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능은 ‘아재’들 판
한국예능은 ‘아재’들 판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04.19 15:20
  • 수정 2017-04-24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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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리부트’ 도래 이후 

여성예능 출현 기대했지만 

여전히 두터운 예능 내 유리천장

여성 출연자 21.51% 불과

 

지상파 3사를 비롯해 JTBC, tvN 예능프로그램 진행자와 고정 출연자 316명 중 여성은 68명으로, 21.51%를 차지했다. 20%를 웃도는 여성 진행자와 출연자 비율은 한국예능 내 유리천장의 두터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박규영 디자이너
지상파 3사를 비롯해 JTBC, tvN 예능프로그램 진행자와 고정 출연자 316명 중 여성은 68명으로, 21.51%를 차지했다. 20%를 웃도는 여성 진행자와 출연자 비율은 한국예능 내 유리천장의 두터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박규영 디자이너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1’(2016)은 ‘맘마미아’(2014) 이후 2년여 만에 방송가에 등장한 여성예능이었다. 남자들이 판치는 예능 바닥에서 ‘슬램덩크’는 가뭄에 내린 단비와 같았다. 특히 ‘페미니즘 리부트(재시동)’는 여성예능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지난 2년간 2030 여성들은 여혐 논쟁, 온라인 젠더 논쟁을 거치며 ‘페미니즘 리부트’를 경험했다. 리부트란 영화산업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로, 기존 시리즈의 캐릭터와 기본 설정들은 유지한 채 완전히 다른 내용을 구성하는 것을 뜻한다. 페미니즘도 기본 설정은 유지하면서 SNS 등 새로운 온라인 환경에서 전혀 다른 형태로 드러났다는 뜻이다. 

‘슬램덩크’를 시작으로 여성예능의 물꼬가 트이는 듯했지만, 기대는 엇나갔다. 2017년 4월 현재도 예능프로그램은 ‘아재’들이 꽉 잡고 있다. 방송계의 남초 현상은 이전과 달라진 바 없다. 오히려 방송사들은 앞다퉈 남성예능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tvN은 ‘여섯 명의 아재들이 오빠 감각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주제로 ‘시간을 달리는 남자’를 내놨다. 지난 15일 첫 방송한 JTBC ‘갑자기 히어로즈’도 진행자를 비롯한 출연진이 전부 남자다. XTM에선 ‘남자들의 원기를 상승시켜 주겠다’며 ‘남원상사’라는 프로그램을 방영 중이다.

방송계 내 유리천장은 여전히 공고하다. “2015년은 남자들 판이었다. 여자가 살아남기 굉장히 힘든 해였다.” 지난해 1월 ‘무한도전 예능총회’에서 개그우먼 김숙이 한 말은 아직 유효하다. 여성신문은 한국예능의 ‘남초’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지상파 3사(KBS, SBS, MBC)와 JTBC, tvN의 예능프로그램 진행자와 고정 출연자 성비를 분석해봤다. 그중 출연자의 성비 구분이 모호한 코미디 프로그램은 제외했다. 종영 프로그램과 방영 예정인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최고의 사랑’ ‘내 귀에 캔디’ 등 짝짓기 프로그램도 제외했다. 그 결과 총 55편의 예능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KBS2 ‘1박2일 시즌3’ ⓒKBS 홈페이지
KBS2 ‘1박2일 시즌3’ ⓒKBS 홈페이지

 

MBC ‘라디오스타’ ⓒMBC 홈페이지
MBC ‘라디오스타’ ⓒMBC 홈페이지

KBS·SBS 각 19명, MBC 13명, JTBC 0명, tvN 17명

KBS 예능프로그램으로는 ‘노래싸움-승부’ ‘1박2일 시즌3’ ‘슈퍼맨이 돌아왔다’ ‘불후의 명곡’ ‘안녕하세요’ ‘해피투게더3’ ‘언니들의 슬램덩크2’ ‘살림하는 남자들2’ ‘하숙집 딸들’ ‘배틀 트립’ ‘연예가중계’ ‘영화가 좋다’ ‘뮤직뱅크’ 등을 추렸다. 65명의 출연진 및 진행자 중 여성은 19명이었다. 

