유로 계약은 결렬됐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여자가 끼니까 되는 일이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퍼졌다”고 ㅇ씨는 전했다.

여자상사 인정안하는 분위기 여전

비우호적 기업문화 겁내지 말아야

대기업의 정보통신분야 계열사에서 3년8개월동안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던 ㅇ(34)씨는 출산휴가를 마치고 회사에 돌아와보니 자신만 제외하고 입사동기들은 이미 대리로 승진해 있었다고 한다. 임신한 상태에서 일요일도 팀장이 부르면 출근했고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로서는 불이익을 당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한번은 프로젝트 진행 중에 해외출장 건이 있었는데 팀장이 숙박비를 절약해야 한다며 후배 남자를 데리고 가더군요.”

결국 ㅇ씨는 회사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명예퇴직신청을 받을 때 사표를 내고 말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기자에게 들려준 말이 있다. 직장 상사가 ㅇ씨에게 “당신이 애딸린 기혼여성이라서 더 신경써야 했다”고 한 말이 더욱더 그를 비참하게 했다는 것이다.

대기업 규모의 정보통신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ㄱ(26, 현재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업체서 웹사이트 기획 담당)씨도“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남성은 정규직, 여성은 계약직이 많았으며 어떤 여직원이 튄다더라는 소문이 나면 승진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IT 전문 헤드헌팅업체인 이피플컨설팅 김준희 사장은 “구인을 원하는 인터넷기업의 10∼20%는 능력과 상관없이 남성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똑같이 경력 10년차라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직급과 연봉이 더 낮은 조건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기업에서 여성들이 겪는 시행착오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대안들이 있다. 군가산점을 인정하지 않고 남녀가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게 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나 안철수연구소 등과 같은 회사를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취재에 응했던 많은 여성들은 “여성의 입지가 어느 정도 탄탄하게 다져진 분야는 인터넷 벤처기업”이라는 희망을 전하면서 넘어야 할 산으로는 “실력은 필수, 원만한 대인관계, 위기상황 대처, 직원 관리 능력”을 꼽았다.

김준희 사장은 “여성은 경력이 많아도 매니저보다는 전문개발인원으로 투입되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도 깨뜨려야 할 부분이다. 어차피 IT기업이 다수의 남성사회인데 톱 매니저까지 오르려면 리더역할을 경험해 봐야 하지 않나. 여성에게 비우호적인 사회구조를 겁내지 말라”고 충고했다.

박정 희경 기자 chkyu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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