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입든 내 자유” “돈 내고 관음당하라는 건가” 비판 일어

“남녀 누구나 비키니 입어야 ‘비키니 마라톤’” 지적도

주최측 “여성 차별·비하 대회 아냐...문제 지적하면 시정할 것”

 

여성 참가자에게만 스포츠 브라 복장을 요구했던 비키니마라톤대회가 비판 여론이 일자 12일 여성 복장 규정을 ‘스포츠 브라와 자유 복장’으로 변경했다. ⓒ비키니마라톤대회 홈페이지 캡처
여성 참가자에게만 스포츠 브라 복장을 요구했던 비키니마라톤대회가 비판 여론이 일자 12일 여성 복장 규정을 ‘스포츠 브라와 자유 복장’으로 변경했다. ⓒ비키니마라톤대회 홈페이지 캡처

여성 참가자에게만 스포츠 브라 복장을 요구해 “여성을 ‘눈요깃감’으로 삼는다”고 비판받은(관련기사▶ [단독] “여성은 ‘스포츠 브라’ 입고 뛰세요” 성차별적 ‘비키니 마라톤’ 논란) ‘비키니마라톤대회’가 참가자 복장 규정을 변경했다. 새 여성 복장 규정은 ‘스포츠 브라와 자유 복장’이다. 

주최 측은 지난 12일 여성신문 보도 이후 공지사항을 통해 “어떤 대회든 복장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이 대회는 여성을 차별하거나 비하하는 대회가 아니다”라며 “문제가 있을 시 사무국에 연락주시면 바로 시정하겠다. 좀 더 알찬 대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주최 측이 지난 12일 여성신문 보도 이후 올린
 공지사항. ⓒ비키니마라톤대회 홈페이지 캡처
주최 측이 지난 12일 여성신문 보도 이후 올린 공지사항. ⓒ비키니마라톤대회 홈페이지 캡처

이 대회는 “건강과 피트니스에 관심 많은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데, ‘역차별’ 우려가 있으니 남성 참가자도 모집한다. 남성에게는 ‘비키니’ 복장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여성 참가자에게만 스포츠 브라 복장을 요구했다. “대회를 널리 알리고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성상품화’ 행사 홍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독자들은 황당해했다. 보도 이후 여성신문 페이스북 페이지 댓글란에는 “운동할 때 무슨 옷을 입든 내 자유” “남자들도 상의 탈의하고 뛰어야 평등한 거 아니냐” “행사 후 남는 건 성상품화된 여자 몸매 사진들이겠지” “자발적 전시품이 되란 소리” “누가 내 돈 내고 성희롱 당하러 가냐” 등 이 대회 방침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비키니가 여성만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이젠 깰 때”라는 지적도 나왔다. 마라톤 경력 8년차로 보스턴 마라톤, 호놀룰루 마라톤 등 여러 국제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마라토너 김정은(30) 씨에 따르면, ‘비키니 마라톤’ 대회란 보통 참가자 누구나 성별에 관계없이 ‘비키니’ 차림으로 뛰는 대회다. 2008년부터 매년 태국 차암 해변에서 열리는 ‘싱하 차암 비키니 비치 런’ 마라톤 대회의 경우, 남성도 비키니 복장이 아니면 참가할 수 없다. 

 

2008년부터 매년 태국 차암 해변에서 열리는 ‘싱하 차암 비키니 비치 런’ 마라톤 대회의 경우, 비키니 복장이 아니면 참가할 수 없다. ⓒ차암 비키니 비치 런 대회 기획사 Jog and Joy 홈페이지
2008년부터 매년 태국 차암 해변에서 열리는 ‘싱하 차암 비키니 비치 런’ 마라톤 대회의 경우, 비키니 복장이 아니면 참가할 수 없다. ⓒ차암 비키니 비치 런 대회 기획사 Jog and Joy 홈페이지

한편, 한국심장재단은 이 대회 진행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심장재단 모금팀 관계자는 13일 여성신문에 “기존의 마라톤 형식인 줄 아고 협조를 검토했으나, 여러 문제의 소지가 있어서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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