SBS 예능프로그램은 ‘자기야’ ‘정글의 법칙’ ‘백종원의 3대천왕’ ‘런닝맨’ ‘판타스틱 듀오2’ ‘미운 우리 새끼’ ‘주먹쥐고 뱃고동’ ‘본격연예 한밤’ ‘게임쇼 유희낙락’ ‘접속 무비월드’ ‘인기가요’를 분석했다. 72명중 여성은 19명에 불과했다. 

MBC 예능프로그램은 ‘라디오스타’ ‘발칙한 동거 빈방 있음’ ‘나혼자산다’ ‘무한도전’ ‘복면가왕’ ‘은밀하게 위대하게’ ‘섹션TV 연예통신’ ‘출발 비디오 여행’ ‘쇼 음악중심’을 정리했다. 48명 중 여성은 13명이었다. 

JTBC는 ‘갑자기 히어로즈’ ‘뭉쳐야 뜬다’ ‘아는 형님’ ‘한끼줍쇼’ ‘냉장고를 부탁해’ ‘비정상회담’ ‘잡스’를 분석한 결과, 51명 중 여성 출연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JTBC ‘비정상회담’ ⓒJTBC 홈페이지
JTBC ‘비정상회담’ ⓒJTBC 홈페이지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공식 페이스북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공식 페이스북

서열관계 공고·여성은 성별로 취급… 진행방식도 ‘마초적’

tvN은 ‘주말엔 숲으로’ ‘시간을 달리는 남자’ ‘공조7’ ‘SNL 코리아 9’ ‘윤식당’ ‘편의점을 털어라’ ‘너의 목소리가 보여4’ ‘집밥 백선생3’ ‘원나잇 푸드트립’ ‘인생술집’ ‘프리한 19’ ‘어쩌다 어른’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수요미식회’ ‘명단공개 2017’ ‘현장토크쇼 택시’를 분석했다. 80명 중 여성은 17명이었다.

지상파 3사를 비롯해 JTBC, tvN 예능프로그램 진행자와 고정 출연자 316명 중 여성은 68명으로, 21.51%를 차지했다. 20%를 웃도는 여성 진행자와 출연자 비율은 한국예능 내 유리천장의 두터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히 남성 MC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김구라, 전현무, 김성주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55편 중 22편에 달했다. 

여성 출연자가 부족한 한국예능은 진행방식도 ‘마초적’ 성격을 띤다. ‘아는 형님’ ‘무한도전’은 소위 ‘아재’예능으로 불린다. 남성 출연자들은 ‘철없고 조금 모자란’ 캐릭터를 기반으로 상황극을 벌이거나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만들어낸다. 남성문화를 토대로 한 유대관계 내엔 그들만의 서열관계가 공고하게 작동한다. 그 속에서 여성 게스트는 ‘성별’로 취급되며, 예쁘고 어린 여성은 숭배·칭찬의 대상이 되고, 못생기고 나이 많은 여성은 개그소재로 이용된다. 

 

KBS ‘해피투게더3’ ⓒKBS 홈페이지
KBS ‘해피투게더3’ ⓒKBS 홈페이지

외모지상주의 조장하고 여성의 주체성 무시하는 내용 태반

여자 연예인이 고정 출연자로 등장하더라도 진행자로서의 역할은 미미하다. 토크쇼에서 질문을 던지는 역할은 남성 MC에 한정돼 있고, 여성 출연자는 ‘꽃병풍’인 경우가 많다. 춤이나 성대모사 등 개인기를 보여주거나 리액션 역할에 그치는 것이다. 남자 게스트가 출연할 때면 러브라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해피투게더3’에 출연 중인 배우 엄현경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원장 민무숙)은 3월 6~12일에 방송된 예능·오락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 “성차별적 내용이 심각하고, 성비 격차가 심하다”고 18일 밝혔다. 양평원은 “출연자 성비와 주요 역할을 분석한 결과 남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여성은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상파 모 음악프로그램의 경우 진행자 1명과 연예인 판정단 12명 중 여성은 단 3명에 불과했고, 남성 판정단은 주로 음악 분야 종사자로 전문성이 강조된 반면 여성은 배우나 개그맨 등으로 구성돼 감성적인 평을 내놓는 역할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또 양평원은 성역할 고정관념이나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내용, 여성의 주체성을 무시하는 내용 등이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양평원 양성평등사업팀 관계자는 “모니터링 이후, 한국방송은 여전히 남성이 주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무숙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은 ”방송사와 방송 제작진들은 방송이 시청자들의 양성평등 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건강한 웃음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 제작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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