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0만원 지급” 일제히 약속

재원이 관건… 문재인 2조6000억원

안철수 5조1000억원 큰 편차

 

“돌봄시설 확대 없이는 아동수당이

저출산 구원투수 역할 못해” 비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 정책시리즈로 보육정책을 발표 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 정책시리즈로 보육정책을 발표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아동수당이 19대 대통령선거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아동수당’ 공약을 발표하면서 아동수당이 저출산 대책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후보 4인 서로 질세라 아동수당 공약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문재인의 약속-안심육아 대책’ 기자회견을 갖고 “0세 갓난아기부터 5세 아동까지 매달 10만원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아동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아동수당은 육아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민생정책”이라며 “한 아이가 태어나 사회구성원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가 최소한의 비용을 투자하겠다”고 정책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은 아동수당 재원으로 약 2조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남인순 민주당 선대위 공동여성본부장은 “양육수당과는 별개로,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부모에게도 아동수당을 지급한다”며 “향후 대상 아동 연령이나 지급액은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학부모와 함께하는 육아정책 간담회’를 갖고 “소득 하위 기준 80% 대상 만 0~11세 어린이에게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 선대위의 채이배 공약단장은 “연 5조1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지만 재원 마련 방법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가령 기존 자녀소득공제를 없애면 3조3000억원으로 아동수당을 시행할 수 있다. 세수 증가분을 감안하면 재정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일찌감치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 3호 공약 중 하나로 아동수당 공약을 내놨다. 유 후보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의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 1인당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2015년 합계출산율은 1.24명, 2016년에는 1.17명으로 떨어졌다. 인구절벽의 대재앙을 막으려면 아동 양육은 공동체의 책임이 돼야 한다”며 “우리 국민은 출산 기피 원인으로 교육비 부담을 1순위로 꼽았다. 아이 낳지 않기를 선택하는 시대에 아이 키우는 가정에 대한 사회 전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정책 배경을 설명했다.

유 의원은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아동수당 도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유 의원은 자신이 내놓은 여성공약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꼭 채택했으면 하는 여성정책을 묻자 “아동수당”이라고 답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아동수당 월 10만원 지급을 진작부터 약속한 상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학부모와 함께하는 육아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학부모와 함께하는 육아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기존 제도 통폐합 주장도… 예산이 변수

아동수당은 저출산 위기 속에서 지난해부터 정치권 안팎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아동수당 도입은 저출산 원인이 양육비 부담에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된다. 국가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투자의 관점도 담겨 있다. 저출산 문제가 당면과제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아동수당을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일부에 불과하다.

아동수당을 도입하면서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등 기존 제도를 모두 통폐합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에서 0~15세 아동에게 월 3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보육예산을 모두 없애고 아동수당 도입으로 통합해 쓰자는 것인데 이 경우 어린이집들의 반발이 나올 것으로 우려된다.

재원 조달 방안은 가장 중요한 변수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아동수당 도입에는 연평균 5조5621억원∼16조6005억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미 지난해 아동수당세 도입 주장(박광온 의원)까지 나온 바 있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는 “예산 확보가 가장 시급한 문제다. 중앙정부에서 주관할지, 지방정부에 부담시킬 것인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투명 조세, 형평적 조세 제도 등의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급식문제 만큼이나 엄청난 사회적 폭발력을 갖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와 연관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동수당은 스웨덴에서 1948년 도입된 정책으로, 보편적 복지의 효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건 없이 주는 나라도 있지만 자녀 수와 연령, 가구 소득 등에 따라 차등을 두기도 한다.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은 최근 재정난으로 소득에 따라 아동수당을 차등 지원하는 내용으로 제도를 축소했다.

아동수당의 원래 목표가 아동빈곤 예방, 아동권리 증진, 소득재분배 등이므로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될 지는 명확하지 않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평등사회연구실장은 “아동수당이 도입된 배경은 자녀가 있는 가족에게 필요한 양육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해 미래세대 양육 책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자는 것”이라며 “다만 제도 설계 과정에서 출산장려 요소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자녀 출산에 대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상당 규모의 재원이 예상되므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영애 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특히 아동수당 도입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차이나므로 정교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예컨대 대상을 첫째아부터 할지, 급여액은 얼마로 하고 어느 연령까지 줄지, 양육수당이나 보육료 지원을 유지할지 세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또 모든 소득 계층에게 동일하게 줄지, 취약가구 중심으로 더 많은 파이를 줄지, 다자녀에게는 지급액을 높일지 등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수당이 중산층에게 사교육비의 일부를 덜어주는 역할밖에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높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수당은 저출산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아동의료비 절감 대책, 유연탄력근무제와 직장어린이집 등 돌봄지원대책을 종합적으로 제시해야 아동수당이 저출산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체출산율 2.0 수준을 거의 유지하는 스웨덴, 덴마크, 프랑스 등 서유럽 복지국가를 보면 높은 수준의 현금급여제도를 갖고 있다. 그런데 높은 수준의 현금급여제도를 발전시킨 독일은 오랜 시간 저출산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현금급여 수준은 높은데 사회적 돌봄시설, 특히 육아휴직 후 여성의 직장 복귀를 빠르게 지원할 수 있는 1~2세 유아 대상 사회적 돌봄시설이 부족하다보니 취업활동 욕구가 높아진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정 교수는 “아동수당은 높은 수준의 공공성을 담보로 한 사회적 돌봄 확대와 사회보장제도 차원의 현금급여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저출산 해법으로 제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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