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패권 세력” vs

“적폐 세력 손잡은 안철수”

좌파·수구 꼴통 ‘딱지붙이기’

‘갈라치기’ 전략 일색 우려

 

제19대 대통령선거를 D-20일 앞둔 19일 오후 경기 수원시영통구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선거 벽보를 검수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제19대 대통령선거를 D-20일 앞둔 19일 오후 경기 수원시영통구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선거 벽보를 검수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다섯 명의 대통령 후보자들이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저마다 자신을 잘 드러내는 방법을 써서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인지라 모두 경황이 없어 보인다. 5월 9일까지는 짧다면 짧고, 길다고 생각하면 긴 기간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갈라치기 전략과 껴안기 전략이다.

갈라치기 전략은 피아의 구분을 분명하게 하면서 뜨거운 이슈로 전선을 달구는 것이다. 자기편과 상대편이 무엇이 다른 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면서 상대편이 틀렸고 올바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하면서 목소리 높여 유권자들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자신들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큰 잘못이나 되는 것처럼 강박을 주기도 한다.

이와 달리 껴안기 전략은 전선을 뜨겁게 달구지 않으면서 자신의 좋은 점을 차근차근 설득하는 전략이다. 뜨거운 이슈보다는 가랑비에 옷이 젖듯 차분한 설명을 통해 공감을 이루려고 한다. 상대의 나쁜 점을 들추기보다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강박보다는 자신을 선택하게 되면 어떤 이득이 있는지 합리적으로 판단을 하라는 권유를 한다.

어느 전략이 더 좋다든지 혹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혹은 어떤 경쟁 상대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적절한 전략은 선택의 문제다. 과거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를 돌아보면 갈라치기 전략과 껴안기 전략이 눈에 뜨이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노무현 후보의 선거 전략은 갈라치기의 전형이었다. 노 후보는 그 선거가 수 백년 내려온 우리 사회의 특권과 반칙을 쳐부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뜨거운 이슈로 전선을 달궜다. 그리고 상대 후보는 그 특권과 반칙 세력을 대표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상대 후보를 찍는다는 것은 특권과 반칙을 옹호하자는 것이며, 역사적 과오를 범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박근혜 후보의 선거 전략은 껴안기의 전형이었다. 박 후보는 튼튼한 보수적 고정기반을 바탕으로 자신을 선뜻 지지하지 않는 지지자들에게 다가갔다.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와 생애주기 복지 정책을 발표한 것도 그러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전선을 뜨겁게 달구기보다 전선을 허물면서 침투하는 전략을 썼다. 그러한 자신의 공약을 신뢰하도록 김종인을 영입하기도 했다. 마지막에 자신의 아버지 박정희의 과오를 인정하는 발언, 즉 “아버지를 내려놓겠다”는 말은 두고두고 화제였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대통령 선거는 ‘갈라치기’ 전략 일색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선거인지라 기간도 짧고 촛불광장의 영향이 계속되는 가운데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터라 선거운동이 초장부터 치고 박는 싸움이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너무 격렬한 싸움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특히 선두를 다투고 있는 문재인과 안철수 캠프 사이의 대결은 우려할 만하다. 문 후보는 적폐 청산이 이번 선거의 의의라고 규정하였다. 그렇게 하면서 가장 유력한 경쟁자인 안 후보에게 적폐 세력과 손을 잡는 옳지 못한 세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대로 안 후보는 문 후보가 패권세력이라고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였다. 새로운 미래를 만들려면 바로 그런 패권 정치를 불식해야 하며, 그 임무를 자신이 잘 할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적폐 대 패권 논쟁 외에도 좌파 색깔과 수구 꼴통 같은 딱지붙이기도 끝없는 공방을 거듭했다. 네거티브 검증이 계속 오간 것도 마찬가지로 걱정거리였다.

유권자들은 이런 전략에 염려가 많다. 왜냐하면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유권자들의 경우 전선을 뜨겁게 달궈서 선택을 강요한다고 해서 그것에 따를 가능성이 없는 까다롭고 스마트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미 양 진영에 가담해 마음이 정해진 경우를 제외한 유권자들은 후보자 선택 기준이 복합적이고 까다롭기 때문에 이들의 마음을 포획하는 전략도 강압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촛불광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망했던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구상을 하나하나 밝히면서 차분히 설득을 해야 남아 있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무작정 목소리를 높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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